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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나도 수능을 치뤘나보다.

| 조회수 : 3,000 | 추천수 : 32
작성일 : 2006-11-17 09:17:13


15일 아침.
부랴 부랴 서둘러 아이 학교로 갔었어요.
이미 많은 부모님과 아이들과 함께 예배가 시작되고 있었지요.

수능 하루전에 이렇게 합격기원 예배를 드리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가난도 감정도 마음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라" 는 목사님의 말씀이
제게도 도전이 되는 말씀이라~
아멘!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가난하다고 꿈도 가난할수 없다! 라는 말씀에
우리 아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고 살았는지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면 소스라 쳐집니다.

나 자신을 이겨내고 한계를 뛰어 넘음이 얼마나
어려움인지를 알기에 더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어서 선배들이 나와서 시험보는 당일날을 실감나는 이야기로
후배들에게 격려를 해주었지요.

너네들이 제일 잘한다!
걱정하지 말아라!
잠 못잘까? 시험 못 치룰까? 미리 걱정하지 말아라!
하루 전에 공부한다고 들어오지도 않는 공부 애써 하지마라!
그 동안 너네들이 준비를 잘 해오지 않았느냐!
잘 될 것이다!!

아~~그렇구나!
이런 말들도 격려가 위로가 되고 힘이되는구나!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이 가는지
힘껏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고 3 담임선생님의 기도속에 아이들과 우리들은 눈물의 기도를 마치고
아이들을 향한 담임선생님들의 찬양을 마지막으로 수능합격 기도회는 끝이 났습니다.

모는 이들의 눈은 이미 다 붉어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선생님들이 우리 마음보다 더 급하고 초조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선뜻 들었습니다.
길을 잘 인도해 주어야 할 마음 졸임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아이는 학교를 다니면서 믿음이 더 성장한것 같았습니다.
교실에서 찬양도 인도하고
찬양동아리에서 활동도 하고
기숙사에서 기도하는 시간도 더 많아 졌다고 했습니다.

3 년 동안  
아이는 기도하고 묵상하는 동안에  생각이 많이 자라고
속이 더 깊어진거 같습니다.

이 또한 감사드립니다.



서둘러 짐을 싸들고 나오니 복도에서부터 운동장 정문 앞까지
갖가지 프랭카드와 듣도보도 못한 합격기원 문구에 꽹과리 북 징 장구 등으로
선생님들과 1 ,2 학년 후배들이 줄을 서서 응원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 또한 처음인 저는 어리둥절 했네요.
티비에서만 보던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되니 가슴도 뭉클했어요.

그 기를 다 받아 우리 아이들이
떨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길 기도해 봅니다.

산만한 남학생 눈이 붉어져 있으니
그 또한 신선한 충격이였어요.

그래~네 마음도 어떤지 알겠구나~
잘 할 수 있을것이다.

이젠 웃으면서 만나야지~
격려의 눈빛을 건네봅니다.

아이 교실로 돌아와 널브러진 책들을 보니 현깃증이 나더군요.
이 책들과 씨름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또한 마음 한켠이 아팠습니다.

공부가 무엇인데 이 젊은 아이들을 꽁꽁 이 교실에 둘수 밖에 없었을까?
참 잘 견뎌주었구나~
애썼다~
버리는 책 반에 보자기에 싼 책들이 반.
에효~

아이와 저는 책을 싸들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기억합니다!

아이와 함께 짐만 내려놓고 목욕탕으로 가기로 했지요.
복잡하고 어려운 일도 별 탈없이 마무리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시간없어 못 줄였던 큰 바지도
수능때 입을 활동복도 하나 사서 수선집에 맡겨 줄였습니다.

수선집 아저씨 그럽니다.
"내가 줄여 주었으니좋은 대학 갈 것이다."
아 그렇구나! 고맙습니다.

지나는 말일지라도 그 좋은 기운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활짝 웃는 아이 얼굴이 볼그라이 이쁩니다.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건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사는지를...

목욕탕으로 가서
아이 인생에 처음으로
돈주고 때도 밀어주고 아픈 어깨도 안마해 달라했습니다.

"수능 보는 전 날 보통 엄마들은 절이나 기도원 가는데 딸이랑 목욕탕을 왔네요.
잘 오셨네요. 모녀가 표정이 밝으니 시험 잘 보겠네요.!"

아~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시험을 잘 보겠다는 그 말.
좋은 성적도 좋지만
차분하게 끝까지 마무리 할 수있는 너의 체력도 믿는다라는
마음으로 돌립니다.

"수빈아 우리 너무 여유 부리는거 아니니? "
"글쎄요?" 하면서 우린 웃고 말았습니다.

탕안에서 내 시선은
아이에게 머물러 있었습니다.

아줌마가 때 밀어주고 어깨 안마해 주는 동안
마음 편이 있어라~
잘 될것이다~
너는 잘 될꺼야~
그래야 되고 말고...
그 모든것들을 잘 이겨 주었잖니?
지금까지 별 일 없이 여기까지 왔으니 당연히 잘 되어야지...

탕안에서 저는 벼라별 생각을 다하며
몸은 탕안에  마음은 우주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곳곳에서 보내주신 응원의 선물들을 메세지를 잊지못합니다.
우리 아이가 다 받아
그 복을 세상에 다 나누며 살거라 믿습니다.

충분히 느끼고 있는 아이니까요~

16일 이른 아침.

야채죽을 끓여 따뜻하게 먹이고
도시락에 또 야채죽을 쌌습니다.
조미김 자르고 맛있게 잘 익은 김치를 쌌습니다.

"성능좋고 좋은 보온도시락이 아마 품절되었을 겁니다.아마 없을꺼예요~."
기도회때 옆에 앉은 엄마가 들려준 이야깁니다.

그러나 집에 있는 성능 안좋은 보온 도시락이면 어떠랴?
새로이 산다는 것도 그렇고
또한 품절이라는데 수선떨지 말고 그냥 있는대로 하자~ 하고 맘먹었어요.

시험 보는 고사학교 지나는 길은 어김없이 막히고
응원부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긴...
썰렁하게 어깨 움추리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이렇게 잔치기분으로 들여보내는 것도 어쩌면 힘이 되겠구나~
싶더군요.

무슨 전쟁터 보내는 기분도 아니고
아이를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저는 잠시 침묵을 했습니다.
그의 마음이 제 마음이지 싶었습니다.

하나님 지켜주십시요!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어제 목사님 말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라는 말씀 기억하고
잘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

아...어쩌냐? 핸드폰이랑 인터넷 강의 듣는 거 뭐냐 그거랑 엄마 안줘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지니 이름도 생각안나더군요.

아무래도
다급해진 엄마 문자가 안되겠나 싶었는지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엄마 봉지 하나에 다 담아서 이름쓰고 선생님이 가져가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그래? 정말 다행이다~화장실은 갔다왔니?"
"네~갔다왔어요~."
"휴~다행이다~ 화장실 못갔을까봐 엄마 걱정했다. 그래 잘 봐라~."
"네에~."

그리고 잠시 후에 아마 시험이 시작되었을 겁니다.
아침 8시 40분 부터 저녁 6섯시 15분까지...
정말 기인 시간입니다.

잘 버텨줄거라 믿으면서...
아들 군대 보내는 마음
큰 딸아이 시집 보내는 마음
그 알수 없는 마음들이 이런 것일까?

아이들이 있어 이런 저런 일들을 마주하며 느끼며 사는가 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집니다.

16일 저녁 7곱시.

잘 보고 있겠지~
점심은 잘 먹겠나? 죽이 더 죽이되어 맛은 어떨러나?
하루가 어찌 갔는지 괜시리 시계만 몇 번 보게되더라구요.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요~^^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다시 고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침 보다 덜 밀리는가 싶은데 역시 고사장 근처 가니
차량행렬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경찰들도 도로 하나를 꽈악 메우고 있는
차들을 그냥 정리해주는 것으로 봐주고 있었어요.

아마 마무리확인 하느라 늦는다며 나갈 수 없다는 문자에
잠시 기다렸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나옵니다.

어떤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수능장에서 나오는 아이 표정은 밝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어즈간한 일 아니면 표정이 밝아서 이쁜 아이입니다.

시험 망쳤다고 울고 불고 하지 않고
늘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드리는 아이가 한 편으론 고맙기도 하다지요.

수학은 그럭저럭 잘 본거 같은데 영어가~영 맘에 안든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겠다고 합니다.
자기가 시험을 잘 치루어서 쉽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밖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주 마음 편하게 밥을 먹었습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
또 남은 논술에 수시 준비를 해야하니....

외고 아이들에게 불리한 시험 이였다고 하더니
오늘 아침 신문에 어김없이 그런 기사가 나오네요.

잠시 후에 또 아이는 학교에 가야 합니다.
11시까지 등교 하라 하니 여유부리며 갑니다.

답안지 채점에 오늘 하루는 또 뒤숭숭하겠지만
그 다가올 문제들을 잘 헤쳐나가리라 저는 믿습니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장은영
    '06.11.17 9:48 AM

    글을 읽으며 눈물이 앞을가려 휴지 한장을 뽑아 눈가를 찍고 읽어 내려가는데 휴지 한장이 모자라네요.
    저도 몇년 있으면 치뤄야 할 일이기에 가슴에 더 와닿나 봅니다.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부모가 되야 할텐데.. 그것이 쉽지 않네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 2. 찬이
    '06.11.17 10:10 AM

    저도 글을 읽으며 눈앞이 흐려지네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합니다.

  • 3. 칼리
    '06.11.17 10:18 AM

    오늘 아침10살 아들내미 혼내며 학교 보냈는데...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전화 받으면서 눈이 퉁퉁 부었는데...간신히 마음 다스렸더니...이 글이 또 저를 울리네요...

  • 4. 연두
    '06.11.17 11:58 AM

    가슴이 답답하고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엄마 마음 다 같을거예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 5. thanbab
    '06.11.17 12:04 PM

    어머님의 정성으로 좋은 결과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항상 친정엄마처럼 따듯한마음이 전해져옵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여기시고,더 따뜻한 마마님의 글,노래,사진 기대하면서요..
    건강하세요.^&^

  • 6. 페페
    '06.11.17 12:05 PM

    글 읽는 내내 가슴이 저미고 아픈이유는...
    우리 모두가 피할수 없는 당사자들 이기 때문이겠지요.
    눈물이 가슴을 적십니다.

  • 7. 숲속
    '06.11.17 12:43 PM

    정말 많은 생각으로 맘이 아파옵니다.
    좋은 결과로 행복해 하시는 경빈마마님의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ㅠ.ㅠ

  • 8. 앤 셜리
    '06.11.17 1:16 PM

    괜시리 저 수능시험 보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수능 첫 세대!!!!
    그때 아빠가 수술을 하시는 바람에 부모님은 절 신경써 주실 여유가 없으셨지요.
    전 잊고 있었는데......
    제가 대학원 가고 싶다고 했을때......다른 과로 가고 싶다고 했을때.....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하셨죠.
    엄마가 신경을 덜 써 준 탓에 너가 갈팡질팡 했던거 같다고....
    아마 그때 엄마가 더 힘드셨을텐데........다행히 아빠도 좋아지셨고...어찌어찌하여
    전 제가 좋아하는 과는 못 같지만 졸업하여 만족하며 살았고 결혼도 해서 애도 낳아
    이렇게 82를 들락이며 엄마한테 안부 전화하는 딸이 되었네요.

    경빈마마님 딸 수빈이는 듬직한 맏딸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딸은 꼭 마마님 마음에 듬직한 선물을 할꺼예요!!!
    수빈양!!!!!!!!!!!!!!!!!!
    행복이 가득하길....

  • 9. 진선미애
    '06.11.17 3:17 PM

    제 딸들은 수능보려면 아직 멀었는데 제가 왜 가슴이 아릴까요
    경빈마마님 아니 수빈이 믿음& 기도 처럼 결과 나올거란 확신이 드네요
    늘 좋은 사진 &글 & 요리 (음식?) & 음악 감사드려요

  • 10. 어중간한와이푸
    '06.11.17 8:21 PM

    저도 글 읽어내려가면서 목이 얼얼 합니다...
    정말 애 많이 쓰셨네요. 따님도... 좀 쉬면 좋으련만 또 준비를 해야 보군요...
    최선을 다하는것! 우리가 할수 있는 전부겠지요. 저도 좋은 기운좀 보태드립니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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