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가 이런 물건을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ㅋㅋㅋ

얼마전 미국 동부에 폭풍이 불어서 여러 개 주에 걸쳐서 대규모 정전이 왔어요.
정전이 되기 직전에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불던지, 정말 무섭더라구요.
나뭇잎이 이렇게나 많이 떨어지고, 그 와중에 인명피해... 는 아니고 장난감 피해도 있었다는...


정전이 되어서 에이컨도 못켜는데 날씨는 또 얼마나 덥던지...
다행히 저희집은 시원한 지하실이 있어서 운동기구를 치워놓고 이렇게 온가족이 지하실 생활을 며칠간 했어요.
맨 위의 사진에 있던 물건 - 휘발유로 가동하는 자가발전기 - 덕분에 냉장고도 돌리고, 이렇게 티브이 까지 볼 수 있는 수준높은 원시생활을 할 수 있었지요.

왕복 여섯 시간을 운전해서 자가발전기를 사오고, 설치하고, 가동하고, 마침내 뻗어버린 코난군 아범
(반경 세 시간 거리 안에는 모두 정전 피해 지역이라 발전기가 품절되었더라구요)

하지만 아이들은 결코 지치는 법이 없죠.
전기도 전화도 인터넷도 안들어오니, 아빠 엄마는 어차피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이 참에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어야죠.

마침, 한국에서 미모로 애국 님이 보내주신 놀 꺼리가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정답고 예쁜 손글씨 쪽지를 보니 감사한 마음이 새록새록 들었어요.

코난군이 가장 좋아했던 윷놀이.

그리고 지하실 생활 며칠만에 쇠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법을 터득한 코난군.

네... 폭풍이 많은 피해를 남기고 가기도 했지만, 전기가 없으니 온가족이 조금 더 가까이 마주앉게 되고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줄 수 있게 되고, 해가 지기 전에 모든 일을 마치고 - 설거지나 청소 같은 일 - 아침에 해가 뜨면 눈도 떠지는 자연과 하나된 삶을 살게 되어서 좋았던 점도 많았어요.
일주일에 하루, 아니면 한 달에 하루 만이라도 일부러 집안의 가전기기를 끄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티브이 대신에 책을 함께 읽고, 인터넷 검색 보다는 아이와 함께 하는 보드 게임을 즐기고, 이메일 쓰기 보다는 아이의 그림 그리기를 바라보아 주는...
그런 시간이 생각보다 우리 곁에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나날이었습니다.
소년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