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랫만에 걸어서 후곡마을 뒷길로 해서
도서관에 갔습니다.
햇살이 아직은 너무 강해서 사진찍기에 바람직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성저공원길의 잘 꾸며 놓은 주택앞에서 꽃이
나 좀 쳐다보라고 유혹하네요.
거의 시들어가지만 그래도 아직 달려있는 장미꽃들이
여지껏 있어서 우선 그 곳에 눈길을 맞추었습니다.

공원길 가기 전에 노인정이 있어요.
여러 명의 할머니들이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모두 할머니들이어서
할아버지들은 다 어디로 가셨나 싶더군요.
국화를 찍어보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뭐하는 거냐고 소리가 나는 겁니다.
네? 제가 하신 말인가요?
사진 좀 찍으려고 하는데요
그러자 할머니들의 음성이 갑자기 부드러워지면서
고개 숙이고 꽃을 꺽어가려고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요.
사진을 찍는다는 말에 금새 달라진 목소리로
제게 말을 걸더군요.
어디다 쓰려고 찍는가 하고요.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헤어졌지요.


어제 제일 신기했던 것은 길거리에서 흔히 보던 쇠비름인가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너무 흔해서 잡초인가 하고
알고 있던 그 식물에서 곱게 핀 꽃을 보았던 것입니다.
귀엽고 예쁜 느낌에 색감도 좋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지요.



같은 식물이라도 어디서 자라는가
어떻게 담겨있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갑자기 머리가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을 따라 가는 중에 보니 아직 일산에는 가을 단풍이
덜 왔구나 싶네요.
오랫만에 걸어가는 길.여름과는 그래도 많이 달라진
거리를 느꼈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오고 가는 길에 다시 걸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