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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겐 "어머니" 라는 말이 어색하다.

| 조회수 : 1,679 | 추천수 : 143
작성일 : 2009-10-27 15:58:18


올 해 나이 일흔일곱되신 나의 어머니는 지난해 5월 위암을 선고받고, 수술을 하셨다.

수술을 마친 어머니는 한달여만에 몸무게가 10키로그램이나 빠지셨고, 눈알이 휑 해졌다
어느날은 삶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고, 또 어느날은 딱 3년만 더 살고 싶다고도 하셨다.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가도 인생이 억울하기도 하신 모양이다.
그런 혼란을 겪는 어머니곁에서 나 또한 감당하기 버겁고 혼란스러웠다.
내 어머니는, 마흔하나에 나를 낳으셨다. 내 유년시절부터 어머니는 어린 막내딸 시집이라도 보내고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소원하셨다 한다.
나이가 많건, 적건 ...  편찮으신 어머니를 지키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해 한달동안, 난 참으로 많은걸 생각했다.
내 어머니도 나처럼 사춘기를 겪고, 가슴떨리는 첫사랑이 있었을테고, 아내가 되었을테고, 엄마가 되었겠지?  엄마가 된 후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엄마는, 태어나자마자 엄마로 태어났을거라는 묘한 단정을 내가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 어머니도 마른담요에 쌓여 까르르~~~ 웃어 주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아기였을 것이다... 부잣집 첫째딸로 태어났을테니 얼마나 귀여움을 받으셨을까..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엄마의 인생이 참으로 측은하고 안스러웠다.
어쩌면, 내 아이들에게 비춰질 나의 인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암 2-3기 였던 어머니는 위 절제술을 받으신지가 벌써 일년반이 되었고,
혈액검사에서 암표식자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매월 매월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지만, 복부씨티 내시경 검사결과는 정상이었다..
내 마음이 요지부동이다.
씨티결과나 내시경에 촛점을 맞추는 날엔 안도했다가도, 혈액검사결과를 생각하는 날엔 청심환을 먹어야 진정이 되곤했다.

지난 월요일 두달만에 다시 전반적인 검사를 했다.
그리고, 오랫만에 온 가족이 여행을 다녀왔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이 한 없이 슬펐다.
혹시, 이번이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여행인가, 싶은 생각이 여행내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다행히 여행은 다시 없을 즐거운 여행이었다.  

오늘 어머니의 검사결과가 나왔다.
씨티검사는 정상이고, 혈액검사결과 또한 나쁘지 않단다.
3개월후에 다시 재검사를 해 보자는 주치의의 의견이다.
주름가득한 얼굴의 아이가 되어버린 어머니는 신이나서 뒤도 안돌아보고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방금전 잘 도착하였노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행으로 피곤했을법도 하건만, 목소리는 쩌렁쩌렁 하시다... 당신의 보금자리가 역시 편하신 모양이다.


일흔일곱이 되신 어머니의 편찮으심을 괴로워하는 내게, 어떤이는 아쉬울 나이가 아니라는식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 또한 그 어떤이처럼, 연로하신 어른의 죽음을 보고 "호상이네요" 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내 그릇되어짐에서 뱉어진 말을 이제라도 주워담고 싶다.
이 세상에 아쉽지 않은 죽음이 어디에 있으며, "호상"이 가당키라도 한 말인가...

내 어머니는 이제 고향 해남에서 신나게 이웃들과 여기저기를 유람하시고, 신명나는 화투판을 벌이시겠지??
(내 어머니는 자칭 하나님의 딸이라는 권사의 직분을 받으셨지만, 화투(삼봉)에 일가견이 있으시다.... 이부분이 참 아이러니 하기도 하다.. ^^)
고향 친구분들께 통닭이라도 한턱 내시라고 용돈을 넉넉히 보내드려야겠다.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면 좋겠다...
의기소침한 주름진 아기의 모습일랑은 다시는 내게 보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다음에 다시 어머니를 대할 때엔 몸무게도 약간 늘었다는 자랑을 듣을 수 있다면 좋겠다.
괜찮다면, 보톡스라도 와장창 맞춰드리고싶다...


이제보니, 난  어머니라는 말이 참 어색하다.
엄마라고 쓸 걸 그랬나브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요
    '09.10.28 2:55 PM

    그럼요 그럼요....호상, 그거 남들이 보기엔 그럴지 몰라도
    자식 입장에서는 백을 넘게 사셔도 내 부모 가는 길엔 애닯고 원통하고 안타깝습니다.

    툭툭 털고 완전히 치료 되셔서 만수무강 하시라 기도합니다.

    시골 맑은 공기와 친구들과 모여 사시면 건강 금방 회복 되실겁니다.

  • 2. 써니사랑
    '09.10.29 8:39 PM

    어느 자식에게 호상이 있겠습니까...
    엄마 생각에는 눈물부터 나는게 우리네 아닌가요...
    꼭 완치되실거라 믿어요. 3개월 후 좋은 소식으로 또 뵙게되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 3. 곰쥔장
    '09.11.3 9:17 AM

    글이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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