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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모짜르트를 들으면서 보는 클레
intotheself |
조회수 : 1,011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5-09-09 08:58:08
요즘 이 곳 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사를 보면서
제가 사는 일상이 너무 제 개인적인 일에 몰두하여 살고 있지 않나
그런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어른들과의 오전 스터디,그리고 책을 나누어서 읽는 일과
음반이나 영화를 나누어 보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의 최고치라고
미리 경계선을 긋고 나머지 일에는 눈을 돌리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면서
오전에 홈페이지에 쓴 글인데요
이런 마음의 움직임이 오는 것을 보니 조만간 변화가 오긴 오겠다는 생각을 하는 아침입니다.
어제 서양사 시간에 설은미씨가
제게 빌려준 음악 씨디(그녀가 풍월당을 소개받고
가서 구해온 음반이라고 모짜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한
4장짜리를 구했더군요.그리고 예전부터 들었다는 바하의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도 함께 가져다 주었습니다.)
무엇부터 들어볼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방에는 바하를
마루에는 모짜르트를 넣어두고
어제 밤부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운동을 가야 하지만
밖에 비도 내리고
모짜르트도 저를 유혹하고 해서
오늘은 그렇다면 오전 내내 조금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하고 눌러 앉아 있는 상태입니다.
혜경궁 홍씨의 기록 한중록을 모티브로 하여
영국 출신의 소설가가 쓴 붉은 왕세자빈을 읽으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열살에 들어와서 죽을 때까지 궁에서 살았던 한 인생에 대해서요.
그래서일까요?
담과 다리를 담은 황규백님의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림의 느낌은 담이 훨씬 좋은데도 마음은 다리 그림으로
가더군요.
오늘 마침 클레의 그림을 보는데도
창문을 통해서 바라본 그림앞에서 창문과 문의 차이를
주목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저 밖을 바라만 볼 수 있는 기능과
밀고 닫고 드나들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요.
작품의 제목이 through a window여서
아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얼마전에 ebsspace에서 만난
코시안의 집을 운영하는 분에게서 받은 명함 (한국에
온 노동자들과 국제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나누려고
운영하고 있는 단체인데 그 날 마침
그 곳 어린아이들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온 원장님이 계셨는데
제가 명함을 청해서 받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전화를 하기가 망서려지는 겁니다.
한 번 시작하면 계속 해야 되는 것 아닐까
일회성 일이라면 무슨 도움이 될까
이런 식으로 도망가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있던 중이라
아마 더 창문과 문에 대해서 생각이 번져가는지도 모르지요.
이 문제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은
말해요 찬드라를 읽은 다음부터입니다.
그런데도 막상 기회가 오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니
그림을 보다가 문득 오늘은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져 먹습니다.
익숙한 일을 하는데는 마음이 저절로 움직이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면 이렇게 마음속에서 온갖
생각이 난무하고 변명을 하는 이런 상황
이것이 인생의 끝까지 지속되는 것은 정말 싫구나
어느 선에서 확 그것을 뒤엎어버리고 한 발
앞으로 나가는 힘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지,필요하지
그런데 필요만을 따지지 말고 직접 실천하는 것이 어때?
이런 마음속의 대화들이 쌓이는 것을 보니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 분명한 모양이네요.
모짜르트 소나타 음반 한 장을 걸어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쓰면서 그림을 찾다보니
벌써 한 장의 연주가 끝나버렸네요.
다시 한 번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고
누워서 몰입해서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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