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마침 미술사 시간이 있는 날이라
늦은 밤 후앙 미로를 보고 있는 중에 쓴 글입니다.
ginny님은 클레의 그림을 더 보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은 날이 날인지라 아무래도 미로의 그림을 보게 되네요.
사실은 오늘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읽은 소설을 따라가며 보는 그림이었는데
그러다보면 또 삼천포로 빠지게 될까봐서 그것은 내일로 미루고 있는 중이거든요.
어제 오늘 이틀간 퍼플 라인을 읽다보니
주말이 다 지나버렸네요.
내일 아침 읽어야 할 미로가 생각나서
밤중에야 책을 들추어 읽어보고
번역을 맡은 부분은 내일 아침에 모르는 단어는 찾아서
해결하지 싶어서 대강 내용만 읽은 다음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
마음은 소설속에서 본 그림들을 추적하고 싶으나
그것은 조금 여유 있을 때로 미루고
이런 모범생적인 태도를 언제나 벗어버릴 수 있을까
문득 답답한 생각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가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게 만드는 에너지가 아닐까
금방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앉아 있습니다.
교재로 읽는 미로보다는 오히려 제가 혼자서 읽는 미로
그 책의 서술방식이 재미있어서 더 자주 꺼내 읽게 되네요.
이야기가 살아 있는 글에 대해서 제가 느끼는 친밀감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후앙 미로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가 되지요,
그러나 달리의 초현실주의와 미로의 그것은 상당히
다른 느낌이 드네요.
성향도 단정하게 정돈된 곳이 아니면 작품 활동을 어렵게
느끼고 피카소의 스튜디오를 what a chaos라고 표현하던
미로,그런데도 그의 그림에서는 단정함을 뚫고 나오는
새로움,파격이 느껴지니 겉모습이 전부 다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일화에 해당하겠지요?
어느 나라의 현대사라고 복잡하지 않은 나라가 있으랴만
역시 스페인의 현대사도 피를 먹고 자란 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작품은 1938년도에 그린 것으로 제목이 자화상입니다.
그 해는 스페인에서 내전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된 시기인데
그렇게 내성적이던 미로도 이 시기엔 적극적으로 그림을
통해서, 그림을 팔아서 생긴 돈으로
공화파를 돕는 일에 힘을 보탰다고 하네요.
이 그림의 제목은 탈출의 사다리인데요
미로가 1940년에 그린 그림입니다.
그 해는 이차대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때인데
그는 이미 스페인 내전을 겪었고
이번에는 그것보다 더 큰 규모의 전쟁앞에서
혼란스러웠겠지요?
그는 이 기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오늘 읽은 퍼플 라인은 한 문학도가 우연히
르부르에서 만난 시선을 끄는 그러나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기 어려운 그림 한 점이 그의 생애의 상당한 시기를 바쳐서
그 그림에 대해 연구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 역사와 만나고 결국은 많은 문헌에 관한
연구를 통해 그림의 비밀에 근접하는 사람,저자이자
작품속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글에서 참으로 인상적인 말이 있어서
일부러 수첩에 적어 둔 표현이 있었지요.
눈은 정신이 질문으로 깨울 때까지는 자고 있는 법이다.
앞으로 그림을 볼 때 가끔씩 꺼내서 생각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살면서 그냥 모든 일에 눈감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
생각해보고 싶은 구절이기도 하네요.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일요일 밤에 보는 후앙 미로
intotheself |
조회수 : 1,126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5-09-05 00: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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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toto
'05.9.5 8:56 AM'퍼플 라인'
저도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2권으로 나와 있길래
원서로 사서 볼려구요.
저는 2권으로 책이 나눠 지면 사기가 싫어져요.
이번 달에 남편이 외국 나가는 데 그때 부탁 할려구요. 선생님도 필요 하신 책 있으시면 쪽지 주세요.2. intotheself
'05.9.5 9:05 AMtoto님
그리고 퍼플 라인이 궁금한 분들은 네이버의 everymonth로 가보시면
이틀간 제가 읽던 중에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여러 꼭지의 글을 올려 놓았습니다.
참고 하시면 책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고요
toto님
책 제안 고맙습니다.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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