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오후 / 김선우
늙은네들만 모여 앉은 오후 세 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 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그.러.바.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 바른다
봄날 오후 세 시의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 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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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시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봄날 오후'입니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봄볕이 사람을 얼마나 들뜨게 하는가, 를 알게 된답니다
사람은 늙으나 젊으나 담고 사는 속은 하나이므로
누구에게나 청춘은 사라질지 모르나 춘삼월은 영원한 것 아닐까싶네요
이 시는 탑골 공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밖에서 이야기 나누는 두 할마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인이
문밖의 할마시들과 대조적인 삶을 살았을 엄마를 떠올리는 내용입니다
시인의 엄마도 백여시들처럼 코티분 꼭꼭 찍어바르며
봄날 오후를 느끼길 간절히 바라는 걸까요?
그건 김선우 시인의 마음 속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삶, 봄 볕의 따스함에 마음 한 구석 활짝 피기 바라는
여느 딸의 마음이 아닐까...합니다
어버이 날을 뒤로하며 다시 한 번 엄마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