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의 작은 텃밭 옆 동네 할아버지 밭 한쪽에 지금은 꽃이 지고 씨가 맺혀 있지만
얼마전까지는 모란인지, 작약인지 모를 꽃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었지요.
생각해보니 5월이면 아파트 화단에서 무수히 보았던 이 꽃을 작약이라 불러야 할지
모란이라 불러야 할지 헷갈리더군요. 동료에게 물었더니 역시 차이점을 모르겠답니다.

그래서 어제는 도서관에서 식물 도감만 몇권을 들여다 보았어요.
궁금해 하든 수국과 불두화의 차이도 알게 되었죠.
오늘은 일단 모란과 작약의 차이점에 대해 써 볼까 합니다.
꽃 모양이 거의 똑 같아 구분이 잘 안되는 모란과 작약의 확실한 차이는
모란은 나무이고(목본식물) 작약은 풀이라는(초본식물) 점이예요.
즉, 모란은 다른 나무들처럼 줄기가 땅위에서 자라서 겨울에도 죽지 않고
작약은 겨울이 되면 땅위의 줄기는 말라죽고 뿌리만 살아 이듬해 봄에
뿌리에서 새싹이 돋는거죠.
그리고 자세히 보면 잎도 조금 틀리답니다.
모란이 좀더 부드럽다면 작약은 색이 더 짙으며 빳빳한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요.
확인 결과~~~ 이 할아버지 밭의 꽃은 모란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으례히 모란이 먼저 피면 작약이 뒤따라 피는데 이것은
모란과 작약의 전설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게 됩니다.
그리고 전설을 통해 모란은 남성적인 꽃이고 작약은 여성적인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모란과 작약의 전설을 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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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과 작약꽃에 얽힌 이야기 ★
작약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옛날 파에온이라는 공주가 사랑하는 왕자를 먼 나라의 싸움터에 보내고 혼자서 살고 있었다.
공주는 이제나 저제나 하고 왕자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며 살았다.
그러나 왕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눈 먼 악사 한 사람이 대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공주는 그 노랫소리가 하도 구슬퍼 귀를 기울여 자세히 듣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노래는 왕자가 공주를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죽었다는 사연이었기 때문이다.
왕자는 죽어서 모란꽃이 되어 머나먼 이국 땅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주의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컸다.
공주는 굳게 마음먹고 악사의 노래 속에서 가리키는 대로
머나먼 이국 땅을 찾아가 모란꽃으로 변해 버린 왕자 곁에서 열심히 기도를 드렸다.
사랑하는 왕자의 곁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공주의 정성은 마침내 하늘을 감동시켰다.
그리하여 공주는 작약꽃으로 변하여 왕자의 화신인 모란꽃과 나란히 같이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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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꽃은 아름다우나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으니 분명 향기가 없을 것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공주 시절의 신라 선덕여왕과 모란꽃 그림에 얽힌 일화 때문이죠.
이 얘기를 어려서부터 들은 저 역시 여지껏 모란은 향기가 없는 꽃인줄 알았어요.
그러나 이번에 제가 맡아 본 모란꽃은 향기가 있더군요.
그 큰 꽃잎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나는데....
차라리 향기가 옅어서 더 아름다운 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리 색이 진하고 탐스런 꽃이 향기까지 진했으면 오히려 천박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죠.

모란은 ‘부귀(富貴)’를 나타내는 꽃이랍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모란을 귀히 여겼고.
이불이나, 신부의 예복, 병풍등에 수를 놓아 부귀 영화를 염원 했다는군요..
선조들이 ‘꽃 중의 왕’으로 치며 부귀의 상징으로 여기며 좋아하던 모란꽃.

혹시나 지금까지 모란과 작약을 구별치 못했던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사진으로나마 모란과 작약을 구별해 보시죠.
그리고 가까이 작약꽃 핀 곳이 있다면 크고 풍성한
그 꽃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지금 모란은 지고 없지만 아직 작약은 한창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