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썼으니 너무 아프게 나무라지는 마시고요.
저도 이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또 진정될 거라는 거 알고 있는데, 지금은 여기라도 풀어놓지 않으면 남편에게 지랄지랄 할 거 같아서요.
제가 정말, 진짜로, 이 분에게 잘 해 드리고 싶거든요?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지 진짜 환장을 하겠어요.
제가 우리 부모님 흙표 흙침대를 사 드렸습니다. 사회 초년병 시절 결혼도 하기 전이었는데
이야기 하자면 길고, 하여간 엄마가 "대놓고" 요구해서 사 드렸던 거 같습니다.
24-5년 전 그때 돈으로 한 280만원 쯤 줬던 기억이 납니다. 사 드리게 될 때는 사연이 있지만 노인네 둘이 지금까지도 잘 쓰고 계시니 두고두고 아주 잘 한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기장판을 안 씁니다만 사실 제 주변에도 남녀노소불문, 침대생활하면 거의 전기장판 사용비율이 높아요. 저는 뜨끈뜨끈 지지는 걸 좋아하지않고 잘 모르지만 또 그게 좋다는 분도 그렇게 많더군요.
결혼을 해서 보니 시어머니 이상한 돌땡이 이리저리 얽어 만든 전기 장판을 저 결혼하기 직전에 무려 200만원 넘게 주고(아마 약장사에게 샀겠지요.) 샀다고 깔고 쓰고 계시더라고요.
그때도 속으로 좀 한심했지만(네 지금 저 막말합니다)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냥 두는 거지요.
남편은 그때도 처가에 흙침대 쓰는 거 보고 속상해 했었어요. 엄마도 몇십만원만 보태면 이런거 사는데 왜 그럴까 하면서요.
피눈물 나게 돈 모으면 뭐하냐고요, 대체, 저렇게 황당한 소비를 하는데. 남도 이렇게 속이 상한데 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한번씩 (이사를 하거나 가구를 바꿀 때)여쭤봤어요. 돌침대 흙침대 사 드릴까요?(네 제가 돈 쓰는데 거침이 없어요. 남편이 잘 버니까 그렇기도 하겠지만, 제가 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그때마다 우리 시어머니 치를 떨며 돌침대 싫다 흙침대 싫다 하던 분이었어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 몇천 대출까지 내어서 시댁 집 사준 사람입니다. 지방이라 1.2억정도지만요.
제가 돈이 아까워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요.
그 돈 남편이 번 거 아니냐, 니가 왜 생색내고 지랄이냐, 하신다면
남편이 벌었다고 시댁에 망설임없이 1.2억 집 턱턱 사 주는 사람 저같이 돈에 개념없는 인간이나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그때 저희 살던 서울집이 7억 언더일 때입니다. 그 집 담보잡혀 몇천 대출받고 신용대출 땡기고해서 한방에 1.2억 현금으로 갖다 앵기고 집 옮기시라 했었습니다. 제가 시댁에 돈 쓰는 거 아까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제가 알고 남편이 알고 하늘이 알고 시어머니가 압니다!!!!! 제가 뭘 사드린다하면 예의상 체면상 그냥 해 보는 말이 아닙니다!!!
왜냐면요, 우리 시어머니 진짜 어렵고 힘든 살림에,
혼자힘으로(남편이 있었지만 술주정뱅이) 아들 서울보내 공부시킨 분이거든요.
아들이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닐때도 용돈 한푼 안받던 분이셨어요.
저희 결혼할 때 삼천을 보태주신다더니(그때만해도 이렇게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인 거 몰랐어요)
끝내 2300 보태주시더라고요. 저는 삼천보다 그 2300이 오히려 더 감동이었어요. 정말 그건 어머니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성의였음이 모자라는 700에서 느껴졌거든요. 정말 자식에게 있는 거 없는 거 다 끌어다 보태주신 거죠.
비슷한 상황은 또 있었어요. 저 결혼해서 주재원 나갔다와서 새집 입주할 때 시어머니 아들 새집 사서 이사한다고 와 보셨는데 꾸깃꾸깃 80만원, 오만원짜리와 만원짜리 섞인 그 봉투 주실때, 저 백만원보다 80만원이 훨씬 무겁고 컸어요. 그걸로 커피머신 샀고, 커피 마실때마다 오며가며 남편에게도 매번 되새깁니다. 이거 어머님이 사 준 머신이야.
어떤 분인지 아시겠고, 제가 어머님께 느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아시겠죠???
잘 해주고 싶었어요.
근데 진짜 왜 이렇게 빡치게 만드나요.
2년 전 어머님이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를 가셨어요. 어머님 연세도 이제 80이 넘었고, 아마 이 집이 평생 살 집이 될 거 같기도 하고, 그 200만원 주고 샀다는 전기장판도 버렸단(언제 버린진 모르겠고) 소식도 들었고,
이참 저참에 돌침대 흙침대 다시 여쭸어요. 그 즈음에 친정에서도 그 흙침대 관련 A/S 이슈가 있어서 그쪽을 좀 들여다보고 있던 참이기도 했고요.
그때도 흙침대 나는 싫더라, 세상 무겁고 덩치 크고 싫더라 블라블라블라블라.
한참을 설득했죠. 어차피 전기장판 쓰실 거 아니냐, 엄마가 20년 넘게 쓰고 있는데 좋다고 좋다고 하시더라,
친정언니도 얼마전에 돌침대로 바꾸고 엄청 좋다더라, 저야 전기장판도 안쓰는 사람이라 안 살거지만 어머님은 어차피 전기장판 쓰실 거니 어디서 얻어온 그 침대 버리고 돌침대 흙침대 사셔라, 블라블라블라.
기어코 안사신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뜬금없이 침대를 바꿔야겠다며, 흙침대를 사시겠답니다.
오, 잘됐지요. 제가 돈이 아깝겠나요.
사셔라 사셔라.
저한테 사달라(돈을 달라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좀 봐달라) 하길래
어머니, 이건 가구라 직접 눈으로 보셔야 한다, 동네 가구점(어머님 사는 동네에서 10분만 걸어가면 그 도시에서 제일 큰 가구거리가 있음)을 가셔서 한번 둘러보시고 옆동네 창원가면 흙표 흙침대 매장이 있다 거기 가보셔라 했죠.
제가요.
20년 남편하고 살면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돈으로 시어머니 눈치보게 안했다는 겁니다.
제가 뭐 대단히 착하고 쿨하고 남편이 엄청난 돈을 벌고 그래서가 아닙니다.
그냥 저는 애초에 돈에 개념이 좀 없습니다.
시어머니도 평생 뭘 대단히 많이 요구하신 분이 아닙니다. 말도 안되는 요구 하신 적도 없구요.
제가 집 사드린다 하면 그냥 사 드리는 겁니다. 앞에서는 이 말하고 뒤에서는 저 말 하고 한 적 한번도 없고요, 싫은데 억지로 어쩔수 없이 한적도 없어요. 항상 시원시원 쿨하게 해 드렸어요. 제가 왜 이러는 지는 위에 말씀드린 거 같고요.
맘에 드는 거 좋은 거 고르시라고, 다만 시어머니 취향이 워낙 확고하시니(저로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지만, 원래 이 나잇대 노인들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가구는 저는 간섭 안합니다, 맘에 드는 거 고르시고, 결제만 해 드리겠으니 맘 편히 여기저기 둘러보시고 꼼꼼히 보시고 선택하세요. 했지요.
저 이말을 10년전에 옷장 산다고 하실때도 했어요.
그때도 진짜 말도 안되는 거지같은 옷장을;;;;;;;;;;; 진짜 말도 안되는 가격에 사 오셔서 사람을 그렇게 빡치게 만들더니(그래놓고 저희집에 오시면, 지금이야 붙박이지만 그때만해도 장롱 있을 때라, 옷장을 쓸어보고 만져보고 참 좋다 참 좋다... 하시더니, 제가 산 옷장 가격에 딱 10만원 더 붙여서 정말 거지같은 걸 사오는.)
벽걸이 시계도 말도 안되는 걸 어디가서 4만원주고 샀다는데 남편도 저도 빡쳐서....
여튼.
침대 사는데 저는 인터넷으로 봐 드릴 수 없다 딱 잘랐더니
아들하고 둘이 짬짜미를 먹고 들여다보고 앉았어요.
제 남편도 진짜 물건 고르는 거 거지같은데,
제가 그러지 말고 매장을 가시라고 말씀을 드리라고 해도
이 미친놈이 말을 안듣고
카톡으로 사진 몇장, 쇼핑몰 링크 팅팅 주고 받더니
진짜 희한하고 말도 안되는 침대를 골라오고
내가 이건 좀 아닌 거 같아. 라고 말을 해도
남편은 엄마가 이게 좋다잖아. 이러고 있고.
쇼핑몰 사진과 실물은 달라, 리뷰 사진을 좀 봐봐. 했더니
리뷰사진은 좀 다르네, 그래도 뭐 별 거 있겠어. 엄마가 이거 사겠대. 이러고.
다시한번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그거 말고... 했더니
"돈은 내가 주께!" 이러는데 사람 완전 기가 딱 넘어가게. 마치 제가 돈때문에 말리는 거 마냥 되니 사람이 입을 닫게 되더라고요.
(저 300짜리 흙표 흙침대 권했고, 시어머니 80만원짜리 황토볼 보료 침대 골랐음/전 제가 사 드린다 했음)
어차피 흙침대 사실거면 굳이 뭐하러 황토볼 보료침대를 사냐고, 흙판으로 된 거 사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려도
기어코 이 침대 디자인이 예쁘다고, 어디서 거지같은 걸.
제가 남편에게 조곤조곤 다시 말했죠, 거기 머리판 퀼팅 부분이랑 발쪽 퀼팅부분 3-4년만 지나면 부옇게 피어나 안좋아, 침댄데 보료부분 말고는 원목으로 된 부분이 좋아. 라고 이야기를 해도
남편놈의 시키 귓등으로도 안듣고 엄마가 이게 좋대.
결국 보내준 링크로 주문을 넣어줬죠.
울 엄마면 난 이거 절대 못사게 해. 라고 말을 했지만, 남편은 그 말에 짜증이 난듯 보여서 더 강하게 말을 할 수도 없었고요.
네.
침대가 갔어요.
쇼핑몰 사진과 실물 사진의 차이에 시어머니는 경악을 했고,
심지어 침대의 퀼팅부분 때문에 일반 침대보다 길어진데다 다리 부분에 장식이 크게 있어서 침대를 놓으면 문이 안닫히는 상황이.
그래놓고 침대 설치기사는 그냥 도망가고
시어머니는 목수를 불러서 멀쩡한 침대를 좀 잘라내야되겠다, 이러고 있고. 이미 목수를 불렀고.
돌침대 흙침대는 그러시는 거 아니다 해도,(친정에 흙침대, 집 공사 할 때나 자리 옮길 때 매번 전용기사 불러서 옮겨요. 흙판이나 돌판은 균형이 안맞으면 깨진다더군요) 그래도 문이 안닫히니 어쩌냐, 괜찮겠지. 이러고 있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짜증이 나서 배송 기사 욕을 하는데
저는 욕도 안나와요.
아, 저놈의 가위질, 톱질 유명하죠.
집에 가면 멀쩡한게 없어요.
멀쩡한 의자를 등받이 부분이 불편하다고 등 갈빗살을 잘라내고는 철사로 칭칭칭 감아놓는다든지.
저희 신혼집에 오셨을 때, 그때 신혼 소파가 하얀색가죽이었는데
잠깐 자리 비운사이 3m수세미에 퐁퐁묻혀 때탄 부분 벅벅 문질러 놓은 사건도 있었죠.
네, 제가 마음이 좋을 때는
에혀. 비싼거 안써보셨으니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모르시는 구나,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러셨지.
라고 애틋한 마음이 들지만
이렇게 사람을 빡치게 만들때는 진짜.
글을 쓰다보니, 맘이 냉정해지네요, 다시.
뭐 울 엄마면야 속상하고 빡치겠지만
남의 엄만데 기울어진 침대에서 전자파 소리 들어가며 자든가 말든가요.
아들하고 둘이 저지른짓인데 알아서 하겠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