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콩 심으면 꼭 콩이 나온다
아이가 배워야 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은 콩을 심으면 반드시 콩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콩을 선택해서 심은 콩이라면 추수할 때 콩을 수확하면서도 원망을 한다거나 남이 심어 추수한 팥을 부러워 내 콩들을 다 버리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많은 경우 공부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일수록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씨앗을 심는 일도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가 심은 것과 같은 수확을 거두지도 못한다. 세상의 법칙은 분명히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인데, 아이들의 법칙은 내가 무엇을 심어도 좋은 것만 나오게 되어있다는 것이니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면 쉽게 좌절하고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한다. 심는 것은 내 일이라도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 수확을 해오는 것은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 중 한국계 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확률이 가장 높은 40% 대라고 하는 결과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부모들이 아이들의 선택에 비교적 많이 관여하고 아이들의 자치성을 인정해주는 일을 어려워하는 한국 사회의 아이들 교육의 부작용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일과를 하나 하나 다 짜주고 관리해주고 학원까지 다 정해주며 기르다 보니 막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대학에 입학은 하지만 입학보다 졸업이 훨씬 어려운 미국 대학 시스템에서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살아남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학 1학년에 들어가면서 얻는 엄청난 자유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첫 학기 성적표를 받으면 실신 지경까지 가는 아이들이 많다. 엄마가 따라다니면서 깨워주지도 않고,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경고를 하는 것도 아닌 완전한 자유의 세상에서 자기 주관을 잃지 않고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의 경계를 잘 지키면서 대학 생활을 잘 하는 아이로 기르려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바뀌어야 한다.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때부터 나오는 독서 과제도 제법 창의성을 요하는 수준이다. 단순히 독후감을 적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과 공작까지 겸하는 여러가지 기술이 합쳐지길 원하는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는 보통 한 달 전에 공고를 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작업을 하게 한다.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날짜까지 모든 것을 차근차근 다 마쳐서 가져오는 것을 통해서 시간을 관리하는 것도 배우고, 전날 밤을 새워서는 도저히 마칠 수 없는 과제를 하면서 모든 일이란 하나 하나 잘 계획을 세워서 해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우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어려서 각종 독서 과제와 과학 과제를 마치면서 나와의 크고 작은 분쟁이 늘 있었다. 한 달을 기한으로 주는 과제이건만 처음부터 그 날짜를 스스로 잘 기억해서 매일 조금씩 마쳐서 제출하는 방식을 잘하는 아이는 없었다. 아이의 마음에 몇 배나 조급한 나의 마음과 내 마음을 못 따라와주는 아이 사이에서 벌이는 신경전으로 몇 번이나 자괴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깨닫는 것은 아이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온전하게 떼어놓고 건강한 거리를 둔 사랑을 주지 않는 이상 아이와 나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말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큰 아이가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제 스스로 뭐든지 미리 해가는 스타일이었기에 둘째가 1학년에 입학을 했을 때에도 당연히 제 일은 일일히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하려니 하고 마음을 놓고 시작을 했었다. 그런데 나의 기대와 달리 독서 과제를 두 어 번 하면서 아이가 간신히 마감 전날이 되어야 헐레벌떡 준비물을 찾고 엄마 아빠에게 눈물 섞인 도움을 청하면서 순전히 남의 도움으로 완성되는 과제물을 해가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이를 내버려 두고 자기 행동의 결과를 그대로 맛보게 하자니 솔직히 엄마로서의 체면도 있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엄마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진퇴양난 속에서 심호흡을 하고 큰 결심을 했다. 아이가 콩을 심으면 절대로 팥을 가져다 주지 않기로.
다음 번 독서과제가 나왔을 때 아이와 함께 달력에 마감 날짜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치고는 매 주 조금씩 해나갈 계획을 세워오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말하지도 않을 것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든 너의 계획과 선택을 존중해주겠지만 그 결과는 온전히 네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일단 계획부터 세워오라고 했더니 아이는 건성건성 계획을 세워서 가져왔다. 첫 눈에도 구멍이 숭숭 뚫린 계획인 것이 보였지만, 또다시 심호흡을 하고 참 잘해왔다고 했다. 아이의 계획에 의하면 한 달 뒤의 마감 날짜 일주일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일주일을 남겨놓고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마감 전날에 그리고 붙이고 해가겠다는 딴에는 합리적인 계획이었다. 일주일 동안 과연 다 할 수 있겠냐고 물으니 자기는 책 한권에 그렇게 한 달 동안이나 오래도록 매여있고 싶지 않고 3 주 동안은 다른 책들을 읽다가 일주일 동안 바짝 열심히 하면 다 해낼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미리 의논하면서 의견을 합해놓은 것들이 있었기에 남편과 나는 더이상 뭐라 하지 않고 아이의 선택을 그대로 동의해주었다.
3주가 흘러가면서 다른 아이들의 엄마를 만나면 아이들이 지금은 뭐를 완성했고 뭐를 새로 붙이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아무 걱정 없이 하나도 시작을 안하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나도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뭐라고 일러줄까 하는 갈등도 했지만 남편과 함께 서로의 입을 막으면서 3주를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계획대로 일주일 동안 책을 읽겠다는 아이가 막상 기다리던 그 날이 되었는데도 책을 손에 쥐지도 않으면서 며칠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동안 참아온 인내심에도 한계가 오고 있었지만 꾹 참으면서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기다리던 마감 전날까지도 아이는 책읽기도 다 마치지 못하고 당연히 그림과 붙이기도 시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는데 한껏 수심에 찬 얼굴로 와서 자기가 숙제를 마쳐야 하는데 포스터 종이를 한 장 더 사야겠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문방구가 벌써 문을 닫은 시간이라 지금은 살 수가 없다고 했다. 내 마음에서 그간 참은 화가 올라오려고 했지만 한번 더 참아보기로 하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급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종이가 찢어졌다는 것이었다. 애써 감정을 자제하면서 너무 속상하겠지만 그래도 그냥 찢어진채로 최선을 다해서 가져가는 수 밖에 남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친구들은 이렇게 찢어진 종이로 과제를 가져오는 아이들이 없을 거라면서 엄마가 진작 같이 해줬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원망을 늘어놓았다.
내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감지한 남편이 얼른 와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그동안 참은 것이 다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은선아, 엄마 아빠가 분명히 한 달 전에 설명을 해주었어. 이번부터는 네가 다 계획을 짜고 스스로 결정해서 해보라고 했고 너도 충분히 알아듣고 그러겠다고 동의를 했어. 계획을 짜서 가져와보라고 했을 때 네가 가져온 계획이 여기 있는데 한번 살펴보자. 음...네 계획에 의하면 마감 일주일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일주일을 남겨놓은 시점부터 책을 읽고 과제를 시작한다는 것이었구나. 그런데 이대로 했니?"
아이는 그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도 인정해야했고, 무엇보다도 그 계획 자체가 너무나 무리가 많은 것이었음을 뼈아프게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고 있었다.
"은선아, 뭐든지 네가 선택한 모든 것에는 결과가 따른단다. 그 결과가 네가 원하는 쪽으로 나오게 하려면 그 이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어.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네 것이 된 좋은 결과는 그 순간에는 기쁘고 횡재한 느낌이겠지만 사실은 네 것이 아닌 거야. 아빠는 은선이가 지금 1학년 때 일곱살에 이걸 배웠으니 앞으로 스물 일곱 살때에는 절대로 꼭 같은 문제로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마음에 기분이 너무 좋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와 그 곁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를 안아주는 아빠를 바라보던 그 날 밤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에게 남아있다.
다음 날 둘째는 반이 찢어진 독서과제를 간신히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서 가져가서 친구들의 완성품들을 부러워만하다가 돌아왔고, 그 경험이 살이 되고 피가 되어서 중학교에 다니는 지금까지도 과제를 해가는 날짜를 어기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해간 때는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제 스스로 조바심을 하면서 마감 날 며칠 전에 과제를 미리 마치고 홀가분하게 제출하는 일이 더 많았다. 두 살 아래의 셋째가 미국으로 돌아와서 첫 과제를 받아오던 날 둘째가 부르더니 마치 어른이 가르치는 듯한 태도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엄마 아빠는 절대로 전날 같이 밤새고 도와주지 않을 것이니 아예 기대도 말고 네 스스로 해야한다고 하던 얘기가 하도 우스워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방문 밖에서 엿들었던 때도 있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 큰 아이가 웅변 대회를 처음으로 나가게 되었다. 원고를 쓴다고 두어 달 전부터 밤을 꼬박 새우면서 준비를 해온 터라 내심 기대도 되고 아이가 대견하기도 했다. 평소 글쓰기는 잘하는 아이라 원고는 잘 되었다고 하는데 원고의 길이가 길어서 암기하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제 스스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으니 나는 곁에서 아무 압력도 주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만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대회를 며칠 앞두고서는 그다지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암기도 건성으로 지나가는 것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같은 대회에 나가는 다른 아이들의 소식을 전해들으면 아이들이 기를 쓰고 연습을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일찍부터 연습을 해서 기운이 빠진 것인지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일찍 자고 연습하는 시간도 짧기만 했다.
그래도 내 스스로 한 결심이 있기에 아무 소리도 안하고 대회 당일까지 갔다. 아침 7시까지 대회장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5시 반부터 서두르는데 영 일어나지를 않는다. 깨워서 준비를 하는데 보니까 대회에서 입으려고 사다 놓은 정장 투피스는 가격표와 상표도 아직 떼지를 않았고 전날 밤 준비해놓으라고 한 스타킹도 어디 있는지를 몰라서 한참을 찾고 있었다. 눈으로 보면 잔소리를 할 것같아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 혼자 큰소리로 짜증을 부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 소리가 나갔다.
"그러게 미리 준비를 해놓고 자라고 했는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남편이 쿡 찌르면서 눈짓을 한다. 아이는 내버려두고 나가서 차에서 기다리자고 했다.
" 그냥 둬. 결심한 거 다 무너뜨리지 말구."
잠이 덜 깬 얼굴로 남편이 우리의 결심(?)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다행히 더이상 잔소리를 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아이를 무사히 잘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와서 기다리는데 정오 쯤 되니 시무룩한 소리로 전화가 왔다.
" 엄마, 나 준결승에 떨어졌어요."
"그래? 속상하겠다. 연습 많이 했는데 아깝네."
"아니야, 그렇게 해가지고는 안되는 거였나봐요. 애들 하는 거 보니까 내가 연습한 정도로는 될 게 아니에요. 내가 너무 쉽게 봤나 봐요."
그러게 엄마 말을 듣지 하고 말이 나가려는데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괜찮아, 태어나서 처음 나갔는데 그 정도면 너 천재인 거야.그렇게 하는 애가 어딨니?"
"아니에요,엄마. 처음 나와도 다 상 타요."
좀전까지 울먹이던 목소리가 고슴도치 엄마의 말에 기운이 났는지 웃는 소리로 금방 바뀌었다.
긴 인생살이에 배워야 할 기술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따라다니면서 대신 해주는 게 더 쉬워보이는 것들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부모가 함께 해 줄 날은 한정이 되어있고, 언젠가는 내 품을 떠나서도 제 힘으로 곧게 잘 서야 할 아이들이기에 오늘도 나는 아이들이 심은 콩을 파내고 대신 팥을 넣어주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추수의 때에 제가 심은 콩을 보고 눈물이 나고 후회를 하는 한이 있어도 부모 곁에 있을 때에 후회의 늪을 건너는 것이 먼 훗날 부모가 떠난 후에 겪는 것에 비해 몇 배는 덜 아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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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나비
'09.10.29 2:23 PM언제나 감사히 글 읽고 있어요..
동경미님글 다른 육아 카페에 올려도 되는지요..물론 출처 표시하구요..
저 혼자보기에는 너무 아까워서요..2. 열쩡
'09.10.29 2:56 PM휴...
도를 닦아야 할거 같아요 ㅎㅎ
아이가 6살이니 아직 제가 겪지 못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경미님 1/10만큼이라도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3. 버피
'09.10.29 3:29 PM정말 마음에 와 닿는 글이예요..
큰 아이가 올해 학교에 들어가 1학년인데.. 정말 공부가 문제네요..
제가 퇴근 후 조금씩 봐주는데... 제 몸이 피곤해서인지.. 일기 하나 쓰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리니.. 얼마나 속이 터지던지요..ㅜ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은데.. 아이가 제가 무서워서 억지로 공부하는 아이가 될까 걱정입니다..4. 처음처럼
'09.10.29 5:48 PM퍼갑니다.
5. hshee
'09.10.29 6:49 PM열쩡님 말대로 .. 정말 도닦아야 되는군요..
그래도 7살이면 정말 어릴 나이인데.. 아무리봐도 부모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아이의 자율성을 믿고 두고 보기만 한다는 건 정말 힘들것 같네요.
하지만 부부가 같은 마음으로 도와줄 수 있다니.. 그게 참 큰 축복인거 같네요.
중요한건 저의 남편은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제가 안될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좋은글 계속 올려주세요. 글읽으며 미리 도닦게요6. 동경미
'09.10.29 10:17 PM수나비님,
네. 퍼가셔도 되요. 그런데 출처를 잘 써주시고요^^
얼쩡님,
아이 기르는 일이 정말 도 닦는 일 맞답니다. 내 성질대로 하면...그냥 내가 하는 게 제일 속편해요^^
그렇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고 무시하지 않으면서 하는 게 중요한 것같아요.
버피님,
일하는 엄마들이 아이들 공부 습관 잡기 참 힘들지요. 엄마가 회사에 있는 낮시간 활용이 어렵고, 엄마가 퇴근해서 오면 또 늦은 시간이 되고...저도 일하면서 도 많이 닦았지요^^;;
엄마가 오기 전까지 여러가지 숙제 중에서 혼자 해도 잘할 수 있는 것을 꼭 한 가지만 해놓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나머지는 엄마가 오면 봐주더라도, 우선 한 가지씩 천천히 혼자서 책임지고 하는 버릇을 들이면 나아질 것으로 보여요.
처음처럼,
네, 그러세요. 그런데 출처는 꼭 써주시고요^^
hshee님,
엄마들 도 닦으라고 아이를 주셨다는 농담 제가 늘 하는 농담입니다. 그렇게 다지면 저는 아이가 많으니 더 많은 도를 닦아야 하는데 말이에요ㅠㅠ
남편과 제가 초반기에는 아이들 양육의 기본을 잡는 것에 대한 의견 차이가 많았어요. 보편적인 남자들처럼 저희 남편은 자유 방임주의이고 저는 완벽주의이니 말도 못하게 부딪쳤는데, 아이를 바르게 가르치는 것보다는 남편과의 관계가 잘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일단은 집안에 질서가 서잖아요. 남편이 어떤 스타일이시건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적'으로 남편 뜻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우월주의가 아니고, 가정의 질서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이 부모 중 누구의 말도 안듣는답니다.
아이들의 자율성은 사실 이른 것같아도 초등학교 1학년에 거의 완성이 된답니다. 그 때에 안되는 것은 아이의 잘못은 10% 미만이고 엄마가 놓아주지 않아서이지요. 아주 특수하게 학습 장애가 있거나 ADHD 혹은 자폐증 등 장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릴수록 자립심을 가르치기가 훨씬 쉽지요.
남편 분이 준비가 되셨다니 큰 축복이세요. 보통은 아빠들이 더 어려워해요^^7. jlife7201
'09.10.30 1:19 AM저도 요즘 큰아이(1학년)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 구구절절 맘에 와닿습니다.
자신이 하루의 일정을 계획하고, 행동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제 경우엔 두가지에요.
하나는.
동경미님도 말씀하셨듯이 막판에 가서 폭발하는 문제에요.
시계를 계속 쳐다보면서..
'음~ 한시간이 지났군.'
' 학교에서 온지 벌써 4시간동안 가방도 안열어보고 있구나. 음....'
'잘 시간까지 2시간 남았는데 놀고 있군..음....'
이러다가 막판에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요즈음엔~, 저도 막판에 폭발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고
아이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아이가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하는 연습을 하기엔 1학년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두번째 실수하기 쉬운 점은
아이를 비꼬는 것(?) 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처음엔 당연히 시행착오의 과정이 생기잖아요.
그럴때, 아이에게 담담하게~, 혹은 공감해주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심 그럴 줄 알았다. 그러니까 이러이러하게 할 것이지.. 이런 마음으로
비꼬는 듯한 투로 말을 하게 되더라구요.
부모와 아이사이 라는 책에서 아이에게 비꼬지 않기! 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글 적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계획대로 안되어서 당황하는 아이를
비꼬지 않고 공감해주고 넉넉한 마음으로 안아주기.
좋은 글 써 주시고
고민하는 맘들에게 좋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8. 동경미
'09.10.30 9:32 AMjlife7201님,
많은 엄마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장애물을 잘 얘기해주셨네요.
저도 그 두가지가 참 어려웠어요^^
그런데 아이가 중고등학생이라면 마음이 편하기만은 어렵겠지만,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아이를 조금 멀리 보고 키울 작정을 하여야 합니다. 지금 내 품에서 마지 못해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라면 중고등학교에 가면 엄마가 마음 고생 단단히 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여자 아이들도 중학교만 가도 엄마의 지시 사항이 그다지 먹히지 않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 때부터는 정말로 자기의 개인기가 나와야 하는데 자율성은 기본이거든요. 또 중학교는 어찌 넘어간 아이라면 고등학교에 가서 입시 준비하려면 진땀 뺍니다. 미국 고등학교들도 한국처럼 늦게가지 자율학습 시키고 붙들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열반이 확연하게 갈리기 때문에 우 반에 들어간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 정도보다 조금은 덜하겠지만 그래도 진도 따라가려면 밤 새면서 공부합니다. 우 반이라는 자체가 개인마다 차이가 다르고 끝이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만 하면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잘하는 끝없이 진도가 나갈 수도 있고 덕분에 대학도 고등학교때 웬만한 과목들 다 듣고 가면 일찍 졸업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서로 경쟁이 무섭네요. 그런데 이렇게 경쟁할 때 자율성이라는 것을 그때까지 제대로 안서있으면 절대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한국도 교수로 있는 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학생들의 과제 수준이 형편없는 경우가 꽤 된다네요.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쌓여야 하는 개인기들이 너무 부족하다고 합니다.
아이를 지금 당장 초등학교때 어떤 성적이 나오는지, 올백이 나오는지 아닌지...이런 것에만 중점을 두는 것보다는 얼마나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심어지고 숙제를 하나의 책임감으로 간주하고 성실하게 하는 습관이 심어져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걸 기르기 위해서는 한동안 0점을 맞아올 수도 있고, 선생님께 늘 불려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책임감있고 성실하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이가 들도록 안되어서 가정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회사에서도 힘들고, 지인들과도 갈등이 생기지요. 우리 아이들부터라도 잘 가르치고 기른다면 이 아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그 때에는 세상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성 얘기에서 너무 거청하게 비약하지요? 그렇지만 엄마가 조금만 멀리 보면서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기다릴 마음을 가진다면 아이는 일생이 달라지는 거에요. 힘들어도 오늘도 또 함께 도를 닦아보지요^^9. 사과쨈
'09.10.30 12:30 PM동경미 님 글 잘읽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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