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알던 남자인데, 이십년 가까이를 잊힐만하면 한 번씩 꾸준히 연락을 해 옵니다.
데이트 몇 번 정도 했던 별 거 없는 사이였습니다.
이메일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간간히 안부를 물어왔죠.
자신의 sns에 초대도 하고 그랬지만, 제가 일절 그런 걸 안 하고 있어 답변을 한 번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메일에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가르쳐 주며 놀러오라고 돼 있더군요.
누구나 그렇듯(?) 솔직히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가 봤어요.
보니, 예전에 그 사람과 아주 잘 통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관한 포스팅이 대부분이더군요.
순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경계심이 탁 풀어지더군요.
그래서, 방문인사 몇 마디 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귀한 포스팅이 몇 개 있어 이후로도 몇 번 더 가 봤더니...
부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댓글을 남겼더군요.
'와...정말 섭하네...나도 모르게 이런 곳을...희희덕...'
아마 그 분인은 남편의 그런 블로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고, 제 댓글을 보고 오해를 한 듯 싶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바로 쪽지가 날아왔습니다.
난 남녀 사이에 친구처럼 지내는 거 이해도, 용납도 안 되니, 다시는 내 남편에게 연락하지 마라...
처음엔 답장을 할까 했으나, 그게 더 우스운 듯 싶어 그냥 조용히 그 블로그에 발길을 끊었고요.
그 이후로 그 남자에게 여러 번 메일이 왔으나, 수신확인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후로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무심한 부인인가 싶더군요.
전 남편이 술을 먹고 새벽에 들어 와도 신경도 안 쓰고 잠만 잘 자는 사람이거든요.
물론, 술자리를 자주 하지도, 연락없이 늦는 일도 거의 없는 사람이지만요.
그냥 오늘 회식이야...그러면, 늦어도 그런가 보다 하고 신경도 안 써요.
성격이 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남편이 그런 취미차원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을 듯 싶거든요.
실지로 남편 카톡, 카스에도 거의 안 가 봐요.
여자 지인들이 드나들고 하지만요.
제가 일반적이지 않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