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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그림을 보다

| 조회수 : 1,892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5-02-05 11:26:02
요새 다시 영화를 보는 병?이 도져서

늦은 밤 마루에서 숄을 두르고 (터키에서 숄을 하나 사왔습니다.

겨울에는 마루에 있으려면 등이 좀 시린 느낌이 들어서요.

그랬더니 영화 볼 때 혹은 소설을 읽을 때

얼마나 요긴한지 모릅니다. 숄 하나로 그렇게 느낌이 달라지다니 하면서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지요)

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이미 늦은 시간이 되어

그 때부터 그림을 본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게 되는군요.

그러면 자야 할 시간의 한계를 넘어버려서 그 다음 날이

엉망이 되어버리거든요.

언제나 다음 날 아침 일어날 걱정을 하지 않고

고요한 밤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볼 날이 오려나...















이번 그림의 제목이 aquatic인데요

예전에는 수중 세계란 제게 단순히

심미적인 대상에 불과했는데 이젠 들어가 볼 수 있는 세계

들어가려고 준비중인 세상이 되어 버렸네요.

그래서 더 자세히 보고 있는 저를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군요.

이 그림은 윌리엄 바지오츠의 작품인데요

그는 미국 추상 표현주의 화가들중의 한 명 입니다.

이차대전중 독일의 나치를 피해

미국에 온 유럽화가들중에서 특히 초현실주의 풍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그림 세계를 확립해간

화가중의 한 명이지요.




바지오츠를 찾아보다가 그의 그림을 소개하는 한 미술관에서

순서대로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이번 그림은 조지 벨로우즈의 파도입니다.






이 싸이트에 있는 화가들은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많지 않군요.

찰스 버취필드의 mother britannia입니다.




역시 같은 화가의 그림인데요 민들레 씨가 흩어지는 것을 형상화한 그림같군요.



그림을 보는 중 독서실에 가기 싫은 딸이 말을 겁니다.

엄마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가기가 싫어

너무 무거워서?

그래도 가야지.

벌써 11시가 다 되는데 아직도 꼼지락거리는 딸을

견디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하도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저도 마음이 덜 상하는 것을 보니

익숙해진다는 것이 무섭군요.

그러면 엄마가 나가기 전에 자신이 좋아하는 요구르트와

먹을 것을 좀 사다 놓고 나가라고 부탁을 하더니

가기 싫은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는 딸을 보는 것이

마음이 짠하군요.

언제나 자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이 그림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군요.

제대로 볼 수 있으면 느낌이 조금 더 다르겠지요?

왕비의 침실이란 소설에서 보니 주인공이

대서양과 지중해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대서양을 바라보는 기분에 대해 길게 설영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 때 혼자서 생각을 했었습니다.

바다를 보러 가는 것,서로 다른 느낌의 바다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아주 좋은 여행이 되겠구나 하고요.

이 그림의 제목은 sunrise네요.

이 제목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터너의 그림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딸이 원해서 틀어놓은 위넴프인가 하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인데

평소라면 들어보지 못하는 노래들이 마구

흘러나오네요.

처음에는 제가 듣던 곡을 끄고 마지못해 양보한 것인데

딸이 나가고 나서도

음악의 리듬이 흥겨워서 그대로 듣고 있는 중입니다.

좋아하는 노래의 풍이 많이 바뀐 것이 느껴집니다.

아이도 그렇게 조금씩 커가는 것이겠지요?

그림을 이리 저리 구경하고 나서

다시 윌리암 바지오츠의 그림으로 돌아갔습니다.













바지오츠의 그림을 찾다가

마침 초현실주의와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의 연관성에

관해 설명하는 글을 하나 읽게 되었습니다.

1910년대부터 프로이드와 융의 글이 많이 읽혀지면서

화가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일이 외부세계를

바라보는 일 못지 않게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한 일이 되면서

그림의 소재가 달라지는 현상을 소개하는 중

kenzo okada란 일본 출신의 화가 그림이 한 점

소개되었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아마 너무  오래 되어서 이젠 제게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어떤 일이 오늘 아침 일어나기 전

꿈속에서 너무 선명하게 나타나 깜짝 놀란 일이 있어서

무의식이란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골똘히 한 아침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 들어와서 다시 더 찾아보고 싶은 화가를

한 명 만난 아침이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아도 마음이 충족된 아침입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린
    '05.2.5 12:37 PM

    저도 오늘 토욜이라 늦잠자고 뒤척이다 이제야 82에 들어왔는데
    역시 intotheself님의 글이 올라와있네요^^...
    잘 모르는 그림이지만 이렇게 자상한 설명과 들으니
    제 눈이 많이 높아지는 느낌이어요.
    잘 보고 갑니다~~*^^*

  • 2. 마리나
    '05.2.5 1:07 PM

    매번 올려주신 그림 잘 보고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싸이트에서 퍼온건지 궁금하기도하고
    더 보고싶을때가 있기도한데...
    싸이트도 함께 올려 주심 어쩔까 하는데...

  • 3. blue violet
    '05.2.5 9:39 PM

    오늘도 기분이 좋네요.
    내가 잘 모르는 화가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
    새로운 세계를 알게해준 intotheself님께 감사드립니다.

  • 4. intotheself
    '05.2.6 12:44 AM

    마리나님

    언젠가 제가 소개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 때는 못 보신 모양이군요.

    그 싸이트에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그림이 소개되어 있어서

    앉아서 매일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 보는 엄청난 행운을 누리고 있답니다.

    www.artcyclopedia.com인데요

    마리나님이 보고 나서 좋아하는 그림을 올려 놓으신다면

    서로 소통하는 즐거움이 배가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저도 매일 그림을 보면서 선택을 해서 올리거든요.

    바로 그 선택의 과정에서 어떤 작품은 선택되고 어떤 작품은 배제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더군요.

    그리고 그 과정이 가끔은 바뀌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그림보기가 되는 것 아닐까요?

  • 5. toto
    '05.7.20 12:01 PM

    세상에는 좋은 그림이 참 많군요.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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