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성격이 까다로운데 네가 욕본다"라며 챙겨주시던 시어머니
"전 어머니가 제 시어머니라 너무 좋았어요"
명절이면 돌아가신 시어머님, 진소임 여사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머님은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크고 따뜻한 분이셨어요.
제가 시집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시아버님 생신이 다가왔는데 남편은 일 때문의 자리를 못 비우고 저 혼자 영광을 내려가게 되었어요.
음력 12월이니 날은 추운데 눈까지 내리고, 버스는 안 오고,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지요.
발을 동동 구르며 몇 시간을 밖에서 기다리니 온몸이 꽁꽁 얼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전화가 흔치 않던 시절이니 시댁에 연락할 길도 없고요.
고립무원으로 해가 지고,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어렵게 택시를 타고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한밤중이 되어 도착한 절 보시고 너무 놀라셨지요.
그러면서 이불 속에 얼른 들어가라 하시며 제 발을 주물러 주시더라고요.
그때 어머니 손이 얼마나 따듯했는지.
그러면서 제게
“우리 아들이 성격 까다롭기 이루 말할 데 없는데 네가 욕본다.”
그러셨죠.
2014년 전남 도지사에 취임하면서 저희는 어머니를 관사로 모시고 지냈는데요.
199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지내온 어머니를 모시게 된 것을 남편은 참 기뻐했어요.
중학교 때 어머니 품을 떠나 50년 만에 돌아오게 된 것이라며
전남도지사 당선보다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죠.
그러나 채 3년이 못 되어 2017년 5월 총리로 임명되면서 어머니와 헤어져 서울로 올라와야 했습니다.
2018년 3월 25일에는 어머니와 지상에서 영영 이별해야 했어요.
그때 남편이 그러더군요.
“어머니는 전쟁하듯 처절하게, 그러나 늘 긍정하며 유머를 잃지 않고 사셨습니다.”
언제나 기대고 싶은 영혼의 둥지 같던 어머니.
하늘에서 보고 계시지요? 오늘은 어머니가 더 보고 싶습니다.
[출처] 숙희씨의 일기 #22 그리운 시어머니|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