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이 녀석은 태어나자마자 새끼 일곱마리 중 제일 몸도 크고 건강해 보이던 녀석인데 오히려 잔병 치레가 많아요.
어제 일요일 낮 2시쯤부터 한 곳에 계속 앉아 자는 듯 하거나 누워있더군요. 그럴수도 있긴한데, 예감이라는 게 있는지 좀 이상하다 싶어서 살펴보니 아랫입술 쪽이 좀 부은듯 해 보이고 침을 흘리면서 자고 있어요.
보통 고양이들은 침을 안 흘리고 흘린다면 이상이 있는거라 좀 더 관찰을 하고 있는데, 2시간이 지나니 입술이 더 부은 듯 싶어서 병원에 전화를 했죠. 보통 휴일에 전화해도 의사가 나중에 남겨진 음성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 하는데 어젠 30분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요..그러던 중 마루가 사료를 조금 먹기에, 괜찮은가 보다 싶어서 다시 음성을 남겼죠. 내일 데리고 가 보겠다고.
보통 어미 보미가 밖에서 들어오면 좋다고 뛰어나가 핥아주고 냄새맡고 장난치고 그러더니 어젠 그냥 한 곳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으니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죠.
오늘 아침엔 어제보다 건사료와 캔도 잘 먹고 좀 뛰고 그랬는데, 여전히 입술은 조금 부은 듯 해서 입을 벌려보니 죽은 세포같은 게 잇몸 사이에 잔뜩 있어요. 오늘 이곳은 휴일이라, 낮에 병원에 데리고 가니 알러지 일 수도 있다고 하네요. 심한 고양이는 평생 시달린다네요. 사람이 피곤할때 입안이 허는 것 처럼 유사한 증상이라고 해요. 색다른 걸 먹인것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스테로이드 주사 dexamethasone을 맞았는데 며칠 후에도 증세가 계속 되면 다시 데리고 가야해요.
이제 9개월 인데 몸무게는 5키로 조금 넘어요. 하루 두번은 좀 격하게 놀아주거든요. 살이 찌면 큰일이니..그리고 확실히 숫놈이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해요. 게다가 아직 어려서요. 깃털달린 막대로 15-20분 놀고나면 많이 힘이 빠진 듯 좀 얌전해지죠.
요즘은 또 나비가 절 조르는 걸 보고 배웠는지 양양대면서 놀아달라고 보채는 기술이 늘었어요.
막대를 놀고나서 서랍속에 넣어두면 거기를 두 발로 기대면서 울어요..여기 있으니 꺼내서 놀자 이거겠죠.
못 본 척 하면 나비가 제게 하는 것 처럼 와서 두발로 제 팔이나 몸을 건드려요.
뭘 먹고나서 열심히 그루밍 중 하다 잠시 쉬고 있네요.
그루밍 시작하면 정말 몸 구석구석 오래 하죠. 10분도 넘게 하는 듯 해요. 사실 그루밍은 입양 간 엘리가 제일 잘 했어요. 30분도 넘게 그루밍을 하면서 깔끔을 떨곤했죠.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지만 마루는 특히 물을 좋아해요. 물그릇에 있는 물을 밖으로 다 손으로 퍼 내기도 즐겨하는 장난히죠. 이 녀석은 장난이겠지만, 전 뒤치닥거리 하느라고 힘들어요. 제가 있을때면 모르는데 나무 마루바닥이 펑 젖으니요.
제가 샤워 끝내고 나면 어디서 놀다 또 부지런히 욕실에 들어옵니다. 커튼에서 물 떨어지는 걸 그렇게 바라보길 좋아해요. 물방울을 건드려 보기도 하고요. 커튼은 주기적으로 바꿔줘야해요. 구멍이 여기저기 나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욕실에서 칼부림이라도 한 줄 알거예요. 날카롭게 찢어 놓으니..
그래서 전 샤워 끝나면 제 몸에 물을 닦기도 전에 부지런히 욕실 안을 닦고 수건을 깔아놓죠. 이 녀석은 물이 있건 없건 철퍼덕 와서 앉거든요.
아래는 까만고양이 나비예요. 까칠한 나비가 그래도 이제 마루와 제법 쫒고 쫒기는 놀이를 즐겨해요. 그나마 나비가 운동을 하는 유일한 시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