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속 역전승의 경험을 가진 최후의 생존자, 바로 이낙연이다.
"자, 승리하러 갑시다!"
역전의 명수
남편이 정치 그만두려 한 적이 있어요.
2004년 재선에 도전했을 때였는데, 분위기가 참 험악했습니다.
그때가 제일 힘든 선거였어요.
당시 17대 총선은 당시 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분당이 된 상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노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신당인 열린우리당 합류를 제안하셨지만
남편은 결국 민주당에 남았지요.
민주당은 야당이 되었으니 야당 의원이 된 거고요.
이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지요.
노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후폭풍은 대단했습니다.
전국이 노란색 열풍이었어요.
영광에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다니는데, 민주당 옷만 보고 문전박대해요.
백방으로 다녔는데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때 남편이 정치를 그만둬야겠다 하더라고요.
서울로 올라가자 하길래
“평안감사도 나 싫으면 못하는 건데
본인이 정치를 그만하겠다고 하는데 더 뭐라고 하겠어.”
그러고는 짐 싸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집에 오니 허탈하지요. 남편은 내게 우스갯소리로
“이제 내가 돈을 못 버니 당신이 돈 벌어야겠다.”
그러더군요.
그때 제가 씩씩하게 대답해줬습니다.
“그럽시다! 뭐라도 하면 되지. 우리 둘이 풀칠을 못하겠어요.”
밤이 되니 남편은 컴퓨터 앞에 안아 정계 은퇴 선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 쓰고 나서 영광에 계신 분들과 통화를 하는데, 다들 난리가 났지요.
“모두가 굴비처럼 엮여있는데 그렇게 의원님이 가버리시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
눈물 어린 호소를 하니까 남편은 어쩔 줄 몰라했어요.
그날 밤새 뒤척뒤척 고민했습니다.
그러더니 다음 날 해 뜨자마자 하는 말.
“다시 가야겠다.”
다시 짐 싸고, 문 열고 집을 나서면서 주먹 높이 들고 제가 외쳤습니다.
“자 갑시다. 승리하러 갑시다.”
그 뒤에 매일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다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처음에 저희 쪽 지지율은 바닥이었고,
상대는 40%대였어요.
뵙는 분마다 4년간 이낙연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시지 않았느냐,
당보다 그 사람을 보고 평가해달라 했어요.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마지막에는 이겼습니다.
(2004년 4월 15일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과반 의석을 얻어 원내 제1당. 민주당은 지역구 5석, 비례대표 4석 등 9석으로 위축)
소용돌이에서 살아난
민주당의 5명 생존자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이낙연 당선자였어요.
그야말로 평소에 이낙연이 해왔던 성실함과 실력을 유권자들이 봐주신 거죠.
[출처] 숙희씨의 일기 #19 역전승|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