비가 내리는 화요일 아침입니다.
올 해는 봄이라고 해도 봄같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어서인지 지금 내리는 비도 가을비처럼 쓸쓸하게 느껴지네요.
좀 전에 자유게시판을 보고 많이 조심스럽지만 제 이야기 한 번 하려구요.
저는 개나 고양이를 참 싫어했어요.싫어했다기보다는 무서워 했어요.
그래서 내가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남편과 두 아이의 소원이 강아지 키우는거라 내키지 않는 맘으로 데려온 녀석이 우리 보리예요.
사실 강아지 보러갈 때도 저는 너무너무 내키지 않아서 화가 나 있었는데 두 달 되었다는 녀석이
겨우 400그람 남짓한 체중에 빠릿빠릿한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유리통 귀퉁이에서 웅크리고 자는 모습에서
이상하게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애잔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어쩌다 애미와 떨어져 저러고 있나 싶어서 눈물이 나려고 하대요.
남편과 애들은 다른 녀석을 이미 맘에 두고 있었는데 저는 꼭 데려가야 한다면 저 강아지 데려가야겠다 했더니
펫샵주인이 그 아이보다는 다른 아이가 낫다고 권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우겨서 데려온 게 우리 보리고 지금 생각하니 이녀석은 태생부터가 좀 약하게 태어난 것 같아요.
사실 데려오긴 했어도 저는 만지는 것도 조심스럽고 좀 징그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키우게 허락만 해주면 다른 모든 것들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한다던 식구들도
출근하고 학교가고 하면 제가 다 도맡아야 하는거라 첨엔 황당하고 두려웠어요.
그런데요 이 녀석이 저한테 사랑받으려고 그랬는지 오는 첫날부터 배변패드에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예쁘게 배변을 가리고 짖지도 않고 꼬물꼬물 노는데 점점 제마음이 녹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보리와 저는 가족이 되었어요.
제가 보리를 키우면서 느낀 게 있는데요.
사람은 가식이 있지만 강아지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
언제나 진심이라는 거.싫은데 좋은 척도,좋은데 싫은 척도 안한다는 것,
그래서 마음에 상처주는 일은 절대 안 해요.
그리고 저 사실 성격이 좀 까탈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었는데 남편이 그러네요.
보리 키우면서 굉장히 많이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진거 같다구요.
그리고 당신이 보리 살리려고 당신 눈에 보리가 들어왔나보다고.
당신이 보리 안 데려왔으면 저 녀석 어찌되었을지 모르겠다구요.
저는 불교는 아니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인연이 있다는 건 믿어요.
많이 아파서 적잖은 병원비가 부담될 때도 있었고 자연식 준비하면서 귀찮을 때도 있지만
제가 맺은 인연이니까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해요.
그런데 주변에서 그런 저를 보고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어요.
사람먹다 남은 찌끄러기나 먹고 집이나 지키는게 개인데 상전도 그런 상전 없다고...
전 그런 분들 말 별로 서운케 생각 안해요.
만약 제가 보리를 안 키웠다면 저도 그런 맘 갖고 있을지도 모르구요.
사람마다 동물에 대한 마음은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여기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 동물을 사람보다 우선시하거나 동물만을 위해 사시는 분들은
없다고 봅니다.
사랑으로 가족처럼 대하는 것 뿐이지요.
그래서 개빠니 애견빠니 이런 말들 참 아프게 들리네요.
그리고 같이 사는 동안 많은 웃음과 행복을 주던 반려동물들이 세상을 떠나면 정말 많이 슬플 거예요.
어제 먼저 떠난 반려견을 그리워하던 그 분도 생전 귀엽던 모습의 강아지 사진을 다 잃어버려서
그런 사진 올린다고 양해말씀도 구했더라구요.
싸이코패스니 이런 이야기 그 분이 보면 얼마나 슬프고 죄송스러울까요.
그냥 조금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생각지 못했던 사진에 당황하고 불쾌한 분들도 당연히 있겠지만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 온 지 얼마 안돼서 제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또 논란 일으킬까봐 정말 조심스럽지만
서로 조금씩만 상대방 맘 헤아려주면서 넉넉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안그래도 각박한 세상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훈훈함이 넘쳐났으면 좋겠어요.
보세요 미워할 수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