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세번 혹은 네 번으로 나누어서 살아가고 있는 요즘, 하루를 다 살고 나면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오가는 느낌이 드네요.
목요일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니 역시 사진정리를 하고 싶어져서 음악을 골랐습니다. 오랫만에 슈베르트를 틀어놓고 귀기울여
듣다가 이만하면 여행기를 쓸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싶어지는 지점을 기다렸지요. 여행기를 쓰는 일에 무슨 그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가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런 예열이 필요하거든요.
사진 정리를 하다보니 어제 도서관에서 저절로 유물에 관한 책을 한 권 고르게 되더군요. 공명하는 것이 있다는 것
그 시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과 도서관에서 공명하면서 책을 찾아보고 마음에 딱 드는 책을 발견하는 순간의 기쁨이 있지요.
책을 찾아내고 나서, 중앙박물관에서 고려 자기 전시가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자는 전시가 뭔가 어수선하다고 써서
흥미를 반감시키긴 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과연 그것까지 들어올까, 오랫만에 보러가고 싶다고 마음이 동한 것도 역시
이런 연장선의 기분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언제? 그것이 문제이지만
상당한 규모의 저택이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던 사람의 집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각 공간이 다양한 느낌이라서 마치 보물찾기하듯
찾아다니던 생각만 어렴풋하게 나네요.
아침에 나서기까지 망서리던 곳인데 막상 와서는 가기 싫다고 너무 아쉽게 느끼다니, 사람의 감정이란 얼마나 변화무쌍한 것인지요
그러니 미리 재단하고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것은 여행에서 금물이구나, 여행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
생각에 웃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무슨 사연으로 차를 그 곳에 세워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앞에서 본 버스처럼 이 차도 사연이 있는 것이겠지요?
이럴 때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찾아다니면서 물어보기엔 시간이 촉박합니다.
여행지에서는 언젠가 이 곳에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고 싶은 곳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 마음을 실제로
옮기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이런 말은 실제로 언제 실천에 옮길지 기약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진에 담고 마음에 담은 다음
기분좋게 이 장소와 작별하고 지브리를 향해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