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십년전 그 때 말입니다.

그땐 그랬지 조회수 : 1,431
작성일 : 2016-06-08 14:59:19

작은 녀석 태어나기 두달전에 1기 신도시로 내집마련해서 꿈에 부풀어 입주했지요..

아파트만 덜렁 지어놓고 버스도 몇대 없고...

황량하던 그 곳에

이사온 사람 모두 마음이 쓸쓸하고 사람이 그리워서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고 반가워했던 것 같아요...

작은 녀석 태어나고 큰녀석은 유치원에 다니고...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그 때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날 여기다 데려다 놓고 너만 매일 서울로 가는구나.. 하면서 남편을 원망했지요.

남편은 아홉시전에 퇴근하는 날이 정말 가물에 콩나듯 했구요

주6일 근무였지요..


16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 게 끝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육아에 지치고..생활에 지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큰애가 입학하고 알게 된 '동네엄마'들...

아침이면 학교보내고 세수만 겨우하고 모여서 커피마시고 작는 녀석들 놀게 해주고

차있는 엄마 차타고 마트도 다니고...

심지어 장도 같이 봐서 저녁메뉴도 함께 만들어 나눠가지고 집에가고...

대보름날은 나물 두가지씩 해서 서로 나눠 가져가고...

그래도 마음을 못잡는 저를 위해 작은녀석 봐줄테니 바람쐬고 오라고 내보내주고...

애들하고 엄마들하고 수영장도 가고 - 여기 간다고 새벽부터 튀김기 가지고 모여서 닭튀기던 생각이 나네요

누군가의 할아버지댁에 단체로 놀러 갔다 오기도 하고..

나 오늘 가구를 좀 옮기고 싶다면 모두 달려가서 같이 해주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심할 수도 있는  생활을 한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사회성이 떨어져고 사람많은 걸 기피하게되어서 현재의 저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그래도 그 동네엄마들이 아니었다면 전업으로 머물러 육아와 살림에 시달리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몰려다니며 시끄럽기도 하고 의미없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그 때 그 동네엄마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IP : 175.194.xxx.21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16.6.8 3:03 PM (110.8.xxx.113)

    동네엄마들 고마운 사람들이죠~ 육아동지이고 함께 육아우울증을 헤쳐나온^^
    여왕벌 그리고 다 수그려 이런 모드가 되지 않게 서로서로 배려하면 좋을 것 같아요

  • 2. MandY
    '16.6.8 3:40 PM (121.166.xxx.103)

    저도 신도시에 큰아이 4살 작은아이 갓난쟁이 정말 힘들었을때 만난 동네친구 아직도 내 형제같이 잘 지냅니다 그때 생각나서 흐뭇하기도 하고 그때도 지금도 고마워서 눈물겹네요^^

  • 3. 엄훠 무슨 말을 그렇게...
    '16.6.8 5:45 PM (211.219.xxx.135)

    자학하시나요???

    그게 대한민국 근대 사회 문화의 근간이었는데.

    몰려다니며 시끄럽기도 하고 의미없기도 했겠지만... 라뇨........절대 아닙니다.


    그런 아줌마들의 힘이 얼마나 건강하고 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있으며 긍정적이어서 많은 아이들을 키워냈잖아요?
    야근에 쩌들어 배고프니까 회사 근처에서 늦게 치맥먹고 오는 남편이 애들을 위해요? 맞벌이에 동동동 하루하루 숨어넘어가기 직전까지 몰리는 맞벌이맘들이 사회를 풍족하게 만들겠어요?


    한국사회 근간에는 저변에 깔린 전업들의 역량 발휘가 정말 어마하게 크고 폭넓은데 사회에서 아직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남성중심 마초 사회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10852 성당이나, 교회만가면 울컥하는 분들 계세요? 1 성당 03:34:36 60
1610851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은데요. 이러한 제 행동 비정상일까요? 3 ..... 02:34:59 415
1610850 갈릭 피자에 페퍼로니 얹으면 어떨지요 2 ..... 02:23:49 101
1610849 사춘기아이한테 엄마도 갱년기라고 했더니요 1 으하하 02:22:48 575
1610848 국민연금을 언제까지 받을수 있을까요? 1 ... 02:22:33 279
1610847 다운튼애비 보신분 4 02:14:48 267
1610846 해외 있다고 병원비 전액 부담하는 오빠 두신 분 부럽습니다. 6 부럽 01:49:53 1,119
1610845 네이버 줍줍줍 2 ..... 01:43:20 450
1610844 제로콜라 먹는 사람 특징이라는데 6 ㅇㅇ 01:37:16 1,605
1610843 1등석 라운지 거지 12 .. 01:34:59 1,525
1610842 지금 ebs에서 미국최고공립학교 다큐 나와요 .. 01:27:59 611
1610841 0부인, 북한인권 간담회 참석 대통실 공식사진 7 01:13:19 1,003
1610840 칭찬이 남편을 춤추게 하네요 1 까탈스롭고예.. 01:11:48 657
1610839 부모님병원비 12 병원비 01:08:26 1,072
1610838 수건에 물이 들었는데 어떻게 하나요 3 속옷 00:56:26 312
1610837 인도 재벌 막내아들 결혼식요 11 ..... 00:55:51 2,181
1610836 중학생 영.수 학원비 얼마씩 하나요? 3 Ghfdx 00:53:05 607
1610835 야한 잠옷들 다 버렸나요? 4 웃겨 00:44:19 1,184
1610834 "세종대왕 뒤로 한자가?" 또 광화문 현판 논.. 1 .. 00:43:52 784
1610833 화장못하는 여자...조언 좀 해주세요 3 화장 00:43:36 766
1610832 나 요즘 못생겨진거 같아.. 8 김또깡 00:26:16 1,143
1610831 뱀파이어 동안 외모가 있기는 하군요 2 ... 00:23:56 1,622
1610830 예전에는 배고프면 잠이 안왔는데 1 간헐적단십 00:08:52 853
1610829 진짜 루리 좋아보여요 5 가브리엘 00:05:22 1,543
1610828 탄핵이 필요한거죠. 6 숨듣명 00:04:42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