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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3000원만 빌려주세요~

| 조회수 : 2,641 | 추천수 : 18
작성일 : 2006-10-19 18:07:13
3층에 저의 가게(음식점)가 있습니다.
주변에 방둥이 낚시를 하려오는 사람이 많아 화장실을 찾아 온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디 찾아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요즘 세상이 박하여 상가에 화장실을 가려 왔다가도
주인을 만나면 그냥 뒤돌아가는 사람들 있습니다.
행색을 보니 집나온지 며칠은 지난 사람처럼 좀 쫴재재했습니다.
이 주변엔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여기 사장님이냐고 묻네요. 잡상인 같기도 했지만
손엔 아무것도 없고...
그렇다고 하니 "3000원만 빌려주세요" 합니다.

노가다해서 어제까진 끼니를 때웠는데 오늘은 한끼도 못 먹었다고
국수라도 사먹으려 한답니다.
메뉴에 국수가 있어 잔치국수 한드릇 말아주겠노라고
가게로 들어오라 했습니다.

커다란 면기에 가득, 옆에 공기밥 한그릇 갔다 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붙이니 싫어하는 기색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눈이 충혈되있는것 같아 "술하세요"하고 물으니
남은것 있으면 반병만 달라합니다.

한병 그냥 줄수 도 있지만 "안됀다"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대접(?)을 받는 처지다 보니 더 말이 없었습니다.
그 많은 국수와 찬을 다 비우고
쭈비쭈비 걸어나와 잘 먹었다고 하네요.

돈 몇천원 쥐어주고 싶지만 그돈으로 '속은 채웠겠다' 깡소주를 먹을게
뻔하여 그냥 보냈습니다.
열심히 살라고 말을 건네며...

젊은이가 그 용기(?)도 가상하지만 반면 한심스럽기도하고
어딘가에 가족도 있을 나이인데
세상이 원망스럽기도하고
어디가 일하며 끼니를 이어가며 지내다
형편이 좋아져 다시 가족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하는 짧은 시간에
많은것을 생각케 합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l cuoco
    '06.10.19 6:16 PM

    참...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저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는데 업장에 들어와서 여려운 사정 얘기하며 간곡히 부탁을 하길래 2만원 줬드랬습니다.

    퇴근하면서 보니 근처에서 한무리들과 어울려 소주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더군요.
    돈이 없어도 다 그렇게 살지는 않을진데, 왜 그러는지...

    술 안주신 거는 정말 잘하셨습니다.

  • 2. 이음전
    '06.10.20 11:25 AM

    낯선 사람에게 선뜻 요기하게 해준 님이 대단한 분같습니다.

  • 3. 깃털처럼
    '06.10.20 4:20 PM

    잘 알려진 글인
    '우동 한그릇' 이 생각납니다...
    나중에 나중에 그 청년이 그 글의 주인공들처럼 성공하여.
    옛날 그맛을 그리워하며 다시 찾아왔노라 하며
    당당히 음식값을 내고 간다면 가장 좋겠지요..

    언젠가 떡볶이 ,튀김등을 파는 포장마차에
    노숙? 하는 것 같은 분이 들어오셔서..국물 한 컵만 달라고 하는데
    그 주인분이 튀김이랑 김밥이랑.. 같이 내주시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그 주인 아줌마와 제가 좀 안면이 있어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 와서 딱 한마디 '국물 한 컵만'..이라고 한다는군요.
    그러나 단 한번도 정말 '국물 한 컵'만 주고 보낸 적은 없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길장사라서..비위거슬리면 그런 사람들 ..다 뒤집어 엎는다고 들어서
    겁도 나고 해서 주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고 반복되니.. 정말 '국물 한 컵만'을 원해서 오는 게 아니라 그 속이 뻔히 보이지만
    자식같은 맘에 주게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능금님..넓으신 맘..
    언젠가는 복받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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