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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모전녀전
강두선 |
조회수 : 1,264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5-06-26 12:45:52
1995-05-16
<< 모전녀전 >>
화숙은 매일 아침 엄마의 치마폭에 매달려 부러움과 시세움으로 오빠를 바라보곤 했다.
엄마는 오빠에게 매일 아침 깨끗한 옷을 입혀주었다.
예쁜 셔쓰와 파란 반바지에 하얀 스타킹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어께에 노란 유치원
가방을 맨 오빠의 모습은 정말 멋있고 부러웠다.
매번 오빠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엄마는 화숙의 마음도 모르고 칭얼 거리는 화숙을 그저
안고 얼르기만 했다.
한번은 오빠가 유치원 가방을 매고 대문을 나서는걸 보곤 엄마 몰래 아빠의 커다란 고무신을
직직 끌고 뒤따라 나가 뛰어가며 오빠를 불렀건만 오빠는 뒤돌아 보곤 주먹을 쥐어 보이며
'따라오면 주우거~' 하는 손짖을 하는 바람에 화숙은 울면서 뒤돌아섰던 적도 있었다.
오빠의 유치원은 동네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있었다.
어쩌다 엄마 품에 안겨 가본 오빠의 유치원은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모든것이 화숙의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화숙은 오빠와 함게 유치원 가는것이 소원이었다.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고, 매일 아침 엄마의 치마를 흔들며 조르던
화숙에게 어느날 기회가 왔다.
화숙이 그렇게 유치원을 가고 싶어 하는것이 안되어 보였던지 엄마는 어느 일요일 오빠에게
화숙을 유치원에 같이 데리고 가서 놀다 오라고 허락을 하신 것이었다.
그날은 화숙도 오빠처럼 예쁜 옷과 스타킹,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오빠의 손을 잡고 대문을 나섰다.
오빠는 화숙이 따라 나서는것이 못내 귀찮았지만, 엄마의 말씀을 잘 들어야 착한 어린이라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꾹 참고 화숙의 손을 움켜잡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화숙은 날을듯이 기분이 좋았다.
유치원에 도착하자 운동장엔 언니 오빠들이 서로 뛰어 놀고 있었다.
오빠는 동무들의모습을 보자 그때까지 꼭 잡고 있던 화숙의 손을 놓고 오빠의 동무들에게로 뛰어갔다.
화숙은 혼자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 잠시 멍 한 기분이었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전에 몇 번
본적이 있는 미끄럼틀로 걸어갔다.
그러나 언니 오빠들은 재미있게 타는데 막상 화숙은 미끄럼틀의 계단을 오르기가 무서워
그냥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서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그 옆의 시소로 가 보았지만 시소 역시 무서웠다.
화숙은 그냥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혼자 모래장난을 시작했다.
재미있었다. 화숙은 너무 재미 있어서 운동화속에 모래가 가득 차는것도 모르고,
머리카락 속에 모래가 들어가는것도 모르고 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화숙은 갑자기 배가 사르르 아파오면서 응가가 하고 싶어졌다.
벌뻑 일어서서 오빠를 불렀으나 오빠는 저 멀리서 뛰어 노느라 화숙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것 같았다.
화숙은 거의 울음석인 소리로 오빠를 부르지만 오빠는 화숙에게 올것 같지가 않았다.
화숙이 어찌할줄을 모르고 울고 서 있는데 그제서야 오빠가 알아 듣고 화숙에게 왔다.
하지만, 오빠역시 어찌해야 할줄 모르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빨리 집에 가라는 것 뿐이었다.
화숙은 응가 마려운걸 참으며 울면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뿐이었고 몇걸음 떼기가 무섭게 응가가 나오고 말았다.
응가가 나오자 화숙은 무섭고 기분이 나빠서 더욱 울음이 나왔다.
그러나 빨리 엄마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걸음 한걸음 힘들게 집으로 향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 마다 응가는 팬티스타킹의 아래로 흘러 내려 급기야
발목 부분이 불룩하게 부풀어지고 말았다.
저녁 준비를 하던 화숙의 엄마는 화숙의 울음 소리에 놀라서 대문밖으로 뛰어 나가보니
화숙은 팬티스타킹의 발목이 부푼 상태로 어기적 거리며 걸어 오고 있었고 그 뒤로
동내 개구장이들이 화숙을 놀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화숙은 울면서도 가끔씩 뒤따라 오며 놀리는 아이들에게 돌아서서 주먹을 머리위로
들어 올리며 소리지르고 있었다.
"놀리지 마아잉~~~"
이것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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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이는 무척이나 개구장이다.
오빠와 놀다가도 맘에 안들면 오빠를 마구 때리며 제 맘대로 하곤 한다.
제 오빠것을 하도 잘 뺏어서 화영의 오빠는 늘 자기 장난감을 화영이 몰래 숨키기에 바쁘다.
화영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놀이터에 나가 노는걸 무척 좋아 한다.
그날도 화영은 유치원에 다녀온 오빠를 윽박질러 엄마의 허락을 받고 오빠와 함께 놀이터에 나가 놀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파트가 떠나갈듯이 우렁차게 울어제치는 화영의 울음소리에 놀란 화영 엄마가 문을 열고
뛰어 나가보니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화영이 제 오빠를 마구 때리며 울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팬티스타킹의 발목이 불룩히 부풀은채로...
"앙~앙~ 내가 응가 마렵다고 그랬자나~~ 앙~앙~"
이것이 지금으로부터 3일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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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숙은 그후에 무럭무럭 자라서 어여쁜 처녀가 되었고 멋진 남자와
결혼하여 아들 성찬이와 딸 화영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 끄으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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