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배앓이를 하고나니 기운이 쫘악~빠져나갔습니다.
어디서부터 잘 못됐는지 알 수는 없어도
암튼 배가 홀쭉해지고나니
오늘같으면 산에 오르기는 오히려 더욱 가벼울것만 같습니다^^
애라 모르겠다!
집에서 아픈거나 산에서 아픈거나 마찬가지겠지..
산수갑산을 가서 아픈 게 더 낫겠다 싶었지요^^
뭉게구름이 띄엄띄엄 흐르면서 시원한 바람속에 몸을 던지니
앓던 뱃속으로 화악~ 시원하게 청량감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 대신 오늘은 양념으로 가볍게 해야쥐..
맘은 그런데 막상 오르니 또 달라집니다.
바위가 저렇게 우뚝 서있으니 어서 올라오라는 신호가 아니겠습니까?
그냥 지나친다면 호의를 무시하는 것일테니 한두번 두드려준다는 것이 그만~
처음부터 손가락을 다쳤네요@.@~
에이!
이 녀석 상장능선의 두번째 봉우리는 처음 올라가기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습니다.
배불뚜기 모양으로 버티고 서선 사람을 밀어낸다니까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기엔 역부족..
하는 수없이 옆으로 기어올랐습니다.
쯧쯧~~
일단 올라서니 기분은 그만입니당.
캬~~~~
죽인다...
左 도봉은 언제나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의연히 묵묵히 서있는데
촐랑거리는 우리의 까메오만 망신살이 뻗쳤네요^^
작은 봉우리지만 바위모양은 예사롭지않게 울퉁불퉁하고
늘 그렇듯이 한 발 한 발 조심하면서 기를 모아야하지요.
2봉과 3봉은 서로 연결되어있어서 일단 올라만 가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시원한 시야가 포만감마저 불러일으키게합니다.
특별히 오늘 하늘빛은 해가 있는 방향만 희끄무레할뿐 반대 쪽은
그야말고 여러 번 물들인 진쪽빛 그대로입니다.
저 사람들 보셔요!
꼭 저렇게 끄트머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어야만하는지 안타깝습니다.
앞 쪽에 있는 건 상장 능선의 제 4봉!
오르기도 아기자기하고 내려올 땐 자일이 필요한 곳입니다.
지난 번에 큰 일을 치룰 뻔하기도 했던 봉우리..
삼각산 줄기에 붙어있는 이 곳도 이젠 심심치않게 단풍이 들어 눈요기가 제법 됩니다.
뒷쪽으로 보이는 뽀족한 바위 봉우리는 장군봉!
右 삼각산의 위용!
한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인수봉 그 오른 편이 백운봉 그 옆으로 흐르는 줄기가 염초릿지고요
왼 편 낮은 봉우리가 영봉입니다.
이제 제 4봉을 오릅니다~
높이는 얼마 안돼도 한두 군데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고
짧지만 특별히 침니가 있어 자세를 바로 잡아야합니다.
침니(chimney)는 말 그대로 굴뚝이죠?
양 바위가 수직으로 곧게 서있는 곳을 일컫는데 등과 발 그리고 팔로 버티면서 올라갑니다.
지난 번과 같은 구도로 잡은 삼각산입니다.
마침 억새풀이 앞에 자라고있어 한데 불러모아주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들러리 역할을 해주니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나봅니다.
같은 자리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제 3봉의 위로 흐르는 한 조각 구름이 외롭습니다..
30미터 자일이 필요하다는 이 곳엔 누군가 이렇게 예쁜 짓을 해놓았군요.
밧줄을 걸어놓았네요^^
좋지 않은 속으로 무거운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자일을 갖고온 우리의 까메오는
이럴 때 정말 짜증 지대룹니다$*(&)~!$%&*(!~
ㅎㅎ
다 내려와 앞을 향해가는데 곁길로 지나가는 한 일행의 리더 왈
"저기는 올라가긴 하는데 내려올 땐 자일이 필요한 곳이야~" 하면서
까메오의 위아래를 훑어봅니다.
'뭘 봐? 짜샤~'
바위 저 편에 구름이 외롭다.
구름위에 내 향수는 졸고 향수는 나를
잔디밭 위에 재운다.
장군봉에 올랐습니다.
갖고간 약밥 점심을 먹으면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계절에 걸맞지 않게 뭉게구름이 떠가고 하늘은 점점 더 높아만 갑니다.
삼각산은 역광 촬영
도봉산은 순광 촬영.
하늘 빛은 태양 반대 편의 것이 더욱 짙습니다.
의심 나시면 실험을 해보셔요^^
이 곳 상장능선은 그다지 높지도 않고 바위봉우리를 우회갈 수 있고
이렇게 평탄한 길로 이어진 것이 걷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더우기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져 하늘을 가려주기 때문에
햇빛의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도 있고요.
때마침 구름 사이로 내리비추는 햇빛이 여러 가닥으로 분리되어
신비감을 더해주길래 한 컷~했지만 생각보다는 신통치 못하지요?
명암이 좀 더 뚜렸해야하는데..
먼 곳으로부터 제 1,2,3,4봉의 고운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을만치 앙징스럽습니다.
장군봉의 위용~
저 쪽에서 볼 때는 울퉁불퉁했지만 앞면은 미끈허니 자알 생겼군요~
다 내려오다가 늘 다니던 영봉으로 향하는 오른 쪽 길을 버리고 왼 편을 택해 걷습니다.
길이 없어보일 것같으면서도 이어지는 소로와 바윗길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다녀보지 못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산세도 달라보이며
새로운 맛을 느끼게되는 것도 산행의 한 묘미입니다.
바윗길에서 내다본 맞은 편 산은 낯설고 새로운 만남..
이미 죽어 껍질만 남은 소나무 가지를 데려와서는 인수봉과 만경봉을 함께 담았습니다.
이런 각도에서 바라보는 건 처음입니다.
가운데 계곡에 세워진 송전탑이 바로 육모정고개니까
지금 이 길로 내려가면 아마 우이령일거라며 추측을 해보지만
혹시 군부대라도 만나면 낭패가 아닐까..
이제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쉬면서 뒤로 올려다본 장군봉의 모습은 아까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네요.
봉우리라기 보다는 절벽에 가깝습니다.
지금쯤 설악산 꼭대기엔 단풍이 한창일텐데,
내려오다보니 단풍은 예년만 못합니다.
단풍이 든 나무잎은 말라서 오그라들었고 제 색깔도 못냅니다.
단풍 들기 전에 비가 와줘야 제 빛깔에 잎사귀도 싱싱하고 오래 지속되지요~
그런데 올핸 가물어서 길엔 먼지가 풀썩거리니...
이런...
내려오다보니 어떤 집의 뒤뜰입니다^^
마치 도둑질이라도 한 사람처럼 쪼그라져서 살금살금 돌아 앞마당으로 나오니
성모마리아상이 있고..
문이란 문은 모두 닫혀있으며 창에도 커튼이 쳐져있어 내 발자국소리가 시끄러울 지경입니다.
마침 열린 문으로 나오려는데 한 아줌씨께서 낙엽을 쓸고계시네여^^*
"미안합니다~ 산에서 내려오다 보니 잘못 들었습니다.."
카톨릭 수도원 명상의 집.....
쉿~
산행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배앓이도 뚝/
올 추석은 맘껏 먹고 마셔도 될겁니당^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