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여행은 제 안에서 아직도 끝나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 후속으로 모이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한
공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12월에 오사카, 고베, 나오시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그를 위한 준비로 책을 읽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지요.
어제 후속 모임 2번째 날, 금요일 모임에 대해서 꾀가 나더군요. 아침부터 가서 오후까지 공부하고 나면
돌아와서 다시 모임, 하루가 너무 길고 힘들지 않을까 속에서 유혹하는 소리를 이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요.
그런데 건축사 시간에 발제를 준비한 정약사님, 정각심님, 그리고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덧붙이는 노니님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갑자기 감동의 물결이 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티스의 이카루스의 추락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네요,. 추락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만 아니라면 우리 삶에서
한 자리에 붙박고 사는 삶에서의 이동은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요. 물론 언젠가 모두의 삶은 죽음으로
끝나지만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은 생기로 가득한 시간이 자주 있을수록, 변화에 몸을 던지는 에너지가 있을수록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어제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아침 수업이 끝나고 심리학 모임에 갔을 때 지난 번 한 번 참석한 샬롬님이 과연 다시 올까, 서로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녀는 이 모임이 영어로 하는 수업인 줄 알고 참석한 모양이어서 그런 기대가 사라진 다음 과연 이 모임에 관심이
지속될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시 참석한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했지요. 심리학책을 한 권 읽었다는 것이
후속 책을 읽는 일에 재미를 더해주었고, 아템포님, 노니님이 great transformation를 함께 읽고 싶다고 해서
앞으로는 미리 그 책을 한 시간 읽기로 이야기한 것,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서문을 읽으면서 서로 이야기나눈 것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쓰고 보니 순서가 거꾸로였네요. 카렌 암스트롱을 먼저 읽고 심리학책을 읽었지만 그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패스하고.
요즘 건축사 공부에 물이 오른 머라여님이 헤라님을 부추겨서 자신이 운전할 테니 일산까지 가자고 권유를 했습니다.
사연인즉 일본건축사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는 것. 사실 너무 먼 길이고 늦게 시작해서 언제 끝날지 몰라서 강력하게
갑시다 권하긴 어려웠지만 두 사람이 가기로 결정하는 덕분에 그녀의 운전, 그리고 셋이서 꽃피운 수다로 일산까지
잘 왔지요. 머라여님 있을 때 구해야지 싶어서 티브이앞에서 무선으로 연결해서 쓸 수 있는 자판도 하나 사고
집에 오니 밥이 딱 일인분 모자라네요. 음식을 조금 시켜서 함께 먹는 중에 벌써 도착한 아그네스님
알고 보니 아들이 오늘 학예회라서 지친 나머지 잠이 들어 after참석은 어려워도 잠깐 얼굴 보러 들렀다고요
그런데 너무 귀한 선물을 주셨지요
이 책과 표지 그림이 인터넷상에서 찾기 어려운 서울길, 이렇게 두 권인데요, 덕분에 2013년에는 서울길, 제주길을
이 책을 동반자 삼아 어떻게 다녀볼까 고민하게 되네요. 토요일 아침,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두 권 다 흥미가 생겨서 이 책 조금 읽다가 저 책 조금 읽다가 요상한 형태의 독서를 하고 있는 중, 그래도
여행 after 2를 기록하기도 해야 하겠고, 몸이 두 개라면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차안에서 머라여님이 인투님, 외국만 가지 말고 제주도도 가요 해서 그럽시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시간을 내야 하나 혼자 속으로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그런 망서림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제게 선물로
온 이 책이 내년, 한 해의 나들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 같은 묘한 예감이 드네요.
사람들이 다 모이고, 시작하려고 했지만 arhet님이 준비해온 샐러드에 입맛을 다시는 아이들때문에 일단
먹기 , 입맛이 까다로운 의행이가 만족해하는 맛이라면 통과라고 할 정도인 아이가 맛있다고 먹느라고 한창이네요.
상을 물리고, 달래, 그리고 윤교순으로 발표를 들었습니다. 달래는 전 날 본 책에서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인물순으로
윤교는 하루 하루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사진으로 이야기를 담아서 파워 포인트로 준비를 해왔습니다.
덕분에 함께 간 사람들은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이야기꽃이 피었고 다른 사람들은 중간 중간에 질문을 하기도 하고
덧붙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지요.
오늘 만남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지혜나무님의 건축사강의, 지난 시간에 보았던 것을 간단히 복습하고 현대건축까지
보게 되었는데요 준비한 양이 많아서 하루로 마무리하기엔 아쉬워서 다음 번 일본 여행에서 제가 찍어온 사진을
파워 포인트로 정리하는 것을 배워서 그것과 이어서 한 번 더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제일 주목했던 부분은 일제 강점기에 그곳의 건축가들이 서울에 세운 건축물들이었습니다 근대
한국 건축사를 공부하려면 일본 건축사를 모르면 어렵다는 것, 일본 건축사를 공부하려면 그 시대의 세계 건축가들을
모르면 곤란하다는 것 그러니 결국은 건축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라는 커다란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녀가 준비한 자료중 많은 것은 본인이 찍은 사진이 많아서 커다란 공간을 이렇게 저렇게 찍어온
눈에 대해서 주목하면서 자세히 보았지요. 이상하게 큰 건물 앞에서는 카메라의 시선을 어떻게 해야 할까 늘
난감해하던 제겐 큰 공부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발표를 들으면서 내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 건축을 이어서 공부하면서 근대사를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
실제로 가까운 곳을 아이들과 함께 보러 다니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 그것을 기행따로 공부따로가 아니라
이어서 함께 보고 기록하고 의문을 갖고 찾아보고 이렇게 연결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도 하게 되고요
실제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도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누구와 함께 이런 일을 추진할까 생각이 나고
그렇게 하면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윤교와 달래가 지혜나무님과 함께 한 건축사 수업이 있어서인지
현대 건축을 소개하면서 여러 나라 건축가 이름이 등장해도 반응을 하는 것을 보고 역시 듣는다는 것의 힘이
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