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구정명절이 지났건만 아침 산의 공기는 차다.
올해 엄천골 사람들과의 첫산행은 공개바위에서 독바위까지 등산로 정비를 겸한건데
모두들 의욕이 넘쳐 짐이 너무 많아졌다.
누군가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산에서 어떻게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거냐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하는 말에
나는 삼겹살 서근과 후라이펜 휴대용가스레인지를 버리고
보충용 예초기 기름한통도 포기
일행 일곱명이 먹기에는 과다한 소주도 일부 포기...
이런 저런걸 포기하고 짐을 대폭 줄인채 가볍게 산을 오르는데
공기가 얼마나 차가운지 얼굴을 찬물에 담그고 걷는거 같다.
일행 모두들 겨울내내 곶감접느라 메인 몸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기분에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움직이는 발길이 경쾌하다.
공개바위 주변 등산로에 산죽이 계속 세력을 떨쳐 길이 애매해진다.
매니아들이 고맙게도 길을 놓치기 쉬운 곳곳에 리본을 달아
등산객들이 길을 잃지않토록 해주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내 집앞에 내린 눈을 치우는 마음으로
내가 사는 마을 뒷산 등산길을 이웃 사람들과 같이
산행도 할겸 겸사겸사 정비하는 것이다.
산죽은 예초기 한방이면 끝.
바람에 쓰러져 길을 막고있는 나무는 손톱으로 슬근설근 잘라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천골짝.
공개바위에 도착하니 누가 비디오촬영을 하고 있는데
방송국에서 나왔다고한다.
공개바위는 몇년 전 세상에 이런일이에 소개되고 난 뒤
지역 문화재로 등록이 되고 꾸준히 메스컴을 타고있다.
때가되어 준비해온 김밥을 먹으며 바라본 공개바위가
꼭 거시기처럼 보여 모두들 킥킥거렸다.
오층 공개바위 위에서 세번째 돌에는 소나무가 분재처럼 자라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바위에서 힘겹게 살고있는
소나무들이 제법 있다.
계곡 건너편 독바위가 보이는데 예초기 기름이 다 떨어져 오늘
산행은 공개바위에서 끝.
공개바위에서 독바위 구간은 다음에 한번 더 하기로 하고 내려와서
버려두었던 삼겹살 서근과 소주를 회수하여 본론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