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오베의 숙소에서 나오시마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고 하네요. 그러니 새벽에 6시 조금 넘은 시간에
호텔 로비에서 집합을 해야 한다고요. 앗, 맙소사, 새벽은 제게 거의 죽은 시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단체 행동이니
어떻게든 맞추지 않을 수 없어서 그냥 날을 새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나오시마에 가면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아야 하고 이번에는 건축물과도 제대로 맞대면 해야 하는 시간이라 몸상태를 이왕이면 좋은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일찍 잠들도록 노력을 했지요. 그래도 역시 새벽길 떠나는 것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도 이 사진을 언제 찍은 것인지 가물가물하군요. 다만 프레임안의 친구들이
보기 좋아서 올려 놓습니다 .
이렇게 이른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더니 서울에서도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 시간이면 거의 움직일 일이 없는 제겐 놀라운 대답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았지요.
이번 여행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이름 오카야마 이 곳에 제가 보고 싶은 그림이 여러 점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것도 나오시마 섬에 가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더 가면 가고시마가 있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고요.
새벽인데도 선생님의 쌩쌩한 얼굴이 인상적이네요. 옆에서 웃고 있는 유진쌤도 그렇고요.
지하철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타기, 다시 로칼 선으로 갈아카고 거기서 배를 타고 이런 식으로 여러 차례
노선 변경이 있어서 복잡한 길을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찾아가면서 그저 뒤만 졸졸 따라가도 되는 것에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도쿄에서 나고야에 갈 때 보람이가 엄마 신칸센이라고 아무 것이나 타면 곤란하고 꼭 노조미를 타야 한다고
몇 번 당부하던 것이 왜 그런가를 이번에 알게 되었지요. 신칸센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급행이
있고 여러 곳에서 서는 편도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오사카와 고오베에서 이틀간 아주 유용하게 쓰던 간사이 쓰루 패스의 기한이 끝나고 매 번 새로 표를 구해야 할
때 패스의 진가가 드러나더군요.
이미 놓친 것을 아쉬워하던 신칸센이 실제로는 급행이 아니어서 다른 차로 조금 느긋하게 도착할 수 있다거나
배를 타러 가는 과정에서 아슬아슬해서 막 타고 나니 스릴러를 찍는 기분이 들었다거나 그런 것들이 이제는
다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 이곳에서 구마모토도 갈 수 있구나, 구마모토를 배경으로 하던 드라마를 보고 이 곳의 성을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다고 느끼던 기억이 슬그머니 떠올라서 한 컷!!
나오시마까지 가는 길, 참 다양한 탈 것과 만난 날이었습니다.
배가 이렇게 클 것이라곤 상상도 못해서 깜짝 놀라고 다카마츠란 말에 놀라서 아니 고구려 여성의 복장으로
그려진 고분벽화가 있다는 다카마츠가 바로 이 곳에 있는 것일까 지리감각이 없는 저는 혼자서 감격해서
혹시 시간 내서 갈 수 있을까 온갖 궁리를 했지요. 알고 보니 이름만 같은 곳이었지만 그것을 모르고 이틀동안
끙끙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이 섬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나서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했던 이름 나오시마, 드디어 온다는 것에 감격해서
밖을 내다보던 중, 보람이랑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던 날이 갑자기 겹쳐서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일본 서부 지방을 함께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저 건너에 도착하면 무엇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입니다.
3,40분 정도 갈 줄 알았는데 겨우 15분이면 도착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위를 올라가보고 싶었지요.
이미 저보다 먼저 와서 앉아 있는 경원쌤, 그리고 노트 정리에 몰두하고 있는 어 필, 멀리 바라보고 있는 민정씨
세 사람이 이루는 그림이 보기 좋아서 한 장!!
거리를 조금 달리해서 카메라에 담으니 다른 느낌입니다. 어제의 코우시마상도 빨간 운동화, 오늘의 어 필도
빨간 운동화, 뭔가 색깔 자체로 강렬해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배를 타자마자는 아니지만 너무 급하게 내리는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배를 타기 위해서 시간을 맞추느라 새벽부터 서둘러 왔던 것을 생각하면 허망하다고 할 정도로 짧은 시간이어서
더 아쉬웠던 것일까요?
드디어 나오시마에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