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본 다음
점심먹고 환기미술관쪽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읽기 시작하여 그 속에 흠뻑 빠진
소설 리심의 배경이 되는 정동쪽이 가고 싶어지더군요.
아마 책속에 들어있던 1890년대의 정동지도를 보고
마음이 동해서 그랬을 겁니다.
마침 함께 미술관 가기로 한 사람들중의 한 명은
사정이 있어서 나오지 못하고 다른 한 명도
교보문고에 와서 함께 책을 본 다음
점심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차마시면서 한참 이야기를 한 뒤
(그녀는 알러지때문에 몸상태가 영 좋지 않더군요)
저는 바로 마음을 바꾸어먹고 광화문에서 정동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른 금요일과는 달리 토요일에 영어 시험치르는 아이들이 있어서
온전히 금요일 하루를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정동쪽을 돌아본 다음 시립미술관 전시가 있으면
보고 들어가야지 그렇게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광화문에서 정동을 향해서 가는 중에
고구려 고분벽화 전시를 알리는 팻말을 보았지요.
그렇다면 이 전시를 먼저 보고 가야겠지요?
오래 전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그 때이고 새롭게 볼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
당연하니까요.
(고분벽화 전시를 어떻게 하지?
벽화를 떼어 올 수도 없을 텐데 그렇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려나요?
물론 벽화를 떼어온 것이 아니라
벽화사진을 찍어서 전시한 것이고요
이번에는 신경을 써서 동영상으로 찍어온 것도 있네요.
이런 형식을 일본에 갔을 때 오사카 박물관에서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었는데 여기서도 보니 놀랍고
이렇게까지 전시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구나 감개무량하기도
했습니다.)


실내에 들어가기 전 우선 밖에 전시된 석물을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역사박물관의 전시물은 공주에서 본 야외박물관에
비해서 참 빈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공간상의 문제일까? 그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개인이 설립했다는 호림박물관의 야외박물관을 생각하면
이런 빈약함을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하나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관람을 위해 티켓을 사러가니 700원이라고 하네요.
특별전시를 700원에 보다니
기분이 갑자기 좋아집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요일마다 저녁시간에 박물관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다른 요일의 프로그램은 그림의 떡이지만
금요일 것은 기억해두어야지 하고 읽어보니
그 날은 음악회가 있네요.
마치 깜짝 선물을 받은 사람마냥 즐겁습니다.


박물관 입구에 진열된 화분에서 가을 국화가
한창입니다.
요즘은 꽃이나 나무만 보면 저절로 카메라를 꺼내게 되네요.
가방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전시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고구려의 형성부터 발전과정을 큼직하게 적어놓은
설명문부터 읽어본 다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공간을 사진으로 찍은 것
별자리에 관한 글,그들의 신화
그리고 당시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 연표
당시의 옷을 재현하고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것등
신경을 많이 쓴 전시더군요.
이상할 정도로 강서대묘의 벽화가 마음을 끌었습니다.
그 앞에서 뱅뱅돌면서 여러 차례 보고 나오면서
벽화안에 한 사회가 중시하고 살아갔던 삶이 정말
다양하게 다 들어있구나
한 세계를 이해하는데 결혼,장례,제사의 품습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안에서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서 그냥 나왔는데
마침 전시의 설명을 한 사람으로 기록된 교수가
오래 전 고분벽화에 관해서 쓴 저자와 동일인이란 것이
기억났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와서 책을 찾아보니 1999년에 사서
읽은 바로 그 책의 저자가 맞군요.
덕분에 생생하게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낮 시간의 전시
after를 했습니다.

역사박물관을 나와서 정동으로 가기 전
늘 궁금했으나 들어가보지 못한 공간인 경희궁쪽으로 갔습니다.

옛 궁으로 들어가기 전에 꽃들이 반깁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이 안에 시립미술관 분관이 있네요.
그렇다면 그냥 가기 아쉬워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전시중인 것은 없네요.
멀리 바라보이는 궁안으로 가기엔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제겐 새로운 공간을 눈으로 한 번 보고 나서
돌아나왔습니다.

금요일 나들이로 생각지도 않게 다시 꺼내서
즐겁게 본 책의 표지입니다.

무덤이 있는 곳을 촬영한 사진인데요
언젠가 옛 고구려 땅을 밟는 여행이 가능하겠지.
거기서 무엇을 볼 것인가 공연히 마음이 설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벽화의 천장에 새겨진 신들의 세계입니다.

어떻게 보면 환타지라고 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해서
차츰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변화가 낯설면서도 신기하네요.


수박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춘아,춘아를 읽다가 산해경을 번역한 교수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속에서는 온갖 상상도를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궁금하긴 하지만 아직은 구해서 읽을 정도의 호기심이
발동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리심을 읽다보니 주인공 빅토르 꼴랭이
산해경을 자주 읽는 모습이 나옵니다.
어라,여기서도 산해경이네 하고 놀랐었지요.
기린을 보고 있으려니 다시 상상의 날개를 펴게 됩니다.
유교적인 삶은 밖에서의 질서이고
안에서는 도교적인 풍모로 살았다는 중국 지식인들에 대한
글이 생각납니다.
사람은 한 가지 질서로만 평생 살기엔 자신안의 모순을
극복하기 어려운 존재일까요?

불교가 들어와서 사람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 이후에는
무덤에서도 그런 변화가 나타나더군요.


사신도라고 할 때의 사신이란 현무,주작,청룡,백호를
말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장수왕 이후의 평양 천도를 기준으로
볼 때 그 이전의 집안지방과 평양지방의 무덤속의 벽화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고 하네요.


앞의 신들의 세계와는 엄청나게 달라진 연꽃 하늘입니다.

역사박물관에서 맴돌았다는 바로 그 사진입니다.

용이나 봉황은 실제하지 않으나 이미 하나의 상징체계가 되어
누구나 그것을 마치 실재인것처럼 말하게 되고
그리게 되는 상징성에 주목하게 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미지나 상징은 정말 힘이 세구나 하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하고요.


교과서에 실려서 너무 친숙한 그림이지요.


신과 종교,그리고 음악의 세계도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일상생활장면도 있고요.
무덤안에서 만난 한 세상을 찬찬히 구경하다보니
내겐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삶의 마무리를 하는 단계에서 그것만은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지나가다 들른 역사박물관
그로 인해서 다시 찾아 읽게 된 책
거기서 파생된 생각들로 출렁이게 된 금요일 나들이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