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를 한 곳이 많다는 저녁뉴스를 들으며
혹시 우리 닭들도 밤사이에 훅~ 가버릴까 밤새 맘졸이다 새벽줄달음을 했는데
그래도 저희는 별다른 이상이 없습니다.
사방이 철망이라 통풍은 잘 되지만 그래도 더위가 맹렬한탓에
허접한 닭장안에 남아있는 녀석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의 녀석들은 나무그늘이나 움막속에서 더위를 피하는 중입니다.
일부는 저어기 산위로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놈들도 있지만
내가 더워 미칠것 같아 거기까지 올라가 사진찍어줄 상황은 아니고......
이 뜨거운 태양아래서 일광욕을 하는 녀석들도 있네요.
아마 요년?들은 전생에 유럽출신인가 봅니다.
아니면 새카만 털을 가진 녀석들이 부러워 더 태우려는지......
닭을 키우면서 느낀점은
우리가 가축들을 너무 무시해 왔다는 점입니다.
녀석들도 그냥 내버려두면 본능대로
스스로 잘 살아가며 좋은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데
우리는 한푼이라도 더 돈을 벌기위해
녀석들을 감금하고 심지어는 거세를 해가면서
가축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봐야 더 좋지않은 -어쩌면 유해한- 먹거리만 생산될 뿐인데......
가끔 제 블로그에 그런 글들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저혼자 잘난척하며 다른 양계업자들 못살게 만든다고......
혹은 너같이 닭키우면 겨울에 독감에 걸려 집단폐사한다거나
항생제나 백신 안맞추면 전염병이 돌거라거나
선풍기 한 대없이 버티다가 더위에 죄다 죽는다거나......
(근데 나 양계업자 아닌디...... ㅠㅠ)
하지만 그 양계전문가들의 예측은 아직까지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시설을 자랑하는 종계장의 닭들이 조류독감으로 집단폐사할때도
더위에 추위에 닭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갈때도
우리 자랑스런 동업자들은 아무 탈없이 룰루랄라 하며 견뎌냈습니다.
저는 그저
닭들이 본능대로 살아가면서 좋은 계란을 낳아주면 그만이고
그 닭들이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으면서
원래 그랬듯이 지구구성원의 일부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인데......
어찌되었건 우리 달구들은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잘 지내고
여름이 되면서 떨어지기 시작한 산란율도 서서히 상승곡선으로......
그래서 오늘저녁은 마님과 당쇠의 토론이 길어질 지도 모릅니다.
내가 풀을 많이 줘서 그렇다는니
네가 콩잎을 많이 먹여서 그랬다느니
아니면 달구들은 벌써 병아리를 키우기 좋은 계절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느니 하면서......
어쩌면 사람만 이리 어리석은 존재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