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실패를 겪었어요. 그리고 모든 것이 끔찍하기만 했어요.
나는 늘 시달렸고,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당했고, 말로 다 못할 피해를 받았어요. 신체적, 정신적, 물적, 사회적 피해를 입어야 했고 병동에 입원해야할 정도로 무너졌었죠.
물론, 다른 사람이 볼 때에는 내가 결백한데 남들이 잘못해서 그런거, 아니었겠죠? 나에게도 탓이 많겠죠? 그렇지만, 여기서 객관적으로 어떻게 된건지 그런건 생각 안 할래요. 어쨌든 내 인생은 내가 살고 있고, 내가 사는 내 인생은 피해를 봤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기도 싫은 결혼생활은 끝났고, 다시는 결혼같은건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었죠. 아니, 마음먹을 필요도 없었어요. 그냥 생각만 나도 싫었으니까요.
그리고 나를 조건없이 나만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나이도 있고, 이혼에다 애도 있다는 조건까지 붙는데 대체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겠냐구요. 그런데 일어나더라구요.
그렇지만, 억압당하고 피해당하고 짓밟히기만 한 내 결혼생활의 분풀이를 그사람에게만 했어요. 싸움이나 갈등이 생기면 "이정도가 힘드냐, 결혼하고나면 이따위는 준비단계도 안된다"라며 소리지르고, 내게 불만을 쏟아내고 화낼 때에는 "이정도도 못견디면서 내게 결혼을 하겠다고 용감하게 이야기하느냐"고 호통쳤어요. 결혼에 대해 너무 철벽을 치니 정말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는데, 그걸 보면서도 냉소만 있었죠. "니가 결혼을 안해봐서 그래. 난 해봐서 알거든?"
아무리 자기는 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철벽만 쳤고, 그토록 결혼을 원하는 사람에게 "왜 지옥에 들어가려고 하느냐"는 말만 반복하고... 그러고 결국 이별을 고한 것도 그사람이 아닌 저...
사실 헤어졌을 때 아이가 가장 슬퍼했어요. 이제 다시 정상가정에서 살게 된다는 꿈에 부풀어 친구들에게도 한명이 아닌 두명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부모님" 이러고 다녔다는 아이가요.
그렇게 50대가 되었어요. 이제는 그렇게 내게 순수한 마음으로 와주는 사람은 없겠죠. 나는 왜, 상처준 사람들 따로였고 그 앙갚음을 한 사람 따로였을까요. 그때, 결혼하자는 말을 그토록 밟아 뭉개버린 것이 후회돼요.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할까요? 그런데, 사실 그건 모르겠어요. 다시 돌아간다고 덜컥 "그래 결혼하자" 할 것 같지도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