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날아 들어왔는지 문을 활짝 열어놔도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여기 저기 날아 다니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것을 보자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언제였던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국민학교 4-5학년 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어느 더운 여름날, 방 안으로 파리 한 마리가 날아 들어 왔습니다.
눈앞에서 이리 저리 날라 다니며 계속 윙윙 거리는 것이 신경이 거슬렸나 봅니다.
어린 마음에 그 파리를 잡아 보려고 잠시 벽에 붙어있는 파리에 살금살금 다가가
손으로 휘익~ 낚아 챘습니다. 그러나 파리는 어느새 날아가선 다른 곳에 앉았습니다.
다시 살살 다가가 손으로 휘익~
역시 파리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대여섯 번을 시도했지만 파리는 가소롭다는 듯이 여유롭게 번번히 손을 피해 날아가 버렸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내 저놈에 파리를 기어이 잡고야 말리라.
그런데 어떻게 잡을 것인가...... 벽에 붙어 약 올리듯이 앞발로 세수하고 있는 파리를 바라보며
궁리를 했습니다.
앗~!
바로 그거야~!
그때 좋은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일단 방문을 닫고 달아나지 못하게 창문도 살그머니 닫았습니다.
그리고 파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러자 파리는 다시 날아 올랐고 다른 곳에 앉으려 하는 순간
또 달려들어 손을 휘저으며 앉지 못하게 했습니다.
파리는 앉으려다 놀래서 날아가고 제가 또 달려들면 놀래서 날개 짖을 했습니다.
저의 파리 잡는 전략은,
파리를 계속 쫓아서 앉아서 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쫓아서 계속 날도록 하면 지까짓게 결국 날다가 지쳐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파리가 앉으려고만 하면 쫓아가 손으로 휘저었습니다.
파리가 날아 가는 것을 눈으로 쫓으며 혼자서 방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파리가 지치나 내가 지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 뛰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창문까지 꼭 닫고 파리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계속 이리 저리 폴짝거리며
뛰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파리가 정말 계속 날다가 지쳐서 떨어 졌을까요?
드디어 떨어졌습니다.
파리가 아니라 제가 떨어졌습니다. ^^;;
언제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니 방 바닥에 엎드려 있더군요.
입가에 흐른 침을 소매로 쓰윽~ 닦으며 파리를 찾아보니 어디론가 날아 갔는지 안보였습니다.
어쩌면 정말 제깟놈도 어느 구석에 지쳐서 떨어져 있는지도 모를 일 이지요.
집사람이 무섭다며 빨리 벌을 잡으라고 성화 입니다만 저는 못들은 척~ 합니다.
'잡긴 뭘 잡어, 내버려두면 그냥 밖으로 날아 갈 텐데......'
직원들까지 모두 벌의 비행 궤적을 쫓아 시선을 보내는데 벌이 마침 도자기로 만든 등 안으로 날아 들어 갔습니다.
등 안이 밝고 따듯한지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걸 보자 아내가 갑자기 비닐 봉투를 들고 달려 가더니 도자기 등을 뒤집어 씌우더군요.
"아니, 왜 그렇게 해?"
"못 나오게 해서 그 안에서 굶겨 죽일려구......"
"흐음~ 대단한 생각이야. 훌륭해."

< 에필로그 >
반나절 동안이나 저렇게 궁상스럽게 비닐 봉지를 매어 두었습니다.
벌은 여전히 배가 부른지 등 안에서 생생하게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더군요.
굶어 죽을 때 까지 기다리려면 적어도 4박 5일은 걸려 보입니다.
그래서, 기어이 제가 손을 댔습니다.
벌을 봉지 한 쪽으로 살살 몰아 봉지 주둥이를 틀어 막았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들고나가 주둥이를 열자 시원스레 휘익~ 날아갔습니다.
아마도 집에 날아가 아주 신기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겠지요.
"얘들아~내가 오늘 무지 밝고 따듯한 곳을 알아 냈어. 내일 다 같이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