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시까지 데려다 주고 11시 30분에 데리고 와야 하는 오전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네요.
이 날은 걸어가고 걸어와야 하는 길을 알려 주자는 의도에서 걸어서 학교를 가기로 했어요.
엄마랑 둘이서요..

1. 안개가 낀 아침 이였습니다. 처음엔 두리번 거리며 걷더니 뛰어가네요.

2. 그러더니 이내 멈추네요. 8 시가 넘은 시간까지 안개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3.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다시 제가 뒤로 왔어요.
가면서 아이는 공시랑 공시랑 거립니다. 배 껍질이 아프다네요...나 참...
배가 아프면 아프지 왜 배껍질이 아플까??? 녀석!

4. 보통 차로 오고 가는 학교 가는 뒷길 이라지요. 안개와 함께 아이 모습을 담을수 있어
저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5. 아이가 걸어가는 양 사이 까까머리 논 밭이 침묵속에 아침 맞을 준비 하고 있었어요.

6. 지나가는 차 를 잠시 한 켠으로 비켜 보내줍니다.
지금은 엄마가 있어 "차가오니 비켜서자~" 하고 말을 건네지만 혼자 걸어 갈 때에는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7. 차를 보내고 나 혼자만의 길인냥 아이는 다시 한 가운데로 걸어갑니다.
이리 저리 고개 돌려가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참 대견해 죽겠습니다.

8. 네 갈래 길이 나오면서 작고도 아주 짧은 다리가 나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있을 찌언데 아이가 선택해서 걸어가는 그 길이
후회 없는 선택이길 바래어 봅니다. 비록 먼~~훗날 이야기 이지만...

9. 엄마는 얼른 앞으로 뛰어나와 아이 앞모습을 담아 보았습니다.
한적한 우리 둘 만의 길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10. 표정이 조금은 힘들어 보이네요. 아이 걸음으로 20분 정되 되는 학교가는 길입니다.

11. 이 날 등교길이 아이가 살아가는 내내 좋은 기억주머니로 남아있음 좋겠습니다.

12. 엄마의 능청에 살짝 웃음을 던져주는 아이입니다. 달랑 달랑 이름표가 사랑스럽습니다.

13. 조금 큰 길로 나오니 제법 지나다니는 차가 늘었습니다.
덥다고 모자를 휙 벗어버립니다. 가방이 더 무거워 보이고 아이는 작아보입니다.

14. 또 다시 혼자서 가는 길... 봄을 맞이하려는지 밭거름 내음이 코끝을 때립니다.

15. 땅 냄새 맡으며 안개속을 한 없이 걸어갑니다.

16. 학교가 가까워지니 아빠랑 같이 걸어가는 친구를 만났어요.
서로 눈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아마 낯설은 거겠지요.
요즘은 아빠랑 함께 오고 가는 아이들이 많아짐을 느낍니다.
아빠의 눈에 당신의 작은 아이가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17. 학교 후문으로 올라갑니다. 가방이 아이 등을 받치고 가네요.

18. 운동장으로 들어서니 안개가 먼저 반겨주네요.
신기한 듯 두리번 거립니다.
아이에게 물어볼 걸 그랬어요. 안개가 뭐라고 하던? 하구요...

19. 엄마는 그 자리에...아이는 교실을 향하여 걸어갑니다.

20. 점점 멀어져 가는 아이 모습을 보며 엄마는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괜시리 울컥 거립니다.

21. 교실을 향하여 더 가까이 가까이...너무 조용한 아침입니다.

22. 뒤따라 오는 기척이 없었는지 아이는 뒤돌아 엄마를 바라봅니다.

23. 교실로 향한 마지막 계단을 올라갑니다.
언제 저렇게 컸는지...그 만큼 한 여자는 늙어간거지요.

24. 신발장에 나란히 올려 놓은 운동화가 더 소중해 보입니다.

25.교실에 들어서니 교장선생님이 나온 대형 모니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 저곳 호기심으로 아이들 눈은 더 바쁘지 싶어요.

26. 걷고 또 걷고 두리번 거리느라 조금 늦었나요? 아이는 친구 얼굴을 바라보며 제자리
앉습니다. 맨 앞자리에...

27. 그렇게 아이를 데려다 주고 엄마는 같이 왔던 그 길을 홀로 돌아갑니다.
안개속에 살포시 묻혀서....
이렇게 안개속의 학교 가는 길은 점점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나 - 민해경-
예전엔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는 줄 몰랐어요
어려운 일이 너무 많아서 지나온 날 돌아보다가
문득 그대의 상처가 나보다 큰 것을 알았죠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소중함을 잊었나봐요.
난 당신과 걸어온 이 길을 후회한 적 한 번도 없어요.
외롭고 허전한 내 마음속에 사랑이란 옷을 입혀줬으니
아침햇살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 그런 당신을 난 사랑해요.
내 곁에서 서 있는 당신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우리 서로 마주 보지 말아요. 둘이 한곳을 바라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