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스칠 때 / 이성선

구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산길을 걸으며
내 앞에 가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들의 꽃 피고 나비가 날아가는 사이에서
당신 옷깃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당신 목소리는 거기 계셨습니다.

산안개가 나무를 밟고 계곡을 밟고 나를 밟아
가이없는 그 발길로 내 가슴을 스칠 때
당신의 시는 이끼처럼
내 눈동자를 닦았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닿은 하늘빛처럼
우물 속에 깃들인 깊은 소리처럼
저녁 들을 밟고 내려오는 산그림자의 무량한 몸빛
당신 앞에 나의 시간은 신비였습니다.

돌담 샘물에 떨어진 배꽃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새벽 산에서 옷을 벗는 새벽빛을 보셨습니까?
당신은 나의 길을 이렇게 오십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산행을 접은 지...
4개월만에 내일 산행재개를 앞두고..
작년에 산행기들을 들다 보고 있쟈니~
가슴이 뭉클해 옵니다.
산행에서 만날 산우님들도 그립고
다시 산행을 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신
나의 그분께도 엎드려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사진 이미지는
내게 더 넓은 사진의 세계의 길을
걷게 해 준 똑딱이로 순수하게(?)
똑딱 똑딱 찍은 작년의 사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