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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디스의 폐허에서 에페스까지

| 조회수 : 1,259 | 추천수 : 8
작성일 : 2005-01-28 00:44:37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보신 분들은 여자 주인공이 남편과 함께 도착한 사막에서

밤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는 자리에서 머리속으로 기억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광경이

기억나시나요?

그 때 이야기의 내용이 바로 리디아 왕국을 건설한 기게스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처음 그 영화를 보았을 때는 기게스란 이름은 전혀 기억에도 없었습니다.

그저 헤로도토스를 늘 들고 다니는 남자 주인공때문에 헤로도토스를 읽어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그 책을 읽었었지요.

그리고 나서 다시 그 영화를 보았을 때  기게스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아, 그 사람이 바로 리디아를 세운 그 사람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리디아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나라는 최초로 금화를 제조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그 나라의 크로이소스라는 왕이 너무나 부자여서 as rich sa croisus(철자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억이 가물거려서요) 라는 영어 표현에 남아 있기도 하지요.

바로 그 나라의 유적을 찾아나선 날입니다.

역사책에서 보면 키루스(혹은 시루스라고도 하는)가 이 곳을 점령한 다음 수사에서 사르디스까지

길을 닦았고 이 길을 통해 보통의 상인이라면 몇 달이 걸릴 거리를 왕의 전령들은 일주일만에

주파하면서 왕의 명령을 전달하면서 통치를 도왔다는 바로 그 사르디스이기도 합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회자되기 전에 이미 페르시아에는 왕의 길이 존재했었고

나중에 이 길은 실크로드로 이어지는 길이 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페르시아의 길,로마의 길,그리고 몽골의 길

이런 길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물건들과 사람들,그리고 사상들이 전래되었을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길을 찾아가는 동안 버스속에서는 가이드를 맡은 교수의 강의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너무나 제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던 것은 강의시간에는 잠이 쏟아지고

강의가 끝나는 순간 잠이 깨는 적이 여러번 있었다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졸려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도 하더군요.

그러니 어떤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되기 전에는 이해란 얼마나 피상적인 것일까요?

터키어 강의를 듣는 동안 숫자로 소리를 발음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유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화장실로 달려간 사람들이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 사람에게

되르트를 외치며  화장실 (공중 화장실에서는 돈을 받는 곳이 많아서요) 사용료를 깍는

장면이 벌어졌지요.

되르트는 4라는 말인데 원래는 두 명이 내는 돈으로 네 명까지 들어가게 해달라는 말이었지요.

되르트라는 말을 아는 것이 신기한지 그 사람은 그냥 일달러에 4명 다 들어가도록 허락해주었고

함께 그 앞에서 흥정을 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친 사람들이 선두를 따라서 올라가는 길,

리디아의 수도였던 사르디스의 페허에 아주 조금 남은 성벽이 있었습니다.

그 너머에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었던 터가 있는데 물론 이 신전은 리디아 왕국의 것은 아니고요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물리치고 나서 세웠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페허이지만 남은 기둥으로 보아서 그 당시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는데

그림엔 젬병인 제가 마음이 동해서 노트에 기둥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럴 때 마음대로 느낌을 선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유적지에서 몇 번 그리기를 시도해보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영 아니올시다로군요.



사진에서 뒤 쪽에 보이는 큰 기둥 두 개가 바로 제가 그려보고 싶었던  기둥인데요

기둥 하나가 얼마나 대단한지,그 시대에 신들을 섬기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자신들이 믿는 신을 위해 헌신하는 인간들의

마음이란 그런 헌신의 동기가 없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미스테리인지 모릅니다.




같은 장소인데요 카메라가 잡은 느낌은 사뭇 다르지요?

이 곳에는 유대교 회당이 있었던 터와 모자이크도 바닥에 많이 남아 있었고

사르디스와 수사를 잇는 길에 말이 달리던 흔적도 조금 남아 있더군요.

폐허란 아무 것도 없는 지역이 아니라 아주 적은 흔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란 것을 알았다는 것이 이번 여행에서 제가 얻은 큰 수확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르디스를 떠나서 에페스 유족지로 향하는 길, 버스속에서 유목민의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관심있는 강의라 그런지 잠이 확 깬 상태에서 메모를 해가면서 들었지요.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언젠가 읽었던 유목민이 본 세계사란 책이 생각났습니다.

어딘가 박혀 있을 그  책을 집에 가서 다시 읽으면 더 실감이 나겠다 싶어서

노트에 그 책 이름을 메모해 놓은 흔적이 있네요.

에페스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사도 요한의 교회와 마리아가 말년에 살았다고 하여

나중에 성지로 선포된 곳에 갔습니다.

에페스는 성경에서 에베소라고 알려진 곳이라 아마 기독교 신자라면 너무나 익숙한 지명일 것 같아요.

이 곳은 옛날에 로마제국의 두 번째 소아시아 수도였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지난 번에 소개한 페르가뭄이었고 두 번째가 이 곳 에페스였는데  이 곳은 원래 항구도시여서

아주 번창한 곳이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항구도시에서 내륙으로 변해서 그 당시의 번창의 흔적을 알기 어렵게 되어 있더군요.

그 모습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가 배우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역사 따로  지리 따로  지구과학 따로 미술따로

이런식으로 따로국밥식으로가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를 놓고 왜 변화가 오게 되었고

그 변화를 초래한 원인이 단지 사회 경제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지리적인 요인,기후로 인한 변화등을

총체적으로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생생할까를 상상하게 되었거든요.

에페스는 사도 바울이 선교했던 지역이기도 하고  사도 요한이 예수의 마지막 부탁을 받고

마리아를 모시고 와서 지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지 순례의 코스에 꼭 끼는 지역이기도 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사진은 사도 요한의 교회 모습입니다.




다른 제자들이 순교의 길을 갈 때  자신은 예수의 마지막 부탁을 이루기위해

마리아를 모시고 이 곳으로 와서 멀리서 소식만을 듣고 있었을 요한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고

마리아가 살았던 곳이 버스로도 한참 올라가는 높은 산이었는데  그 속에서 아픈 마음을 달래면서

살았을 마리아의 인간적인 고뇌와 외로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곳은 잊혀져 있다가 독일인 수녀의 꿈에 이 곳이 나타난 덕분에 발굴이 되었고

교황에 의해서 마리아의 집으로 선포되었다고 하네요.

새소리가 들리는 한적한 곳에  푸른 눈의 늙은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이 평화로워보이더군요.

수도원안으로 들어가서 촛불을 켜고  마음을 모아서 기도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이기는 힘을 내적으로 길러가면서 커가기를

아이들에게 엄마인 제가 어려울 때 큰 나무그늘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길


돌아서 나오는 길에 일행중의 한 분이 기도하다가 눈물을 훔치고 있더군요.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건드려서 울게 하나 싶었지만 아는 체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살짝 돌아나오는 길

그녀의 눈물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 곳에서 못 보아서 아쉬웠던 곳이 한 곳 있지요.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일컬어지는 아르테미스 신전인데요

달랑 기둥 하나만 남았다고 일정에서 빼는 바람에 (그런 곳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았기에)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그 곳을 떠나 쉬린제라는 포도주로 유명한 마을에 갔습니다.

저는 포도주를 별로 즐기지 않는 탓에 그 곳 자체보다는 거기까지 가는 길이 좋았습니다.

구불 구불 올라가는 길에 올리브 나무들이 어찌나 많은지 올리브 나무 사이로 라는 영화를 기억하게

되었고 아,이런 지형에서 (이란에서도 스페인에서도 올리브 나무가 많은 모양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소설에서도 올리브 나무들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그런 영화가 나오다보다

산 기슭을 코를 박고 쳐다보며 올라갔습니다.

원래 이 곳은 그리스인들이 살던 땅인데 로잔조약으로 그리스 인들은 떠나고 터키인들이 들어와서

살게 된 지역이라고 하네요.

재미있는 것은 이 곳 간판들이었습니다.

상점의 간판에 아직도 남아있는 신화의 흔적들..

포도주를 시음하고 나서 그 동네 가게에서 물건들을 좀 구한 다음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동행한 사람 셋이서 마을을 탐색하고 돌아다니던 시간의 즐거움이 지금도 기억나는군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린
    '05.1.28 12:52 AM

    intotheself님 글과 사진을 보며
    몇 년 전 다녀온 그 곳이 눈 앞에 선 합니다.
    저는 건성건성 스치듯 지나버린 곳인데
    님의 설명으로 지금 다시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터키, 참 멋진 곳이죠?^^

  • 2. 마리나
    '05.1.28 2:43 AM

    글을 읽으며 마치 나도 intotheself님과 함께
    여행을 하는듯 합니다.
    벌써 오늘,아니 이젠 어제군요.세번째만에 님의 글을 만나고 지금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벌써 또 다음을 기다리고있는
    자신도 봅니다....

  • 3. 다람쥐
    '05.1.28 12:51 PM

    님의 글을 읽고, 다음주에 여행하게될 터키가 기대되네요.
    님처럼 공부(?)를 좀 하고 떠나야 되겠네요.

    어떤 곳을 여행할 때, 그 장소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과 작가를 알고, 그 곳을 방문 했을 때의
    감동,,, 참 다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의 워즈워드 생가와 그 도시, 폭풍의 언덕의 장소,
    제인에어의 배경장소등 등... 너무 감동적이었지요.

    카톨릭신자지만 엉터리여서, 성지를 방문하는 감동이 덜 하겠지만, 저희 가족 모두가 함께 가는
    터키여행이라 님의 글이 저를 들뜨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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