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문고전읽기라는 타이틀로 2013년 행복한 왕자에서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모여 평소에 이름만 듣거나 요약판으로 읽던 고전을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시각으로 읽어보자는
취지로 모인 첫 날,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과연 몇 명이나 모일까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시간이 되니 15명이
모였더라고요. 저를 포함해서. 아파서 못 참석한 주영씨, 무슨 일인지 소식이 없었던 미라씨, 그리고 장기 출장가는
남편을 위해 준비가 필요해서 못 온 아트마니아님, 이렇게 세 사람을 빼면 참석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인데요
고맙고 놀랐습니다 . 멀리 여의도에서 어려운 한 발 의미있는 한 발을 내디신 영미씨, 그리고 아무것도 몰라도
함께 할 수 있느냐고 겸손하게 물어주시고, 선뜻 참석한 미숙씨, 특히 반가웠습니다.
금요일 낮, 오랫만에 대구에서 올라온 미야님, 음악회를 몇 년간 함께 다녔던 캘리님, (그녀의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나들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오랫만에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역시 어머니 상태가 좋지 않아서
못 나온다는 연락이 왔지요. 그래서 그렇다면 우리가 수유리로 가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쌍문동까지 가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셋이서 만났을 때 금요일의 첫 시도에 대해서 두 사람이 많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캘리님은 그렇다면
정기적으로는 못 참석해도 한 번이라도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나왔을 정도로 관심을 표명하면서
부러워하였습니다. 인문학 교실이 여기저기 생겨도 강사가 있는 모임도 열 명 안팎인데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많이 모여서 함께 하고 싶어하다니 일산의 인연이 놀랍다고 하면서요.
첫 모임이라서 길가메시 책을 바로 읽지 않고 시대 배경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뒤적이면서 고대사에 대한 지식이 쌓이자 책 읽기가 달라졌구나, 전에 모르고 그냥
지나쳤던 표현의 중요성이 들어오기도 하고, 아니 이런 설명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고개 갸웃거리고도 하면서
이 시간을 준비하느라 나름대로 시간을 썼습니다 .아무래도 무엇이든 첫 시간을 시작하는 것에는 설레임과
긴장감이 함께 하기 마련이니까요.
고대사에 대해서 오래 전에 배운 것들은 이미 낡은 지식이 되어 버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역사책은
새롭게 발견되거나 사료 해석이 달라진 것들에 대해서 관심갖고 구해서 읽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고대사를 혼자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읽을 기회가 드문데 이번이 참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월은 읽을 책이 길가메시 한 권이지만 2월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두 권이라서 미리
책을 공동구매하기 위해서 신청을 받았습니다. 책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2013년에는 다른 경비를 줄여서
책마련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책장에 두고 바라보면 일년 지나서는
아마 뿌듯한 마음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 시간에 함께 한 사람들, 책을 구입했지만 사정상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람들, 모두 그 달 그 달의 진도에
맞추어 혼자서 여럿이서 책과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음식과 꽃이 상징하는 두 가지가 동시에 함께 하는
2013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 집이 가족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팔 벌리고 환영하는 공간이 되길
내부에서 움추리는 것이외에도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누리는 그런 2013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른 르노와르
입니다.
너무 추워서 오그라드는 느낌이 드는 1월, 르노와르의 색으로 위로받는 시간이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