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부모 상처 아이 상처
"공부 잘하라고 야단은 쳐도 동생들 다 책임지라고 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아빠가 목이 메이면서 얘기하는 내용에 의하면 맏형과 동생들 그리고 누나까지 모두 다 이런 저런 이유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서 둘째인 자기가 어머니까지 네 가정의 생활비를 다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아내와도 자주 갈등이 생겼지만 어쩔 수 없다고 아내를 설득해왔다는 것이었다. 때때로 자신도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형과 동생 사이에서 치여 엄마 사랑을 독차지해보지 못한 마음에 이렇게라도 하면 착한 아들 소리를 들을 것같았다고 했다. 아이 엄마는 그 문제때문에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아무리 형제라도 너무 과한 보살핌에 속이 상한다는 엄마의 불만과 아버지의 끝없는 희생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지켜보면서 아이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부조리한 희생과 불필요한 책임을 그대로 흡수한 것이었다.
"그러면 아드님도 아빠와 꼭같은 인생을 살기를 원하세요?"
아이 엄마는 손사래를 쳤고 아이 아빠도 고개를 저었다.
"고생은 저희 대에서 끝나야지요. 이런 걸 왜 애들을 물려줘요? 그리고 집에서 나가라고 한 것도 그냥 겁주려고 했는데 아이는 그걸 고지곧대로 받아들였나 봐요."
"고생을 부모 대에서 끝내시려면 부모도 그렇게 사시는 걸 보여주셔야만 되는 일이에요. 말로만 그러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그 말이 먹힐리가 없지요. 아이는 부모가 말라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만 배운답니다."
아빠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는 내 마음도 아프고 아이 엄마의 눈도 벌개졌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늘 형만 위하시고 그게 서운했어요. 그래서 이제 내가 형보다 더 자리를 잡았으니 더 잘해드리려고 했는데 그 사이에 내 자식이 속을 썩는 건 몰랐네요."
물론 다 자란 어른이 되어서도 어머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자기 가정의 평화를 희생해가면서 어머니와 형제들을 도우려고 했던 아빠도 어떤 면에서는 희생자이다. 부모가 꼭같은 마음으로 사랑해주고 감싸주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사랑을 받으려고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편은 일찍 보내고 의지할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었던 어머니로서는 험하고 무서운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맏아들이 남편처럼 의지가 될 법도 하다. 아들도 어머니도 모두 인생의 험한 전쟁에서 발생된 희생자이다. 엄마와 자신이 서로 희생자가 되어 상처를 주고 받는 사이에 자신의 아들도 그 상처에 동참을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아빠는 그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주에는 고등학생 아들의 문제로 찾아온 부모를 만났다. 학교에서 컨닝을 하다가 걸려서 큰 문제가 생긴 아이였다. 표면적인 문제는 아이의 컨닝으로 인한 부모와 교사의 면담을 어떻게 치뤄야 하나에 관한 것이었지만, 그 속에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미국 학교에서는 컨닝이란 그 어느 위반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서 이것이 단 한번이라도 기록에 남으면 어느 대학에도 입학할 자격을 잃게 된다. 아이 하나의 일생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릴 수도 있는 큰 잘못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부모를 만나 얘기하면서 보니 아이는 평균 성적이 B 정도 되는 아이인데 아들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엄마와 아이 사이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시키고자 뒤늦게 이민을 온 가정이라서 기대가 큰데 그것에 비해 아이가 우수한 성적이 나와주질 않으니까 엄마는 조바심이 났나 보다. 그러면서 부부 간에도 아이 문제로 갈등이 늘어나고 남편은 경제적으로 큰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발언권이 많지 않았다.
아이는 어떻게해서든 엄마 마음에 들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컨닝을 택했다고 한다. 아이가 선생님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쓴 편지의 사본을 보니 지난 번 시험 성적이 D가 나와서 엄마를 더이상 실망시킬 수 없어서 생각다 못해 그랬다고 했다. 자기는 대학을 꼭 가야하는데 이런 문제로 대학을 못간다면 엄마를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대학은 온전히 자신의 인생의 문제여야 하는데 엄마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는 대학을 아이는 얼마나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아이의 행동이 기록으로 남으면 대학을 가는 것에 큰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하자, 엄마의 얼굴이 벌개지면서 화를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역력했다. 내 마음 같아서는 지금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쉬운 길로 가지 않고 찬찬히 순리대로 가게 하는 것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고 잘못된 길로 인도하겠는가. 그러나 어린 자식들은 이해를 하기보다는 오해에 빠지게 마련이다. 말로 타이르는 것보다는 부모의 삶에서 보여지는 것을 남김없이 흡수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나는 부모와 형제를 다 책임지더라도 내 자식은 그러지 않고 홀가분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을 알 길이 없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성적을 올리되 부정한 방법은 안된다는 것을 마음에 담기에는 엄마를 실망시키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것이 아이들이다. 공부를 잘하라는 이유로 정도 이상의 협박을 하면 성적이 오를 가능성은 있을지 몰라도 엄마 아빠와 연결된 사랑의 끈에는 금이 가게 되어 있다. 아이의 마음에 새겨진 억울함과 두려움은 부모의 상상을 초월하게 오래도록 아이의 마음에 남아 인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자식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먼 이국 땅에까지 와서 안해본 일을 하느라 고생하면서 아이를 뒷바라지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참고 살아가는데 내 뜻대로 되어주지 않는 아이를 보면 부모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기 마련이다. 고생한 낙은 언제나 큰 열매가 있을 때에만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남편도 밉고 나 자신도 미워져서 오히려 아이에게 더 쏟아붓게 된다. 아이는 아이대로 말도 잘 안통하는 나라에서 제딴에는 안간힘을 쓰고 공부를 해도 마음대로 올라가지 않는 성적을 보면서 열등감이 생기고 마음이 상한다. 엄마도 아들도 어찌 보면 꼭같은 희생자이다. 상처없는 영혼은 어디 있을까 라고 했던 랭보의 싯귀마냥 우리 모두는 이것 저것에 상처를 받고 서로 물려주고 넘겨 받으면서 살아간다. 부모도 자식도 알고보면 서로가 다 희생자인 법인데 그걸 모르니 서로 더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모르고 부모는 또한 자식의 마음을 모른다.
부모가 물려주는 수많은 유산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아마도 마음의 상처일 것이다. 때로는 상처의 부위까지 나와 꼭같은 우리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쓰리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상처에 눈을 돌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상처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나의 상처를 부인하지 않고 바라보고 인정하는 작업에서부터 내 마음의 치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치유되지 않는 한 내 아이들도 나와 꼭같은 빛깔의 상처를 안고 힘겹게 인생의 걸음을 옮길 것이다.
다음 주에 통역 겸으로 도와주기 위해 그 아이의 학교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내 마음이 무겁다. 부족한 나의 힘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한 아이의 인생이 이 일로 인해 평생 오점이 남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처럼 내 마음에도 내 아이의 마음에도 한 점 아픈 곳이 없을 그 날이 오면 좋으련만 눈을 돌려 들여다보면 내 마음에는 아직도 수많은 상채기들이 밴드만 우선 붙여진 채로 치유를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그 모습에 절망이 되고 치유의 더딘 속도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아이를 위한 가장 큰 선물은 내 마음의 치유임을 새롭게 새기면서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밴드들을 잘 갈아붙이고 약을 발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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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물질몸
'09.11.11 11:10 AM"아들도 어머니도 모두 인생의 험한 전쟁에서 발생된 희생자이다"라는 말에 제 집안의 모습이 떠오르며,,,
성숙되고, 의식이 형성되기도 전 주어진 사회적 이름에 숨차하며 어쩌지도 못하는 우리의 형제들에게 연민의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사 깨닫고 있습니다,,이제 겨우 조금씩....
동경미님.
마음의 밴드에 힘이 될 수 있다면,,저도 기도 하겠습니다,
당신에게 지혜를 주시어, 그 학생이 어진 사람으로 거듭나는 시간 되길 기도 하겠습니다2. 션와이프
'09.11.11 11:44 AM나도 모르는 새, 나는 어떤 상처를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제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고,
또 아픈 것, 들추어 내기 싫은 것들을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는 성숙한 "내"가 되고 싶은데,
마흔살이나 되어서도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먼 것 같습니다.3. 동경미
'09.11.11 1:40 PM말물질몸님.
다행히 그 아이의 일은 잘 마무리되었어요.
이 글을 제가 지난 주에 써놓고 다른 글을 먼저 올렸더니 시간 순서가 바뀌었지요.
제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몸살이 났네요 ㅠ.ㅠ
까딱 잘못하면 평생 기록에 남는 오점이 될만한 일이었는데 선생님의 사랑으로 잘 지나가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요.
아이도 엄마도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을 거에요.
션와이프님,
우리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여과없이 내려보내지요.
그래도 나의 아픔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또 제대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성장이랍니다.4. 델몬트
'09.11.11 4:16 PM동경미님의 넓은 마음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제게까지 전달되네요.
자식을 키워보니 남의 자식일도 남의 일이 아닌것을요.
저도 가끔 상처주는 말을 하는데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땐
감당 못하지요.
한번 내뱉은 말은 영원히 뼈속까지 들어가 나오질 않아요.
축복의 말로도 모자른데,,,,,
다시 반성하고 갑니다. 감사해요.5. 크롱^^
'09.11.11 6:19 PM아이의 일이 잘 마무리가 되어서 넘 다행이네요.
그 아이한테는 동경미님이 중요한 타인이었네요^^
정말 아이를 키우니까 남 얘기가 아닌거 같아요. 아기를 키우면서 저도 철이 들어가는거 같아요.
벌써 12년이 지난 일인데요. 직장을 다니다 늦게 대학을 입학했어요.
그때 과에서 60명중 7명인가만 교직 이수 자격을 줬거든요.
1학년 1,2학기 점수로만 뽑는거였는데...정말 가관두 아니었답니다.
교직 이수할려구 공부도 열씨미 했던 아이들도 컨닝페이퍼를 만들어와서 컨닝을 하는데
정말 어의도 없었고, 이렇게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허무하더군요.
성적만 잘나오면 된다. 원하는거만 얻으면 된다. 식의 도덕적이지 못한
교육환경이(물론 다 그런거는 아니구요) 그아이도 어쩌면 미국의 엄격한,
창의적의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창의적이고, 대화로 풀어가는 인격적인 교육방식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너는 컨닝했으니까 대학가면 안돼..가 아니라
동기와 반성등을 보고 기회를 다시 주는거...아마 아이는 이 일을 계기로
많은 경험과 교육을 받았을거 같아요.
저두 우리 아가를 있는 그대로 그 눈높이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6. 동경미
'09.11.11 6:42 PM델몬트님,
남의 자식 일을 보면서 참 많이 반성했어요.
저도 그 전 날 우리 막내가 수학 공부 안한다고 혼내고 난 참이었거든요.
제가 같이 만난 고등학생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공부를 못해도 자식이고 잘해도 자식인데 아이가 어떻다 해도 엄마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요.
어찌나 찔리던지요^^;;
제가 그 고등학생을 도와주러 간 줄 알았는데 사실은 교훈을 얻으러 간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롱^^님,
미국 교육이 생각보다 참 엄해요.
권위에 도전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고 특히 교권이 우리 생각보다 아주 세요.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것은 절대로 허용을 안하고요.
자유로운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교육에 있어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보수적인 부분들이 있어요.
술먹고 담배피다 걸리는 아이가 컨닝하다 걸린 아이보다 훨씬 약한 벌을 받는다는 것이 저에게는 참 신기했어요.
신뢰를 그만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지요.
원래는 컨닝으로 걸리면 대학입학 원서를 쓸 때 선생님들의 추전서가 필요한데 안써주는 것이 원칙이라서 아주 불리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날 만난 선생님이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서 처벌을 안받게 되었어요.
동양 부모들의 교육열 들을 잘 아시는 분이어서 아이가 부모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실수한 것으로 이해해주시더라구요.
아이도 엄마도 많은 걸 느끼고 서로 확인하고 그래서 참 보기 좋았어요.
엄마가 미안하다고 안아주니까 180이 다되는 덩치 큰 녀석이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구요ㅠ.ㅠ7. 말물질몸
'09.11.11 10:16 PM그랬군요!
다행이네요.. 애 쓰셨습니다,,
계속 좋은 기운으로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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