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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수생 엄마였던 제가 작년에 쓴 글입니다.

.. 조회수 : 6,154
작성일 : 2020-12-16 11:22:39
아이들 수능 마치고 
마음 고생 많이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혹시 제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올려드립니다.

-------------------------

주변에 재수, 삼수도 아니고 사수생 엄마 만나기 쉽지 않으실 거예요.
주변 사람들은 아이 이야기를 들으면 엄청 놀라고 저를 안쓰러워했어요.

그동안 힘든 일도 많고 견디기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이젠 다 지나갔네요.
명문대학에 합격한 것은 아니지만 원서 쓴 대학에 두 군데, 한 군데는 최초 합격, 또 한 군데는 추가 합격되었어요.
최초 합격한 곳은 마음에 안 차서 힘들어하며 두문불출하더니 다른 곳에서 추가 합격 연락받고는 오늘 당장 뛰쳐나갔습니다.
조금 더 높은 대학을 쓰고 싶었지만 안정적으로 지원한다고 했는데 가장 낮은 데만 붙어서 애가 의기소침했거든요.

재수나 삼수나 사수를 앞둔 어머님들 많으시죠?
저도 겪었던 일이기에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다시 일 년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고 마음이 너무 힘들 거예요.

그러나 돌아보면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 주지 못한 것이 아이와 저를 더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은 다 사는 방법이 다르죠.
저같은 경우는 모두 일사천리로 하나도 막힘 없이 살았던 사람이고, 남편의 경우는 어려운 환경에서 커온 사람이고요.
그래서 저는 공부 못하는 아이를 이해 못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나 봐요.
남편은 어려운 환경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고요.

그러나 제 아이는 사수를 하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막연한 불안감, 불확실성, 따가운 타인의 시선과 선입견, 약한 의지에 대한 자괴감 기타 등등
친구도 못 만날 정도로 자존심에 상처입고 불안에 시달리고... 
그 힘든 것들을 감내하고 여기에 오기까지 인간적인 발전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 시련들이 아이를 더 단단하게 해 주었지요.

19살이면 이제 성인이고 자기 앞가림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해 주되 스스로 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해요.
부모가 나서서 아이를 좌지우지 하다 보면 결과도 부모가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 책임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자기가 책임지고 실패하거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죠.

저도 삼수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간섭하고 야단도 치고 늘 아이 인생에 끼어들지 못해 안달이었죠.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아이의 모습이 불안하기 짝이 없고, 그걸 내가 교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사수에는 제 나름의 깨달음이 있었기에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 주었어요.
뭐든 존중하고 아이가 말하는 대로 해 주었지요.
일찍 일어나든, 늦게 일어나든, 놀기만 하든, 잠만 자든, 학원을 가든 안 가든 전혀 상관 안 했어요.
물론 아이가 요청하는 것은 도움 주었고, 힘들다는 짜증도 대부분은 다 받아주었어요.
대학에 가든 못 가든 아이의 인생이고 어떻다 해도 괜찮다 생각했죠.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고요. 

젊어서 3-4년이 큰 것도 같지만,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나이 먹으면 다 알잖아요.
아이의 실패를 실패라 단정짓지 마세요.
조금 돌아가는 것일 뿐, 그건 더 큰 공부예요.

인생지사 새옹지마
지금 일어난 일이 좋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당장은 좋은 일 같지만 후에 나쁜 일이 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죠.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나든 길게 놓고 보면 다 좋은 일이에요.
일체유심조, 내가 마음을 그렇게 먹는다면 말이죠.

엄마가 자리를 든든히 지켜 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자기 갈 길 잘 찾아갑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잘 지켜봐 주세요.
자기 길을 당당히 가는 거라 믿어주세요.

세상의 모든 엄마들 파이팅!
IP : 175.192.xxx.178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12.16 11:24 AM (112.146.xxx.56)

    고생하셨습니다

  • 2. ㅇㅇ
    '20.12.16 11:25 AM (185.104.xxx.4)

    진짜 세상 엄마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 3. 현자
    '20.12.16 11:25 AM (223.62.xxx.22)

    그게 참 어렵죠.
    엄마들도 나중에는 도의 경지에 오르는것 같아요. ㅜㅜ

    애쓰셨습니다.

  • 4. ..
    '20.12.16 11:27 AM (183.90.xxx.30)

    너무 좋은 글이네요. 저도 물론이고 더 어린 아이엄마들도 꼭 마음에 새기면 좋겠어요.
    아이가 스스로 자랄 기회를 뺏지 말라는 말씀.

  • 5. 고맙습니다
    '20.12.16 11:28 AM (175.208.xxx.235)

    이런글 너무 감사합니다.
    제 아이도 열심히 살아갈거라 믿습니다!!!
    82가 이래서 좋아요~~

  • 6. ..
    '20.12.16 11:29 AM (58.230.xxx.18) - 삭제된댓글

    재수의 의지를 불태울수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도 전 부러울 뿐입니다. 어중간한 성적이라... 아이도 힘들어했고 다시 공부에 집중해야하는 시간.. 자신없다해요.
    요즘 참 힘드네요.

  • 7. 고생많으셨어요
    '20.12.16 11:32 AM (121.190.xxx.146)

    고생많으셨어요 그리고 축하드려요.
    사람 수명이 긴 만큼 입시도전 한두번 정도 더 하는 건 실패축에도 안든다 생각하는게 맞더라구요. (저도 애가 재수했어요 ㅜㅜ) 아직은 부모그늘에 있을 때 한두번 실패하고 좌절하는 건 인생경험으로 삼을 수도 있구요. 물롬 지켜보는 부모는 답답하고 죽을 지경이고 당사자도 심경이 말이 아니겠지만 살아보니 그렇더군요. 원글님 말대로 조금 더 돌아가는 거다. 아직 그래도 부모가 잠은 재워주고 밥은 먹여줄때 하나라도 더 해보는 거다 생각하는게 맞더라구요 ㅜㅜ

  • 8. ㄱㄱ
    '20.12.16 11:32 AM (223.38.xxx.118) - 삭제된댓글

    저도 애를 못믿어서 애가 가기싫어하던 낮은 학교에 수시납치가 되어서 정시성적표를 쓰지도 못하게 되었어요
    저도 우리 아이가 원하면 반수나 재수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햇어요 저도 수능이후 아이인생을 너무 내맘대로 쥐고 흔들었단 생각에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돌아보면 웃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인생에 1년을 허비한거 같아서 넘 미안하더라고요
    아이 키우며 입시겪으며 제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언제라도 따듯하게 그 자리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려고요ㅠ

  • 9. ...
    '20.12.16 11:32 AM (116.121.xxx.143)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0. ..
    '20.12.16 11:32 AM (58.230.xxx.18)

    재수의 의지를 불태울수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도 전 부러울 뿐입니다. 어중간한 성적이라... 아이도 힘들어했고 다시 공부에 집중해야하는 시간.. 자신없다해요.
    어떤 상황에 닥치더라도 그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고아이에게 얘기하지만 제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기가 너무 힘듭니다.
    제가 마음수양이 필요하긴해요.
    감사합니다.

  • 11. ㅜㅜ
    '20.12.16 11:34 AM (223.38.xxx.118)

    저도 애를 못믿어서 애가 끝까지 가기싫어하던 낮은 학교에 우겨 원서접수하는 바람에 수시납치가 되어 정시성적표를 쓰지도 못하게 되었어요
    저도 우리 아이가 원하면 반수나 재수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수능이후 아이인생을 너무 내맘대로 쥐고 흔들었단 생각에 반성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돌아보면 웃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인생에 1년을 허비한거 같아서 넘 미안하더라고요
    아이 키우며 입시겪으며 제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언제라도 따듯하게 그 자리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려고요ㅠ

  • 12. ...
    '20.12.16 11:44 AM (180.71.xxx.236)

    저도 믿고 기다려주는 따뜻한엄마가 되기위해 노력하고 기도하겠습니다

  • 13.
    '20.12.16 11:44 AM (59.12.xxx.22)

    지우지 마세요. 지금은 너무바빠 다 읽을 수 없어 점심시간에 읽을께요. 공부안하는 고딩때문에 너무 힘든 엄마예요

  • 14. 아이들도
    '20.12.16 12:00 PM (210.95.xxx.48)

    엄마들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다들 애쓰셨어요

  • 15. 겨울
    '20.12.16 12:06 PM (121.142.xxx.14)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면이 단단한 아이는 믿고 지지해주는 부모님이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습니다.

  • 16. 추합
    '20.12.16 12:32 PM (222.120.xxx.44)

    축하드려요.
    등록금 입학금 제때에 내시고요.

  • 17. 맞아요
    '20.12.16 12:35 PM (211.114.xxx.15)

    저도 그런 딸애를 키웠어요
    저는 애보고 젊어서 해보고싶은거 하는 의지도 능력이다 엄마는 돈준다고 해도 못한다 그래요
    애는 지금도 가끔 그때 이야기 하면서 지금은 하래도 못할것 같다고 합니다
    반면 아들은 하려는 의지가 정말 없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하려고 하는 애는 끝까지 밀어주자 입니다
    남편은 지금도 말해요 니가 앞으로 지금 위치에서 더 하고 싶다면 아빠는 결혼 후에도 밀어준다고

  • 18. 따로
    '20.12.16 1:18 PM (1.225.xxx.117)

    복사해놓고 힘들때마다 봤어요
    원글님 정말 감사합니다

  • 19. ..
    '20.12.16 3:06 PM (175.117.xxx.158)

    대단한 엄마 정성 메모해용

  • 20. 근데
    '20.12.16 3:34 PM (218.50.xxx.154)

    딴지는 아니고 올해는 아니죠? 설마 사수가 수시로 합격한건 아닐테고 아직 발표 전인데요..

  • 21. 저도 궁금
    '20.12.17 2:49 AM (211.52.xxx.52) - 삭제된댓글

    윗분처럼 저도 궁금해서요. 저희 아이때문에요.정시는 아직 발표전인데. 사수생이 수시로 원서 넣으신건 아닐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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