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MySpace 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절교 선언을 받은 미국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집에서 자살을 했다. 알고 보니 그 남자친구는 다름아닌 여학생의 친구 엄마였다고 해서 한번 더 놀란 일이 있었다. 친구의 엄마가 동년배 남학생으로 가장을 하고 Myspace에 자기 블로그를 만들고 아이에게 접근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사귀다가 어느 날 여학생의 블로그에 일방적으로 너는 뚱뚱하고 못생겨서 더이상 사귀고 싶지 않다고 남겼는데 그 말을 읽고 30 분 후에 아이가 방에서 목을 맸다고 한다.
조사에 의하면 Myspace나 Facebook 에 자기 블로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나이와 용모를 속인다고 한다. 그로 인한 각종 범죄들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아이들에 대한 경계경보가 내린 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나이 많은 남자 어른들이 청소년인 것처럼 나이를 속이고 프로필 사진도 미소년의 것으로 올린 뒤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 중고생들을 꼬여내어 성폭행의 희생자로 만드는 것은 이미 흔한 범죄가 되었다. 각 지역의 경찰서들과 검찰에는 이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특별본부들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후 죽순으로 솟아나는 수많은 사이버 테러범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요즘 아이들을 디지털 세대라고 한다. 무엇이든 몸으로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사람과의 만남보다는 인터넷과 컴퓨터에 훨씬 익숙한 아이들이다. 예전에 우리 세대들이 클 때처럼 골목길에서 공기를 하고 고무줄을 하며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하면서 날이 저물 때까지 놀다가 엄마들이 밥 먹으라고 부르면 들어가곤 하던 일상을 이제는 아무 곳에서도 볼 수가 없다. 가뜩이나 점증하는 유괴 사건과 각종 안전 사고에 이제는 어느 곳에 아이가 있어도 안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아주 어린 유치원 아이들조차도 휴대폰이 일상용품이 되어버린 세상에는 10년 전만 해도 듣도 보지도 못햇던 새로운 양상의 사회 문제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내가 일하는 아동학대방지위원회에서는 최근 휴대폰 문자를 통해 아이들이 서로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신종 테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작했다. 우리 주에서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움직임이다. 처음에 시작된 용도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 소통하기 위한 것이었던 휴대폰이 이제는 아이들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액세서리 품목이 되어가면서 그 고가의 장난감이 이제는 친구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거나 아무도 알지 말아야 할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게 하는 참으로 악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의하면 상당수의 초중고생 아이들이 휴대폰 문자들을 통해 남에게 못된 내용을 보내고 심지어는 여러 명이 한 아이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남자 친구에게 자신의 상반신 누드 사진을 휴대폰 메세지 기능을 이용해서 보낸 여고생이 그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 자신의 은밀한 사진이 온 학교 남학생들에게 다 보내진 것을 알고 수치심에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문자 메세지를 통해 '너는 살 가치가 없어," "죽어," "우리 모두가 너를 싫어해," "넌 뚱뚱하고 모자라" 등의 메세지를 받는 아이의 심정을 상상해보라. 그렇지 않아도 성적 저하로 야단까지 맞고 우울해있던 아이라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단 왕따를 만드는 메세지 뿐만 아니라 휴대폰의 사진 전송기능을 이용해서 상대의 나체 사진을 보고 골라서 성관계 상대를 고르는 섹스팅까지 아이들 사이에 번져간다는 소식에 부모들뿐만 아니라 학교 단체, 그리고 주정부까지 바짝 긴장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에 고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아이들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폭력적으로 변하게 하는 걸까. 많은 학자들은 수많은 컴퓨터 게임과 폭력으로 도배가 된 영상매체들을 이유로 꼽는다. 날마다 게임 상으로 잔혹한 살인과 폭력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는 실제 상황과 가상의 현실을 구별할 능력이 없어진다고 한다. 총을 쏘고서도 그게 과연 사람의 목숨을 진심으로 빼앗는 것이라는 실감을 못한다고도 한다. 각종 총기 사고의 범인인 청소년들을 보면 하나같이 게임중독으로 시달렸던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시각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게임이나 영화에 몰두하는 아이들일수록 학업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시각에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면 더이상 이 아이들의 지적 계발에 자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색깔이 화려한 시각적 교재가 아니면 지루한 교과서로는 아무 내용도 머릿속에 남지 않게 마련이다. 학업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니 점점 더 게임에 빠지고 그러면서 공부는 더욱 뒷전이 되고...결국 악순환인 셈이다.
우리 아이들도 일하는 엄마와의 소통을 위해 어려서부터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방과 후 한 곳에 모여앉아 숙제를 시키면서 지켜보면 노트 반 페이지를 채우기도 전에 수 개의 문자 메세지들이 아이들의 휴대폰에 도착하곤 한다. 때로는 이미 잠들은 아이의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내용을 보면 모두 한 단어나 두 단어로 간단한 안부나 무료함을 못 견디면서 지금 뭐하냐는 내용이 전부이지만 메세지가 하나 올 때마다 신경이 그리로 가니 집중이 하나도 안되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의 원성을 들을 각오를 하고 얼마 전부터는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모두가 엄마 방에 휴대폰 충전기들을 일렬로 가져다 놓고 휴대폰들도 다 그곳에 보관하고 있다가 아침에 학교에 갈 때마다 가지고 가라고 방침을 정했다. 예상 대로 원성이 높았고, 논쟁을 벌이고 싶어하기도 했지만 공부에 집중이 안되고 서로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 설명하고 내 방침을 계속 밀고 나갔다. 규칙을 어길 시에는 휴대폰의 프로그램을 낮춰서 네 군데만 전화를 걸고 받게 하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모두들 입을 다물어버린다.
방과 후 휴대폰을 반납(?)하는 방침을 며칠 간 계속하면서 볼멘 소리만 하던 셋째가 웬일인지 겸연쩍은 미소를 띄우면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엄마, 집에 오면 전화기를 못쓰게 해서 정말 싫었는데, 내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어떤 애가 내가 부럽대요. 자기 집은 자기가 뭘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 너희 엄마는 네 전화도 관심을 가져주냐고 좋겠대요."
아직도 뾰로퉁해있는 큰 애와 둘째도 셋째의 말에 비시시 웃는 걸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나 보다.
세상이 너무나 험한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지키지 않으면 내 아이를 지켜줄 사람은 하나도 없는 무서운 세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나와 남편도 아이들이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니면서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밤잠을 못자고 고민을 해도 모자랄 만큼 아이들의 안위에 대한 불안이 나를 짓누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한계를 부인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 힘으로 안되는 것을 빨리 인정하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옳고 그른 것을 부모가 따라다니면서 골라주지 않아도 스스로 분별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이고, 아이들은 그것들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계발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사이버 테러
동경미 |
조회수 : 1,854 |
추천수 : 163
작성일 : 2009-10-28 12: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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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보리
'09.10.28 1:14 PM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 힘으로 안되는 것을 빨리 인정하는 것이 진정 현명함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2. 또빈
'09.10.28 3:50 PM요즘 휴대폰 정말 큰 문제입니다
기숙사있는 학교로 진학한 아이는 휴대폰 컴퓨터 mp3를 금지하고 있어 엄마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아이들도 금방 적응하더군요
모든 엄마들의 걱정이 이문제겠지요 ....3. kleome
'09.10.28 5:15 PM저도 딸아이가 사용하던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어요
2년전부터 제가 필요한 것들을 많이 저장해서 이제는 제것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아이들 학교 다닐때
소풍이나 수학여행 보낼때 기숙사 생활할때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녀가 있는 그곳을 지켜주시는 분을 의지하고 평안함속에 지내곤 했지요
휴대폰 관리 지혜를 배웁니다4. 동경미
'09.10.28 9:38 PM보리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한계를 아는 것도 힘들지만 인정하기가 참 쉽지 않아요.
또빈님,
엄마들끼리 모이면 늘 이게 걱정이에요.
기숙사 학교의 규칙이 아주 맘에 드네요^^
kleome님,
모녀간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저도 늘 저의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그 분의 능력에 의지하는 마음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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