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도 더 지난 이야기가 되었네요.
86년 신입생 시절을 어리버리 흘려보내고 어영부영 2학년이 되었어요.
대학들어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연애도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웠더랬죠.
근데 연애도 해본 사람이나 하지.. 그냥 하란대로 하고만 살았던 저는 말그대로 범생이...
간혹 동급생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티를 내긴 했지만 연애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제 마음속에만 살고있던 이상형이라는게 있었는데 좀처럼 나타나질 않았던 거였죠.
이때껏 기다렸는데 저런 애송이와 연애할수는 없어 하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고고하게 버티던 어느날 학교앞 전철역에서 한 사람을 보게 되었네요.
상상하던 느낌의 남학생을 보았어요. ROTC 복장이었는데 한마디로 왕자님같았어요.ㅎㅎㅎ
하얀 얼굴에 반듯한 자세로 후배의 경례를 받아주던 그 모습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그날부터 제 눈에는 그 사람만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도서관에서 학생회관에서 전철안에서..
그 사람은 나를 전혀 모르는데.. 난 그사람때문에 잠도 못자고 학교에서는 온통 그 흔적만 찾아다니고 너무 바보같아서 울고싶었어요.
같이 다니는 친구에게 이야기 했고 눈이 굉장히 좋았던 그친구는 늘 그 사람의 출몰을 알려주었습니다. " 7시방향, RT다." "도서관 앞에 RT 나타났다."
지금 생각하면 마치 무슨 게임하듯이 그 상황을 두근두근 즐겼던것 같아요.
학교전체가 그냥 무슨 연애게임장 같았어요.
결론적으로 말도 한마디 못해봤어요.
하지만 졸업식날 그 사람옆에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언니라는것도 알게 되었죠.
선남 선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나의 게임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싶어서 너무 섭섭했던 기억이 있네요.
오늘,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2학년 봄날 벚꽃이 흩날리던 때 학교스피커로 나오던 이노래와 저멀리 지나가던 그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 37년이 지난 지금도 마치 슬픈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그때의 그 설렘, 가슴시림, 그런 감정들을 다시는 못느껴봤어요.
지금 생각하면 인생에 몇번 오지않는 선물같은 시간들이었던것 같아요.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라면 너무 힘들어서 거절하겠지만 일주일정도만 다녀오라면 저는 딱 그때로 가보고싶네요.
그 설레는 마음을 다시한번만 더 느껴보고 싶어요.
젊은 시절의 내 얼굴도 다시 보고싶고요.
ㅎㅎㅎ 할일없어 한번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다들 지금 행복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