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일찍 먹고, 여섯살 아들이랑 집밖으로 나왔어요.
그때의 마음은 저녁바람속에 산책좀 할까 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해가 저문뒤인데도 바람이
덥더라구요.
그 열기때문에 내키지가 않아서 아파트 정문옆 벤치에 둘이 앉았어요.
우리가 발을 디딘 땅바닥도 덥고, 저녁공기도 덥고, 간간이 부는 바람도 덥고.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2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아이가 머리위로 손을 가져가면서 이게 뭐지?
하는거에요.
뭔가 갸냘프게 날개를 부비는듯한 소리도 들려왔어요.
그와 동시에 아이손가락위엔 갈색 사마귀가 붙어있었고
혼비백산한 아이는 저를 부르면서 제게 몸을 던지려고 하는거에요.
평소 사마귀를 무서워했던저는 길다란 그놈의 형체가 보이자마자
저도 모르게 먼저 벤치밖으로 뛰어나갔어요.
아이도 곧 저를 뒤따라 일어났고 그렇게 우리는 갑자기 콩크리트 바닥위에서 펄펄 뛰었어요.
그러는 사이에 그 사마귀는 혼자 없어져버렸고요.
그때서야 제정신이 돌아오더라구요.
미안한 마음에 아이한테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아이는 그런 저를 원망도 않하고 괜찮대요.
어제,오늘 계속 그일 생각나고.
그 사마귀도 무섭고.
그놈이 아이손가락에 딸려오기전 부비작거리던 날개짓소리도
소름끼치고.
그러는한편 아이에겐 참 한없이 미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