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적에는 호두를 딱 반으로 가르려고 무진 애를 썼댔습니다.
호두 빼먹고 난 껍데기가 아주 귀한 소꼽놀이 그릇이었으니까요.
대보름날 호두 까먹을 때면 오빠들한테 딱 반으로 잘라야 한다고 떼를 썼지요.
오빠들이 마당에서 돌을 주워다가 댓돌 위에 대고 살살 내리쳤던 것 같은데, 딱 반으로 갈라지는 것은
정말 드물었지요.
사라진 소꼽장난 그릇 생각에 눈물이 그렁그렁해가지고 악살난 호두 껍데기를 헤치고
살을 발라먹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남편은 호두를 딱 반으로 잘 깹니다.
호두 두 개를 손에 쥐고 깨는데, 딱 반으로 갈라지는 때가 많습니다.
미리 반을 갈라놓은 호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 호두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어렸을 적 생각이 마구 나네요.
하찮은 것으로도 보물이 생긴 것 같고 부자가 된 것 같은 그 마음을 일상에서 다시 느끼고 싶어집니다.
그제던가 <깊은 맛>이란 글에서 조미료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 어렸을 적에는 조미료와 설탕이 제일 좋은 선물이었던 적이 있었지요.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저 또한 조미료 선물을 기다렸지요.
선물용 조미료는 네모난 작은 깡통에 들어있었는데, 빨강으로 기억되는 그 깡통이 보물상자로 딱이었거든요.
종이 오려서 만든 인형 옷도 넣고, 따먹기 하는 실핀도 넣고요.
깡통 하면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우유깡통입니다.
그때는 우유깡통도 귀했어요.
어디서 우유깡통이 하나 생기면 식구들 모두가 넘봤습니다.
어머니는 보리차나 잡곡 통으로 쓰고 싶어 하셨고,
아버지는 못 같은 것을 넣어두는 연장통으로,
구슬(다마)치기의 왕이었던 막내 오빠는 구슬통으로,
나는 소꼽통으로 쓰고 싶어했었지요.
그러다가 누구도 쓰지 못하고 우물 두레박으로 만들어져 동네 사람들이 다 썼던 기억도 납니다.
모든 것이 귀했던 시절,
지금처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