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실 때도 오뉴월 염복에 돌아가셔서 계속 괴롭히시는군요.
여름날 제사 음식 장만하기는 정말 인간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지요.
서울집에 가서 불 앞에서 전을 부치는 제게
장난꾸러기 엄마가 '이글루'를 선사해주었습니다.
'이글루'가 뭐냐고요?
바로 이것!!!

위 사진은 탕국을 끓이고 있는 엄마에게 제가 다시 만들어 씌워준 '이글루'
물에 적신 수건을 냉동실에 넣어 딱딱하게 만든 후 머리에 고깔 쓰듯 씌워주면
몇 분간 정말 시원합니다.
일할 때 아주 좋더군요.
딱딱한 것이 누굴누굴해지면 다시 어깨에 걸쳐 또 몇 분간 시원하게~!
엄마는...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셨는지.
하도 더워 제사상도 간략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일하긴 마찬가지.
아버지와 남동생들은 종친회 모임이 있어 외출을 했고
할머니는 김 맬 것이 많으시다고 시골에서 안 올라오셨고
뺀질쟁이 셋째따님(흥!) 외출하셨고 해서...
엄마와 인우둥과 둘째는
있는대로 문 열어놓고 옷도 막 벗어제끼고 설렁설렁 후딱후딱...
B사감 몰래 나쁜짓하는 쾌감을 느끼며 제사음식을 준비했지요. ㅎㅎ
저녁에 좀 일찍 제사를 지내려는데
가슴 울컥한 장면이 있어 진설을 하다말고 사진기를 또 꺼냈습니다.

제사 지낼 때마다 교복을 입던 넷째 녀석이 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어보겠다고 하니
아버지가 타이 매는 법을 가르쳐주고 계시더라구요.
남의 타이는 맬 줄 모르신다면서 연신 당신의 타이를 맸다 풀었다 하면서
이제는 당신 키만큼 커버린 중3짜리 넷째에게 말이죠.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이상하더라구요.
옆모습이 참 똑같죠?
어떻게 제사를 지냈는 줄도 모르게 제사를 치루는 사이
엄마는 샤워를 하고
제사가 끝나도 목욕탕에서 나올 줄 모르는 엄마.
아빠와 아이들이 젯상을 물리고
저는 저녁상을 차리고
둘째는 제기를 설겆이하고
셋째는 안방을 치우는 것이 동시다발적으로다가...
밥을 뭘로 먹었는지 모르게 후다닥 해치우고 나머지 설겆이와 제사음식 정리를 대강 끝내 놓으니
그제서야 엄마가 세상을 다 얻은 얼굴로 나오시더라구요.
얼른 감자 두 알을 갈아
낮에 뙤약볕에 조상님네들 산소 갔다오느라 벌겋게 익은 아버지 팔뚝과
젯상 준비하느라고 땀을 바가지로 쏟은 엄마의 얼굴에 팩을 해드리고
동생들을 충동질 했지요.
"나가자!"
(할머니의 '제사 준비 합리화 선언(?)' 이후 제사를 좀 일찍-9시, 10시 정도- 지내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죠. 한기주 사장과의 데이트에 마악 빠지려는 둘째를 먼저 공략하고 졸음이 스물스물 다가오는 다섯째를 꼬시면서 말이죠.)

이게 무슨 사진이랍니까.
운전하고 있는데 조수석에 앉은 셋째가 자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런 호러 사진을...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는 인우둥입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남산.
대구에는 팔공산이 있다고 자랑하셨던 님들.
서울엔 남산이 있습니닷~!
서울 야경이 살짝 보이시나요?
서울에 놀러오세요... ^^
(서울시는 홍보모델 둘째양에게 모델료를 지급하라!!!)
국립극장에서 올라갈 때 시각이 11시 55분.
12시부터 입산금지니까 간신히 들어갔지요.
저희가 마지막 차였어요.
올라가니 바람이 다르더군요, 바람이.
정말 시원했습니다.
한여름밤에 그렇게 남산에 열기를 다 내다버리고 돌아와 1시 30분에 집에 들어와 잤습니다.
푸~욱! 아주 잘 잤어요.
할머니는 현재
그렇게 생전에 고생시키셨다던 증조할머니 제사에 어제 참석을 안 하셨다고
산소라도 돌본다고 선산이 있는 마을로 가셨습니다.
내일 새벽에 선선할 때 김 매신다구요. ㅠ.ㅠ
그래서!!!
오늘 낮에 시골집에 돌아온 인우둥은 지금 혼자랍니다.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서 맥주 한 캔 따서...
한다는 짓이 82에 들어와 이렇게 수다 떠는 짓이네요.
더운 여름
밤에 잠이 안 오시면 가까운 산으로 올라가보세요. ^^
시원하게 잠드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