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오인순씨가 제게 물어보더군요.
선생님,천개의 이렇게 시작하는 책 들어보았는가 하고요.
천개의 공감요?
아니 그것보다는 조금 긴 제목이던데
그래요? 잘 모르겠는데요,왜요?
그 책을 서대문에서 만나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했으니
구하면 빌려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받아보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란 제목입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작가에 대해
읽어보니 어라 연을 쫓는 아이를 쓴 바로 그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생각하고 말고 할 것 없이 읽어야 될 소설이로군요.
언젠가 우연히 빌려서 읽어본 이 소설이 제게 준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인이 영어로 쓴 최초의 소설이란
꼬리표가 붙어 있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영어로 구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그리고 제겐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와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책 소개를 하려고 검색을 하니 3월에 이 소설이 영화로
한국에 개봉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어와 있군요.

작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 곳에서 고생을 하면서 공부하고 지금은 의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형상화한 첫 작품이 연을 쫓는 아이라고 하는데
첫 작품에서 이렇게 큰 기량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던 기억이 새롭군요.
그런데 두번째 작품은 개인적인 서사를 넘어서 훨씬
큰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더 깊어진 작가를 만났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의 비극,특히 그것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적인 역사와 그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여성 사이의 깊은 연대가 눈물흘리게 하면서도 동시에
새롭게 다른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소설인데요
역시 이 작품도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읽으면서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어떻게 구성을 할 것인가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이야기가 다양한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아람누리에서 빌려온 책중에 카불의 책장수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이 책을 먼저 읽다가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 손이 가서
그 소설을 먼저 읽고 다시 카불의 책장수를 마저 읽었는데요
이 책은 소설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은
카불의 한 책장수 가족속에 들어가서 살면서 그들의 삶을
조망한 일종의 르포형식인 책입니다.
이렇게 그 곳에 들어가서 작업을 한 사람은 기자인데요
북유럽출신의 기자가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상당히
시사성 있는 기사를 쓰고 있는 여성이더군요.
자신은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생활속에서는 가부장제의 전형을 구사하고 있는
한 남자의 초상을 통해서 마치 우리들의 과거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 든 작품이기도 했고
과연 그 과거는 끝났는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세권의 책이 아프가니스탄과만 만나게 되는
그런 책은 아니지요.
그 안에서 만나는 인물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우리안에 내재한 폭력성
그리고 그것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사람사이의 연대는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고 확산되거나 무엇으로 인해 연대가 방해를 받는가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정말 다양한 생각이 피어오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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