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 드레스덴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들었다라는 간단한 표현으로는 그 날의 느낌을 다 표현했다고
할 순 없겠네요.
지휘자가 늦게 들어온 청중이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리고 나서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 ,지휘봉을 들었고
단원들이 첫 음을 내자 갑자기 아니 이것은 하면서 제 몸이
반응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그리고 늘 헛갈리는 미아스키인지 마이스키인지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가 협연한 첼로 협주곡 (드보르작)
마지막으로 가장 압권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이었는데요
너무 자주 들은 곡이지만 마치 그 곳이 처음 듣는 자리인
것처럼 몰두해서 마지막 한 음까지 들었습니다.
아람누리에 가면 늘 아쉬운 것이 객석의 부스럭거림이나
기침소리,어느 때는 옆자리에서 가느다란 코고는 소리를 내면서
잠든 사람으로 인한 방해,이런 것들로 인해 생기는 방해였는데
그 날은 청중도 정말 최고수준의 몰입을 보여주었답니다.
덕분에 오늘 아침도 베토벤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중인데요
마침 어제 밤 통화가 한 딸이 엄마 코로란 화가 알아?
나 여기서 코로 특별전을 보았는데 그림 좋더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 고르게 된 그림은
역시 코로가 되네요.

생전에 부유해서 여러 곳을 여행한 화가라서 그런지
다른 나라에 가서 그린 그림들이 여러 점 있지요.
그런데 오늘은 아무래도 비바 베네치아란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베네치아 풍경을 제일 먼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외국여행을 함께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어도
제가 관심있는 것들과 접촉하게 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무산되어서 씁쓸한 기억이 있는데 이제 커서 스스로
미술관을 찾아가고 좋아하는 그림들이 생기기 시작한
딸을 보면서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면 어느 때보다 할 말이
많을 것같아서 기대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