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04-28
<출산>
세상은 공평 하다.
그 힘들었던 입덧의 시기가 끝나고 아내의 배는 이제 본격적으로 불러오기 시작 했다.
아기의 태동도 점점 거세어졌다. 아기의 태동은 손으로 만져야만 느껴지는게 아니라 격렬할땐
가만히바라만 봐도 꿈틀 거리는 모습이 보이곤 하는데 그때 느끼는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신비스러운
느낌은 정말 놀라운것 이었다.
산부인과에 가끔 같이 가신 어머니께선 혹시 아들인지 딸인지 미리 힌트라도 얻을까 해서
병원 원장님의 눈치만 살피시는데 나의 솔직한 심정은 전혀 미리 알고싶지 않았다.
아들이길 바란다거나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고 다만 아들일까 딸일까 하는 짜릿한 호기심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점점 배가 더 커져서 누울때도 똑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누우면 아기의 무게 때문에
배가 아래로 쏠리는데 그럴 막기위해 배 아래를 베계로 바쳐야 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면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사람의 배가 이렇게까지 커질수 있나 할 무렵
드디어 예정된 출산일이 다가왔다.
예정일 보름전 부터 갑작스런 해산에 대비해서 민방공 훈련 하듯이 비상 연락망 점검,
비상식량 아니 아기 기저귀용품 가방등을 점검하곤 했다.
하루..이틀...사흘... 긴장속의 하루 하루..
드디어 예정일.
"자기 어때..? 먼 기미가 있어..?"
"아니이.."
머 예정일 좀 넘겨 낳는수도 있다니깐...
또 하루..이틀..사흘...일주일..
"자기 아직두 아무렇지두 않냐..?"
"응~~ 아무렇지두 않은데.."
"아니.. 이놈이 뱃속에서 머하구 있는거야..."
또 하루.. 이틀.. 드디어 열흘지난 아침 출근길...
"이젠 도저히 안돼겠다. 이따 병원가서 애 낳아라..."
"알았어요.. 그러지머.."
"이따 회사에서 퇴근하고 병원으로 직접 갈께..."
평소 아버지의 직업 관계상 아기 낳을때 하루종일 어떨땐 이틀씩 진통하며 아이구~ 아이구~ 꽥~ 꽥~
소지르던 임산부들을 자주 봐온터라 진통도 없이 멀쩡히 아침에 병원에 갔으니 저녁 늦게나 낳겠다는
계산을 하며 회사로 출근.
아내는 10시쯤 준비해둔 보따리를 들고 어머니, 여동생 과 같이 병원으로 뒤뚱~~뒤뚱~~...
"원장님... 저 아기 낳으러 왔어요..."
"그래요..? 잘 오셨어요.. 그럼 먼저 링렐을 맞읍시다"
30분 경과.
"배가 살살 아파오네..."
1시간 경과.
"아이구우~~ 배야~~~"
1시간 30분 경과.
"원장님.. 아이고오~~ 꽥~꽥~"
2시간 경과.
"힘줘~~ 힘줘~~"
"영차~~ 영차~~"
"응애~~ 응애~~~~~~"
"아~~ 순산 하셨습니다. 딸입니다"
(병원에서의 대목은 순전한 저의 상상임...하하하..)
한편 회사에선.
지금쯤 병원에는 갔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여기 병원인데 언니 애기 낳았어.."
"으잉..?? 벌써..?? 아직 해가 중천인데..."
"흐흐흐흐~~~~~"
아기가 태어났다는말에 갑자기 터지는 웃음....
"강두선씨.. 어디 아파요..??"
"흐흐흐흐흐~~~~~~"
일단 아기 아빠가 됐음을 알리는 표시로서 온 사무실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한잔씩 돌리며
축하를 받았고 이로서 아기를 나으면 으례 사무실 동료들에게 간단한 음료 등으로 광고하는
새로운 전례를 만들었다.
일찌감치 조퇴를 하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아기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때의 그 느낌 또한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 10명의 갓 태어난 아기들중에서 내 아기를 찾으라고 한다면 단번에 찾을수 있었을 것이다.
첫 눈에 지금은 빛이 바래 누렇게된 나의 아기때 사진을 보는듯한 놀라움에 잠시 당황 했었다.
"아니~~~ 이럴수가~~~"
옆에 누워있던 아내가 하는말.
"어때.. 이쁘지..??"
"그래 이쁘다..."
원래 신생아가 이쁘다는 말은 고진말인 경우가 많다.
보통의 갓 태어난 아기는 피부도 쭈글쭈글... 피부색도 붉그락 푸르락... 몇일 지나야
아기다운 예쁘던가 귀엽던가 하는 모습이 된다.
하지만 아기는 열흘이나 더 뱃속에서 가꾸고 나왔는지 정말 예뻤다.
"힘들었지..?"
"힘들긴 했는데 미리 걱정 했던것 보다는 너무 쉽더라...
딱 1시간만 아프고 낳았으니깐... 하나 더 나을까..?"
역시 세상은 공평하다.
입덧을 그렇게 고생스럽게 했으니 낳을때는 그 보답으로 출산의 고통을 줄여준것 같다.
입덧 별로 안하고 임신중에 입맛 당긴다며 이것저것, 이때가 찬스다... 이때 아니면 이런것
언제 먹어보냐...하며 마음껏 식도락을 즐긴 산모는 대부분 출산의 고통이 그만큼 크지 않을까...
아무튼 그렇게 태어난 아기가 그 유명한(?)주이 이고 그날이 5월 24일,
나와 아내의 결혼 2주년 기념일 바로 그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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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강두선 |
조회수 : 844 |
추천수 : 3
작성일 : 2005-10-17 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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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규원
'05.10.17 2:17 PM4명의 출산경험이 있는 저,
보통은 첫아이가 힘들다고 하지만 저는 4번째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첫아이는 살림밑천이라는 딸로
예정일보다 10일인가 보름이 늦었는데
그 사이에 엄마 뱃속에서 많이 자랐는지
주름도 없이 큰아이처럼 의젓했습니다.
이 아이가 벌써 고3으로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네요.
선배님! 응원보내주세요.2. 이쁜맘
'05.10.17 6:04 PM예정일 4일앞두고 있어요. 순산바이러스 받아갑니다.. 에고무셔..^^
3. takuya
'05.10.17 6:53 PM글을 참 재밌게 잘 쓰시네요...^^
저도 예정일이 며칠 안남았는데 순산바이러스 받아갑니당~4. 강두선
'05.10.18 3:47 AM규원님 큰아이가 고3이군요.
주이는 이제 고2입니다.
내년이면 고3이니, 고3부모는 규원님이 선배시네요? ㅎㅎ
암튼 벌써 10월이니 점점 긴장된 나날들이겠습니다.
제가 응원 보내서 잘 된다면 당연히 응원 보내지요.
아자~아자~ 홧팅~!!! ㅎㅎ
이쁜맘님, takuya님,
부디 순산바이러스에 둘러 싸여 예쁘고 건강한 아기 순산하시길 기원합니다.
또한, 아기의 앞날에도 사랑과 행복이 늘 함께하길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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