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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아랫목이 그립다....
만약, 내게 아랫목 있는 집이 생겨,
군불을 때거나 연탄을 갈고,
불 꺼지면 번개탄 사다 불 붙일 의향이 있냐고 물으신다면......ㅠㅠ
제가 연탄불을 얼마나 잘 갈았는지.....예전에 쓴 적있죠?
애니웨이....
이렇게 추운 날은,
아랫목에서 등 좀 지져봤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아랫목 하면...생각나는게 참 많습니다.
저희 어릴땐,
어느 집이든 아랫목이 있었습니다.
대체 어디가 아랫목이냐 물으신다면......담요 깔아놓은 곳이라고 말해야겠죠.
집 안의 방마다 담요가 덮인 곳이 있었더랬습니다.
아랫목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가요?
올림픽 전후까지도 그런 집, 참 많았는데....저, 대학때만해도.
자다가 벌겋게 데었다던가.
장판이 누렇게 타들어가 방에 들어서면, 비닐 타는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던가....
노긋노긋해진 장판을 봤다던가....
우리 학교땐.
친구 집에 가면 무조건, 담요 속으로 발을 넣고
오밀조밀 어깨대고 앉아 몇시간이고 얘기하면서 놀았어요.
친구집에 가자마자 컴퓨터 부팅부터 하고
겟엠이나 메이플을 접속해 레벨 올리고, 채팅하는 요즘 애들은
그렇게 앉아서 놀자하면,
아마도.....심심하다고, 엉덩이 뜨겁다고 내뺄겁니다.
우리집 아랫목에는
항상 스텐 밥그릇이 묻혀있었습니다.
뜨거울때 퍼서 잘 담아놓은 아버지 밥그릇이죠.
너무 추운 날,
깜빡 잊고 안방의 아랫목으로 돌진하는 날이면
밥그릇이 엎어지는 불상사가 생긴답니다.
담요를 걷어보면, 담요엔 밥풀이 붙어 엉망이고.....
엄마 오기전, 수습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미숙한 뒷처리로 들통 나 무쟈게 혼났어요.
하지만, 그놈의 버릇...참 고쳐지지 않데요.
우리집은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아랫목이 울타라파워캡숑 뜨거운 집들이 있었어요.
춥다고 파고들었다가 놀라는 건 기본이고,
해마다 봄이 되면 그곳에 깔렸던 시커멓게 된 담요를 버리더군요.
구득꾸득 뻣뻣해진 담요를.....해마다 한장씩....
우리집 담요는
시뻘건 미제 밍크담요였어요.
촉감이 밍크같아서 밍크담요라고 불렸는데...커다란 꽃그림이 가득 그려있었죠.
당시, 얼마나 유행이었던지, 그 물건이 있느냐없느냐로 문화의 척도가 구별되기도 했답니다.
아랫목이 있으면 윗목도 있는 법.
아랫목이 절절 끓는 찜질방 한증막이었다면
윗목은 빨래가 얼고, 물이 얼 정도의 한기가 있었던.....
우리 살던 방은 그렇게 냉골과 아랫목이 공존했었습니다.
그러니, 잘때마다 아랫목 쟁탈전이 벌어지고,
결국은 아들이나 막내가 그 차지를 했죠.
우리집은 다행이 발은 아랫목, 머리는 윗목으로 공평분배를 했지만....
당시 우리 동네에도 소위 맨숀이라는 것이 생겨
그런 곳에 살던 소수의 아이들은 모르고 자랐겠지만,
아랫목이 있던 집에서 살았던 걸 감사합니다.
그 당시 그렇게도 싫었던 것이 지금은 이리도 그립고 정겨우니 말이죠.....
특히나 이렇게 추운 날엔....
식구 수대로 방을 지니고 사는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추억을 끄집어 내면서 많은 날들을 버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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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두
'05.1.7 10:49 PM눈물 한방울 뚝.....
2. 메밀꽃
'05.1.7 11:03 PM저 어렸을때 생각나네요.
저희집도 아랫목은 절절 끌었는데 윗목은 코가 다 시려웠지요.
아랫목엔 항상 담요(우린 미제아니였던것 같아요)가 깔려 있고
아버지 진지주발이 담요밑에 있었고 ㅎㅎ 담요에 밥풀 말라비틀어진것도
가끔 발견했구요.
더운물이 나오길했나, 그래도 솥에 물데워 머리감고 학교 다녔어요.
샤워가 뭔지도 몰랐지요. 1주일에 한번 목욕탕가는데 몰래 빨래감 조금 가져가서
주인 몰래 빨아오고...목욕탕엔 "빨래금지"팻말 붙여있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는데...참 그립네요...
어려운거 모르는 우리 아이들 정말 어른이 되서 어떤 추억을 곱씹을 수 있을까요....3. 김혜경
'05.1.7 11:07 PM정말...비닐장판이 타들어간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워요...
4. onion
'05.1.7 11:40 PM저 어릴적 살던 집도 중간에 보일러 들이면서도 방 하나만은 남겨서 불을 땠는데
정말 아궁이에 나무도 넣고.. 또 겨울에 말린 귤 껍질을 넣으면 얼마나 잘 타던지..
추운날은 모두 그 방에 모였었죠...밍크담요 덮구..
겨울에 마당 구석에 묻어둔 독에서 살얼음 떠있는 동치미 꺼내다가 냉면 해먹고
춥다고 아랫목에 모여서..이불속에 발 넣고 키득대고.. 추억이 살아나네요..5. 커피와케익
'05.1.7 11:49 PM미제 밍크담요..마자요 저희 외갓집에도 있었던 기억이..^^
아랫목이 있으면 거기 배깔고 누워서 귤까먹으며 텔레비나 봤으면...6. 바닐라
'05.1.7 11:56 PM아 어쩜 우리집 얘기 같네요.. 우리 집은 가평 산골이라서 장작때고 살았는데 아랫목은 아버지 자리였어요..그시절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7. 마농
'05.1.8 12:03 AM저도 요즘 아랫목이 그리워요. 아..지지고 시포라...ㅡㅜ
8. 뽀로로
'05.1.8 12:04 AM등은 따시고 코는 살짝 시렵고... 군불 때는 아랫목 찜질방 같은 거 있으면 좋을텐데...^^
9. 현환맘
'05.1.8 12:16 AM저 어릴적 가족이 한방에서 자는게 아직도 기억에 좋게 남아있습니다.
아빠, 엄마, 오빠, 나, 남동생... 5식구인데 좁은 방에서 꼬깃꼬깃... 뒹굴다 자다가 좌식책상 아래 머리가 들어가 있는줄도 모르고 엄마~~ 하고 소리지렀던 그때가 그립네요.
아기를 키우다 보니 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3살 - 초등학교 때의 일들이 문득 생각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신기하더라구요. 3살때 일이 기억나다니...(엄마가 놀라시며 그러시더군요. 너 그때 3살땐데..)
조금씩 크면서 방이 몇개 있는 집으로 갈땐 내방이 생겨서 그게 또 그렇게 좋더니만...
지금은 일부러 작은 방을 비우두고 아이들과 남편과 한방에 꼬깃꼬깃... 그때처럼 잔답니다. (괜히 눈물나네.)10. 깽굴
'05.1.8 1:30 AM아.......
한편의 소설같아요
정말 그리운 어린시절...따땃한 아랫목
정말 결혼전까지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바램... 지지는거 제대로 해보고 싶네요11. champlain
'05.1.8 2:04 AM에그,,jasmine님
따끈한 아랫목이 그리운 것은 외국 사람들은 더 하지요.
저도 생각나요.
아주 어린시절 아랫목에 묻어놓은 아버지 밥그릇..
추운 겨울 학교 갔다 오면 엄마가 아랫목에 손과 발을 넣어 주시며 녹여주셨죠.
겨울이면 엄마는 아랫목에서 뜨개질을 하시고
언니와 전 배를 깔고 누워 책을 보고 귤을 까먹곤 했지요.
아흐,,그립다..^^;;12. 미스마플
'05.1.8 7:13 AM미국사는 저... 아랫목 대신 따땃하게 데운 킹사이즈 물침대에서 남편, 큰애, 작은애, 저.. 넷이서 잡니다.. 물침대옆에 트윈침대 딱 붙여놓아서 애들이 자다가 더우면 뒹굴어 가서 자고...
미국에서도 요즘 바닥에 열선을 넣어서 부엌이랑, 목욕탕 바닥을 부분온돌로 하는게 유행이 되기 시작했다네요.. 저희도 나중에 돈 생겨서 바닥 싹 갈게 될때 고려해보려고 해요..13. 루피
'05.1.8 7:53 AM아랫목담요밑에서 방귀냄새피우는 사람이 제일 미웠더랬죠.한이불속에서 왈캉달캉 지냈던 형제들이 더 그리워지네요. 멀어서 자주 보지도못하고.아휴.,
14. 꾀돌이네
'05.1.8 8:50 AM외할머니댁이 시골이었는데 전통적인 시골 가옥이었어요.
아침,점심,저녁 준비하실때면 아랫목 차지하려는 형제들때문에 엉덩이 먼저 밀어넣곤 했는데...
요즘은 정말 예전이 왜 이리 그리운지...15. 정겨운 밥상
'05.1.8 11:46 AM예..그립네요,,까막게,,타버린,,비닐장판,,,밤에,,자다말고,,연탄갈으러 가시던,,엄마,,그리고,,겨울이며느ㅡ살이랑 연탄을 무지하게..마니 팔아주시던,,우리외할머니,,전쟁의 아픔탓인지..항시,,연탄과살을 재어놓고,,사셔야만 했던 우리외할머니가,,,오늘은 무지,그립습니다,,조금만 더사시지,,,,
16. 개굴
'05.1.8 12:00 PM앙~ 아랫목에 발이랑 손이랑 넣고있다가,
할매가 구워주신 군고매 호호 불어 식혀주시면 그제서야 한손만 떨렁 빼서 고구마 낼름 받아먹고 ㅠ.ㅠ
그 할매 마저도 돌아가시고 음쓰니.. ㅠ.ㅠ
아랫목도 할매도 그립습니다 ㅠ.ㅠ17. 엘리사벳
'05.1.8 12:25 PM그담요 신앙촌담요 아닌가요
무자게 비싸서 보통 계를해서 산것 같은데 ㅎㅎㅎ
주억의 빨간내복등 기타등등18. fish
'05.1.8 12:44 PM윗풍도 세서 잘라고 누우면 코는 서늘~ 이불밖으로 나온 손이나 발도 서늘~ ^^
19. 생크림요구르트
'05.1.8 3:00 PM아랫목에 묻혀 있는 스텐 밥그릇^^;;
저는 잊고 있었다가 쟈스민님 글 보고 기억이 났네요...20. tazo
'05.1.8 3:36 PM저두 넘넘 그리워요. 저는 언제나 할머니하고 아랫목에서자다가 더우니까
아침에 깨어보면 차가운 웃목에서 깨었다지요? 열심히 굴러가서.
전 한국에는 어랫목이 아주 많이 있을것이라고 언제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봐요..21. 커피러버
'05.1.8 4:06 PM저도 생각나요.
그댄 다들 어려웠을때라 엄마도 일하러나가시고 학교 갔다오면 집에 아무도 없을때가 많았죠.
그래서 연탄불도 제가 갈았던 기억이...
연탄불위에는 찜통가득 물을 담아 항상 올려놓고 뜨거운 물로 썼는데....
연탄불 갈다가 그 찜통을 꺼내는데 물이 옆으로 흘러 허벅지를 데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흉터 하나 남질 않았지만..
그때가 기억이 납니다.
연탄불,,,,,,22. 꽃게
'05.1.8 4:32 PM맞아요~~~
스텐 밥그릇 아버지 밥~~~
엄마가 솜을 넣어서 사각으로 묘하게 케이스를 만들어 넣어두셔서 담요속으로 돌진을 해가도 그저 굴어댕기기는 했지만 밥풀이 묻어나는 불상사는 없었더랬어요.ㅎㅎㅎㅎ23. 헤르미온느
'05.1.9 2:36 AM오홋...밍크담요에 발넣구 밤새 수다...담요밑에 아버지 스텐 진짓기...ㅋㅋ...
추억의 공유가 되니 넘 재밌어요^^;;24. 하늘
'05.1.10 9:41 PM연탄가스 새는 일만 없다면 저는 작은 단독주택하나사서 연탄불 갈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어릴 적 연탄 잘 갈았더랍니다. 연탄구멍 잘 맞추어서 불도 잘 타고 어쩌다가 불이 꺼지면 번개탄 사
와서 불도 붙이곤 했답니다. 요즘 같이 추운날에는 어릴 적 따뜻하던 아랫목이 그립네요. 저희 집은
일층이라 난방을 하루 종일 돌려도 춥네요. 난방비 겁나라. 이 달에는 얼마가 나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