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서는 한 번 휙하니 주로 사진만 보았는데
아무래도 영어책이다보니 제대로 앉아서 읽어야 전체적인
윤곽을 읽어낼 수가 있어서 작정하고 시간을 냈지요.
시험공부한다고 앉아 있는 아이들 곁에서
책을 읽다보니 아이들은 꾸벅 꾸벅 졸고 있습니다.
가서 자라고 들여보내고
베토벤을 틀어놓고 마저 읽은 다음
책의 도판으로는 모자란 부분을 검색하고 있다보니
지난 번 가우디가 다 배꼽으로 처리된 아쉬움이 있어서
한 번 더 시도합니다.
오늘은 주로 구엘 공원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읽은 어떤 기행문에서는 사진작가가 스페인을 간 이유가
바로 가우디를 만나기 위해서였노라고 하면서
바르셀로나의 가우디를 잔뜩 소개한 책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런 저런 사진들을 뒤적이다 보니
그렇구나 이 한 곳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겠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드네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이탈리아 기행이란 글이 있습니다.
원래 책으로 내려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의 생일날 친구들이 열어준 파티를 즐기다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빠져나와
(그 전에 공무에 시달리다가 이렇게 살다가는 자신에게서 에너지가 다 빠지게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이탈리아 여행길에 나선 것에서 시작하여
그가 이탈리아에서 상당히 오래 머문 기간의 기록을 자세히 해놓은 것이지요.
처음 그 책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는 괴테의 글이라니 그저 호기심에서
사서 읽었고 그 때만 해도 제가 이탈리아에 갈 것이란 생각을 거의 못했던 시기라
한 번 읽고는 그냥 서가에 꽂아둔 책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말에 가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그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가 간 길을 지도에서 일일이 찾아서 대조해보고
좀 더 자세한 여행안내서의 설명을 읽어가면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그렇게 보니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생생한 기행문인지
정말 재미있군요.
그저 그렇게 읽었던 책이 이렇게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니
감탄을 하게 됩니다.


아마 이 공원도 이미 본 사람들의 느낌,곧 가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의 느낌은
조금 더 다를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런 매력적인 장면에 무감각하긴 좀 어렵겠지만..



가우디는 세라믹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것을 실제로
자신의 작업에서도 많이 이용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오늘 읽은 책에서도 구엘 공원을 소개하면서 건물 천장의 세라믹 부분만
일부러 확대해서 보여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니 바로 이 건물의 천장이었군요.


책에서 읽은대로 순서를 따라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다양한 사진을 보았으나
오늘은 구엘 공원이 제일 마음에 끌렸습니다.
금지된 장난이 재미있다고
손을 가능하면 쓰지 말라고 하는 시점에서 쓰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더 많으니 참 묘한 심리로군요.
그래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