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3번째 아이가 다시 저희에게 왔습니다...^^
그러던 작년 8월의 어느 날 밤.. 갑자기 양수가 터졌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배가 불러오니까 소변이 새나보다.. 하면서 버텼지요..
그런데 점점 아파오는 배와.. 심해지는 태동..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집 근처 산부인과로 달려갔습니다...(정말 달렸습니다.. 철없는 엄마..ㅠㅠ)
초음파를 해보니.. 아기가 거꾸로 있으며(;;;) 중요한 건 양수가 터져서 거의 없다는 거였습니다..
근처 대학병원으로 가보라는 얘기에..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남편이 사 온 포카리스웨트 큰 병을 3병이나 마셨습니다..
양수를 한방울이라도 늘리자는 남편의 엉뚱한 발상이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제왕절개 수술로 저희는 임신 28주 2일만에 1.2kg의 작고 작은 우리 아기를 만났습니다..

마취가 깨자마자 아기의 안부를 물었지만..제 담당의는 고개를 저으면서.. 당분간은 본인 생각만 하라더군요..
통곡을 하는 저를 보고.. 담당 간호사 언니가 같이 울어주면서
아기가 1kg가 넘고 호흡만 잘 하면 다 살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헀습니다
수술 끝난지 하루만에.. 휠체어를 타고 신생아중환자실로 갔습니다..
우리 아기 괜찮냐고 물으니.. 상태를 요목조목 알려주는데.. 체중이 960g이랍니다...
양수가 빠졌으니 이게 원래 몸무게라는 겁니다ㅠㅠ
거기다 폐가 미성숙하다보니 호흡을 못해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만에 여러번 고비를 넘겼다는 소리에 신생아중환자실 유리창을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ㅠㅠ

그 후로 인큐베이터에 있던 57일동안 낮과 밤.. 하루 2번씩 면회를 다녔습니다..
버스를 타고 혼자서 다녔으니 당연히 몸조리는 못했습니다..
미역국도 한번 못 얻어먹었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지요...ㅠㅠ
아이는 괴사성 장염.. 무호흡.. 기관지 폐이형성증.. 등으로 입원 내내 금식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밥이 넘어가지 않더라구요
그러는 동안 정맥 영양주사로 아이는 점점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인큐베이터 있던 내내 중환자실 유리창을 통해.. 5m이상 떨어진 곳에서 아기를 쳐다보기만 했었고..
출산 53일 만에 처음으로 내 아이를 안아보았습니다..
전 날 면회시간에 아이 상태가 너무 안좋으니 긴 전쟁이 될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간호사의 말에..
정말 눈물로 밤을 지새고.. 아침에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날 마주친 주치의가.. 퇴원준비 하라고.. 수유 연습 하라는겁니다..
(전 날 말해준 간호사가 다른 아이 엄마랑 착각했다더군요..^^;;)
아무 생각도 없이 정말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우리 아이를 처음으로 안아봤습니다..

비록 산소줄을 끼고.. 고작 20cc를 수유하는 동안에도 무호흡으로 수십번 알람이 울렸지만..
그래도 얼마나 우리 아기가 대견하고 감동스러웠는지 모릅니다..ㅠㅠ
이 때가 2.3kg였습니다..
다른 아기들에 비하면 아주 작았지만 태어날 당시보다 거의 3배 가까이 자랐다고 했습니다..ㅠㅠ

집에 와서는 두달간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이 유일하게 호흡기 줄을 빼고 찍은 사진입니다.. 이 날 컨디션이 좋아서 목욕을 했었거든요...
이 때가 살이 빠져서 2.1kg정도 체중이 나갈 때였습니다
저 옷은 배냇저고리 중에서도 제일 작은 사이즈였구요..^^;

저는 손이 작은편인데도 저희 아기 손과 저만큼 차이가 났습니다...
사진만으로 보면 제가 거의 최홍만 수준이죠..^^;
3개월 생각하고 시작한 산소치료를 두달만에 끝내고 아기는 살이 포동포동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0cc씩 먹던 모유도.. 30..40..80.. 160.. 이런식으로 먹는 양이 늘었구요..

몸조리를 제대로 못하다보니 결국 모유가 다 말라버려서 분유로 키울 수 밖에 없었지만..
아이는 식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 먹고, 별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줬습니다...
400g 분유를 이틀만에 거덜 낼 정도로 먹었으니..
감기로 병원을 가면 감기약 대신 소화제를 받아올 정도였습니다...^^;;
중간중간 무호흡때문에 청색증때문에.. 응급실을 간 것도 여러번이고..
건강하게 태어난 다른 아기들에 비해 아기가 많은 고생을 했지만..
저희 아기보다 더 작게 태어난 아기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더 이상 고생담은 안적을랍니다...
저희 아기 이든이는.. 지난 달에 무사히 첫 돌을 넘겼습니다...^^
원래 태어났어야 할 예정일에 맞춘 개월수(병원에서는 교정..이라는 말을 씁니다)대로 하면
오늘이 딱 10개월이 됩니다.
그래서 발달이나 성장도 10개월을 기준으로 보고 있지요

처음 태어났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컸죠?
어제.. 발달체크 차 들렸던 병원에서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른둥이 엄마라면 정말 듣고싶은 말..
이제부터는 생후로 발달을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체중도 같은 시기에 태어난 아기들보다 많이 나가고.. 키도 훨씬 크다고 하네요.. (86cm, 13kg)
걸음마도 곧잘 하고.. 단어도 몇가지는 또렷이 발음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는 백질 연화증.. 뇌성마비 가능성이 90%라고 했습니다..
워낙 무호흡이 심각했기 때문에 뇌손상이 확실하다고 했지요..
결국 퇴원할 때까지 여러번 받았던 뇌 초음파에서 이상은 없었지만..
나중에라도 나타날 수 있으니 계속 지켜보자 했습니다..
평생 저 입으로 하는 엄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걸음마는 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1년을 살았습니다..
이제는 또렷한 발음으로 엄마~!!하면서 저를 부릅니다..
아빠.. 할뮈.. 이거.. 가자.. 됐다.. 이런 말들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꼬리를 붙잡고.. 가자!! 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갑니다..^^
다른 엄마들 같으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무심히 넘길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어찌나 귀하고 감사한지 몰라요..

카메라만 들이대면 예쁜 표정을 짓는다고 난리랍니다..
저럴 때는 아들인지.. 딸인지.. 가끔 저도 햇갈릴 정도에요..^^
낯가림도 없고 잘 웃는 덕에 모델 제의를 받기도 해요..
오디션 때마다 얼음이 되어버려서 문제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제 몸에 있던 종양을 발견했습니다..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등과 엉덩이,다리의 신경이 마비되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나중에는 감각이 아예 무뎌져서 주사를 맞아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몸조리를 못해서 아픈가보다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갔던 병원에서 뜻밖의 결과를 듣고..
다행히 지난 봄에 간단한 수술로 제거하고 회복했습니다..
의사는 임신,출산을 하지 않았다면 늦게 발견하거나 절대로 몰랐을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10달을 다 채워서 아이를 낳았다면..
종양이 많이 커지고 신경을 눌러서 수술이 간단하지 않고 힘들었을거라고 합니다..
어제 하루.. 많은 생각을 하면서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이를 조산하면서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실까.. 좌절하고 원망도 많이 했었는데..
앞으로는 제게 주어진 모든 일에 감사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