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어버이날을 지나 좋은 시 한 편

| 조회수 : 2,359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5-09 08:18:44

봄날 오후  / 김선우

 

 

늙은네들만 모여 앉은 오후 세 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 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그.러.바.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 바른다

봄날 오후 세 시의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 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

김선우의 시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봄날 오후'입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봄볕이 사람을 얼마나 들뜨게 하는가, 를 알게 된답니다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담고 사는 속은 하나이므로

누구에게나 청춘은 사라질지 모르나 춘삼월은 영원한 것 아닐까싶네요

 

이 시는 탑골 공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밖에서 이야기 나누는 두 할마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인이

문밖의 할마시들과 대조적인 삶을 살았을 엄마를 떠올리는 내용입니다

 

시인의 엄마도 백여시들처럼 코티분 꼭꼭 찍어바르며

봄날 오후를 느끼길 간절히 바라는 걸까요?

그건 김선우 시인의 마음 속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삶, 봄 볕의 따스함에 마음 한 구석 활짝 피기 바라는

여느 딸의 마음이 아닐까...합니다

 

어버이 날을 뒤로하며 다시 한 번 엄마가 그립습니다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5313 어느 병원인지 알 수 있을까요? 4 은행나무 2024.11.04 985 1
    35312 이런 칫솔을 찾고 있어요 2 야옹냐옹 2024.11.04 711 0
    35311 세탁실쪽 창문하고 실외기 문짝도 필름하시나요? 1 마리엔느 2024.10.21 463 0
    35310 영어책 같이 읽어요 한강작가 책 대거 포함 3 큐라 2024.10.14 737 0
    35309 잔디씨 언제 뿌려야 잘 자랄까요? 1 skdnjs 2024.10.14 537 0
    35308 독도는 우리 땅 2 상돌맘 2024.08.24 1,145 0
    35307 삶이란 무엇인가? 해남사는 농부 2024.08.19 1,618 0
    35306 부분 세탁 세제 추천해주세요 5 밥못짓는남자 2024.07.31 1,426 0
    35305 최태원과 성경책 4 꼼꼼이 2024.06.02 5,027 0
    35304 단독주택 위치 어디가 나을까요 9 Augusta 2024.05.08 5,588 0
    35303 사랑니 통증 어떻게 견디시나요 7 클래식 2024.03.25 2,933 0
    35302 젊게 사는 것은 나이가 아닙니다. 1 해남사는 농부 2024.03.17 4,605 0
    35301 전기주전자 이거 마셔도 될까요...? 3 야옹냐옹 2024.03.13 4,077 0
    35300 올 봄 심으려고 주문한 채소 씨앗을 오늘 일부 받았습니다. 1 해남사는 농부 2024.03.12 2,063 0
    35299 농촌에서 창업하기 3 해남사는 농부 2024.03.01 3,725 0
    35298 남도살이 초대 3 해남사는 농부 2024.02.27 3,341 0
    35297 넷플릭스 피클플러스로 쓰는 법 좀 알려주세요. 짜잉 2024.02.20 2,361 0
    35296 큰 형수 2 해남사는 농부 2024.02.11 5,943 0
    35295 드디어 기다리던 시집이 완성되었습니다. 3 해남사는 농부 2024.02.08 3,102 0
    35294 10원 한 장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이 농촌입니다. 5 해남사는 농부 2024.02.02 7,283 0
    35293 옥돔 1 뚱뚱한 애마 2024.01.31 2,361 0
    35292 식탁문의 드립니다. 버터토피 2024.01.31 2,012 0
    35291 시집을 작업 중입니다. 2 해남사는 농부 2024.01.07 2,707 1
    35290 소규모 자영업 하시는 분들 중에 토종참깨. 검정들깨 필요하시면 해남사는 농부 2024.01.04 2,538 0
    35289 아이가 사온 성심당 빵 1 ll 2024.01.04 8,066 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