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인상적인 화랑중의 하나가 바로 박여숙화랑입니다.
그 화랑에서 선보인 화가 한 명이 궁금하여 찾기 시작하다가
거기서 발전하여 화랑에 관한 글까지 찾아 읽은 아침
도서관 홈페이지에 쓴 글입니다.
강남에 사시는 분들에겐 찾아갈 만한 공간이기도 한 것 같네요.
어제 여러 나라의 화랑이 선보이는 화가들을
다양하게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화랑중의 하나가 바로
박여숙 화랑이란 곳이었는데요
우선 크리스토의 작품이 사진으로 여러 점 있었고
빌 베클리라는 화가의 그림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늘 아침 야후 컴에서 찾아보니
박여숙 화랑의 그림도 몇 점 소개되어 있네요.
외국 싸이트에서 만나서 그런지 더 반가운 느낌에
뒤적이며 어제의 느낌을 살려 봅니다.
어제 프랑스에서 온 화랑에서 소토의 작품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 여자분이 화랑을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물론 영어로요.
자신은 한국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소토에 대해 관심이 있다
작품의 카탈로그가 있는가
가격대는 어떻게 하는가
여러가지 사항을 물어봅니다.
아트 페어에서 이렇게 작품을 구매하기도 하는구나
신기해서 한참 옆에 서서 들었지요.
그러고보니 현대 미술사 책에서나 보던
소토의 작품도 어제 여러 점 보았네요.
다시 빌 베클리로 돌아가서 다른 싸이트에 있는
그의 그림 몇 점부터 봅니다.
이번 그림은 박여숙 화랑의 이름으로 올라와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어떤 화랑에서는 그림이 눈길을 끌어서
부쓰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이 그림이 마음에 드는데
화가의 약력에 대해 알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 화가라고 말을 하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그 여자분이 물어봅니다.
그림 그리는 분인가요?
졸지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는 웃지 못할 순간이었지만
아니요. 그 한마디로 꿈을 깨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느 일본 화랑에서 내놓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이야기를 걸었더니
아주 상냥한 일본 여자분이 대답을 합니다.
그는 네덜란드 화가라고요.
그러면서 그 사람도 말을 하네요.
artist 인가라고
그러고 보니 그림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그냥 구경만 하면 일반인이라고 생각하고
궁금하거나 무엇인가 알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취향을 밝히면서 무엇을 물으면
단순히 화가라고 생각해버리나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도 새롭게 만난 동시대를 사는 화가들이 있어서
더 좋았던 전시회였고요
언젠가 동경에 가게 되면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들을 볼 수 있겠구나
그런데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나
그런 과제를 안고 돌아오기도 했지요.
아침 시간 음악을 들으면서
인터넷에서 박여숙을 검색해보니
의외로 글이 여러 편 있네요.
그 중 하나 어제의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실린 글을 읽어봅니다.
20년의 세월 뒤, 이제는 비상(飛上)이다.
'박여숙화랑'이 수무 돌을 맞았다. 여유가 스며들 틈도 없이 달려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더욱 보폭을 확장시켜 나갈 화랑의 수장인 박여숙 사장과 마주했다.
박여숙이란 이름으로
몇 년 전부터 있었는지 몰라도 언제나 거기 그렇게 있는 것들이 있다. 아주 친숙하게. 너무도 그러해서 굳이 언제부터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물을 필요도 없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벌써 몇 년이나 되었다구나'란 말을 들으면 참으로 새삼스럽다. '박여숙화랑'이 2003년 12월로 스무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세어보지 않은 숫자를 셀 때의 어색함이 따른다. 화랑이 1983년에 문을 열었으니깐, 1984,85,86,..., 열손가락이 꼭 두번씩 곱꺾인다. 1980년대 후반에 누군가가 전시를 했을 때 누구와 하냐고 물으니, 젊은 여자 화상(畵商)인데 참 열심히 하고 괜찮은 사람, 이라고 평했었다. 그 전시장에서 그녀의 얼굴은 보지 못했었다. 오프닝의 북적거림 속에서 스치기만 했을 뿐, 못 알아봤었는지도. 강산이 한번도 더 변한 후에 그 화상을 만나게 되었다. 박여숙 화랑의 박여숙 사장. 언제나 그랬다. 한번에 이름을 두 번 듣는 것이. 그래서 더 귀에 익은 이름이었나보다.
1983년, 그녀는 서른하나의 나이로 화랑을 이끌고 가게 되었다. 패기가 넘쳤다고나 할까 아니면 그 나이에 당돌했다고나 할까. 그녀는 자신의 본명을 화랑의 이름으로 내걸었다. 사실 서양에서는 학교 이름부터 거리 이름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이름을 많이 따서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이름을 그렇게 아무나 함부로 부르게 내거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부르는 이름을 따로 짓기도 했고, 이런 익숙치 않음을 시도하면서 그녀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것이다. "용기가 필요했어요. 무리가 아니냐는 반대의견이 더 많았어요, 그런데 적은 규모로 시작하니까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기존 화랑의 이점이나 특성을 따르지 않고 제 나름대로 새로운 화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박 여 숙'이란이름이 중요하나 것 같았어요." 20년이 지난 지금, 박여숙 화랑이란 이름은 '익숙함'에 편재되었다.
20년 전의 새살림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미술계의 몇 군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화랑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적도 있었는데 그녀의 생각과는 방향이 틀렸다. 당시에는 원로작가 몇 사람의 작품에 의존해서 많이들 화랑을 경영할 때였다. 큐레이터 생활 6개월 후에 그녀는 자신만의 화랑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나름대로 젊은 작가,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었고 그런 시작이 미술계에 작은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화랑 문을 열었다. 화랑 주인도 젊고 전시 작가도 젊은 화랑. 사실 남과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길을 걷기를 실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법이다. 그 고행 길을 자처하면서 그녀는 미래를 미리 설계하지는 못했다. "무조건 그냥 열심히 했어요. 좋아하는 작가는 성심성의껏 알리고 컬렉터에게 권하고 그러는 사이에 하나하나 쌓였는지 화랑이 커가더라구요. 전시를 했던 작가들은 계속 성장 추세에 있었고요."
처음부터 번듯할 수는 없었다. 여의도 미성 아파트 라이트 쇼핑센터 3층의 28평 공간에서 영세한 '새살림'을 시작했다. 첫 전시 작가는 김점선, 작가의 첫 전시이면서 화랑의 첫 전시였다. 그것은 지금 보면 모험이었는데, 전시 반응은 '신선하다'였다. 두 번째 전시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있던 작가 이영학. 그 전시도 성공적이었다. 그녀의 살림 밑천은 말 그대로 노력이었고 신뢰감이 밑거름이 되어 화랑은 성장해 나갔다.
이즈음에 패션 디자이너 강희숙은 청담동에 건물을 지으면서 1백평이 넘는 공간을 문화적인 공간으로 꾸미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임대를 요청했지만 그녀는 박여숙 사장에게 28평 공간과 같은 임대료로 1백 평을 맡겼다. 이것은 불씨에 실컷 풀무질을 하는 정도의 기회가 되었다. 어느 모로 보나 여유란 것은 스며들 틈이 없었다. 이듬해부터 그녀는 더욱 전력투구를 했다. 그 불이 크게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이 기회의 '땅'에 오래 머물렀다. 홀로 서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섰던 1988년, 현재의 박여숙 화랑이 위치한 곳의 주택을 하나 매입했다. 그것도 대단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것은 아니었다. 이 주택을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신속하게 증개축을 하여 지금의 화랑 건물로 만들었다.
20년 후, 그리고...
그달 그달 달리다시피 일을 하다 뒤돌아보니 20년의 세월을 딛고 서있었다. 성공? "화랑 이름 지은 것은 성공한 것 같아요. 나머지는 실패는 아닌데 아쉬운 점이 있네요. 성격이 좀더 사업에 적확했다면 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이 정도 세월이 지난 후에는 회사체제로 발전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해요." 타인과 자신을 재는 잣대는 언제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스스로를 뒤돌아보면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데 그것이 남의 눈에는 충만함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박여숙화랑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자면, 등 뒤로 외부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그녀를 느낄 때가 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정확한 그녀의 발걸음과 절도 있는 움직임이 가르는 공기의 흐름은 바로 그녀임을 입증한다. 때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저런 당당한 태도로 그녀가 일에 임할 것이라고..., 물론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언제나 어느 상활에서나 그녀를 지탱하게 했던 원동력은 '미술에 대한 사랑'이다. 열정 하나가 크나큰 버팀목이 되었다. 그리고 보람과 재미를 느꼈을 때 더 없이 이 직업을 선택한 데 티끌의 후회도 없다. 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누군가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한 컬렉터가 피악(Fiac,프랑스 국제현대미술전)전체를 둘러보고 와서는 그림 한 점이 딱 마음에 든다며 그녀의 조언을 구했다. 작품들 보니 그녀가 전시 기획을 잡은 외국작가의 작품이었던 것. 두 사람은 두 손을 마주쳤다. 10년을 함께 지내니 그렇게 기호가 맞을 정도로 교감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 작가가 바로 지난 5월에 전시한 빌 베클리. 그는 유명한 화상 한스 마이어를 통해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운을 띄었던 작가였다. 당시 한국의 박여숙 화랑을 모르고 있던 상태였던 그가 뉴욕 소호에 있는 집에서 파티를 열었는데 우연히 초대받은 사람이 크리스토. 박여숙화랑과 이미 연결 고리를 맺고 있던 그의 설명을 듣고는 베클리는 한국의 좋은 화랑에서 전시를 하게 된 기쁨에 즉각 팩스를 보내왔다. 넓디넓은 세상은 왜 이리도 좁은 것인지. 영국의 한 컬렉터는 한국 작품을 유난히 좋아했다. 마이애미에서 만나서 알게 된 이후로 해외 아트 페어에 나가면 찾아오곤 했다. 런던에 사는 그가 거리를 걷다가 작가 패트릭 휴즈(박여숙 화랑에서 이미 전시를 한)의 스튜디오를 발견하고는 들어갔다-휴즈의 작업실은 유리로 되어 퍼포먼스를 보듯 그가 작업하는 것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다-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의 박여숙 화랑에까지 화제가 이르게 되었으니 이런 것을 어떤 우연이라고 칭할까.
키네틱 아트를 하는 프레일겐이 독일 컬렉터의 아기 방 전체를 모빌로 꾸며 줄 것을 부탁받았는데 그 컬렉터는 전광영의 작품을 이미 구입했었고 둘의 화제는 박여숙 화랑으로 좁혀졌다. 바로 이런 꿈같은 이아기를 그녀가 전해 들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은 세계적으로 통하나 보다. 박여숙 사장이 좋아하고 서로 같은 작품을 좋아하고.... 아무리 사람을 사귀고 싶어도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을 어찌 쉽게 사귀겠는가, 그런데 그림이 매개가 되면 말이 필요없이 금세 통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모두들 예술가들이라 참으로 예술적이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을 줄때는 배우는 자세가 된다. 힘들다는 생각은 어느 새 뒷전이 되어버린다.
이제 앞으로
지난 20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20년보다 많은 세월들 속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그녀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인가. "우선 저를 위해서겠지요? 저는 연출자라고 생각해요. 같은 작가의 작품이 다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작가의 좋은 작품을 선택해서 제 공간에 펼쳐 놔보고 좋은 작품을 좋은 분들한테 권하면 서로 간에 교류가 일어나는 것에 행복감을 느껴요. 결국은 작가, 컬렉터, 그리고 저, 모두 만족하는 것이니 전체를 위한다고 할까요?(웃음)." 근본적으로 그녀가 바라는 것은 더 많은 비즈니스를 통해서 더 많은 작가를 후원하는 것이다. 젊은 작가뿐만 아니라 중견 이상이더라도 국내 혹은 해외 전시를 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그럴ㄸ 때 그녀가 나설 수 있는 정도라면 흡족할 것이다.
박여숙화랑은 해마다 선별적으로 11개의 해외 아트페어에 나간다. 미국, 유럽, 호주 등지의 아트페어에 참여했는데 그중 호주로부터는 초대를 받는다. 2004년에는 7~8회의 기획전과 5~6회의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적인 특징이 있는 작가, 한국인의 장점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작품을 알리고 싶어요,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해요. 원래 고미술, 전통미술에 관심이 많은데 그 속에 참 아름다운 어떤 세계가 담겨 있어요. 그런 것을 현대에 와서 계승해서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20주년. 그녀가 바라보는 20주년은? "이제 화랑다운 화랑이 될 기초가 닦였다고 할까요? 이제부터 좋은 화랑을 해야지요." 타인이 보기에는 비상(飛上)일 터인데 그녀는 겨우 기초라고 부른다. 역시 타인과 자신의 잣대는 큼직한 차이를 보이나 보다.
요즘 여기저기서 자주 만나는 크리스토입니다.
CHRISTO 크리스토 소피아 미술대학 수학/ 비엔나미술대학에서 수학/ 1957 포장된 오브제들/ 1971 "계곡의 장막" 그랜드 호그백(캘리포니아)/ 1978 "The Gates" 센트럴 파크프로젝트(뉴욕, 현재 진행중)/ 1984 "퐁테프 다리포장"(파리, 1975-1985)/ 1991 "Over The River" 아카서스 강 프로젝트(콜로라도, 현재 진행중)/ 1995 "국회의사당 포장"(베를린, 1971-1995)/ 1998 "포장된 나무" 베로어 공원(리헨-바젤, 스위스, 1997-1998)
기억하고 있다가
그 곳에서 전시가 열리면 한 번 찾아가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을 끄는 곳을 만난 아침
오늘은 이것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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