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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다는 것..

| 조회수 : 2,574 | 추천수 : 6
작성일 : 2005-06-07 16:19:56
아래 무수리 님의 '살림의 지혜'(제목이 맞나요?)를 읽고 댓글을 달다가..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져 따로 써봅니다..(댓글이 너무 길면 미안하잖아요^^)

'남을 부리는 것도 일을 알아야 한다'는 저희 엄마한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말이지요..
제가 집안 일 좀 안하는 편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요리에 충실하라는 무수리님의 말씀, 참 공감해요.. 실천이 어렵다 뿐이지..
참고로 전 결혼한지 일년 3개월 쯤 됐네요~
기분이 내키면 이것 저것 좀 하려 하는데 피곤하고 할 일 있고 그러면 거의 밥을 안해요..
친정이 바로 윗층이라 아직도 엄마 밥 얻어먹고 사는 나쁜 딸입니다..
이젠 좀.. 해보려구요^^


근데.. 전 버리는 건 정말 못하겠어요~ ㅠ.ㅠ
쓰고 제자리에 두는 건 잘하는데 버리는 건 너무 어려워요..
어려서부터 이사를 별로 안 다니다보니 물건 버리는 것에 익숙치가 않아서 그런가봐요.
(특히 아파트가 아닌 단독 주택은 여기 저기 쌓아둘 공간이 많잖아요~ 앞에도 광, 뒤에도 광~~)

결혼하고 신랑과 같이 청소만 하면 다퉈요.. 신랑은 버리겠다고, 전 버리지 말라고..
신랑은 대신 제자리에 정리하는 습관이 없어 맨날 저한테 잔소리를 듣죠..
전.. 정리만 잘한다면 내 물건 오래 간직하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잘만 두면 언제고 다시 꺼내 쓸 일이 생기던데요..

결혼 전에 저희 가족이 한 15년 산 집을 새로 지으면서 처음으로 많은 것들을 버렸는데요,
저흰 10년이 지난 지금껏도 그 때 버린 것들에 대해 아쉬워한답니다^^
어려서 그린 스케치북들(가끔 보면 정말 재밌었는데), 어려서 쓰던 이층침대(뒀으면 원목 쓸 곳이 많잖아요), 부엌 식탁 의자(지금은 옥상에 두면 좋을 철제였거든요), 엄마가 대학때 입던 옷들(유행이 다시 돌아왔었잖아요^^), 여러 책들... 등등.
다시 생각하니 또 아까운 생각이 드네요^^

잡지나 TV에 나오는 먼지 하나없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깨끗한 집들..
정말 보기엔 좋아요.. 맘이 끌리는 것 인정합니다..
그러나, 너무 정리된 집은 아이들에게 어지르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줘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아이는 맘껏 놀면서 크는 건데 그걸 막으면 안좋다고.. 저희 엄마가 하신 말씀이죠..
저희 3남매는 어려서부터 놀면 온 집안 가구를 다 뒤집어놓고 이렇게 저렇게 설치해서 놀았었어요..
하루 종일 어지르고.. 저녁이 되면 다시 치우고..
엄마의 소중한 나무 조각 장롱도 발로 차서 깨고, 엄마가 수놓은 병풍도 밟아서 뻥 뚫고, 엄마가 염색한 실크 스카프들도 다 수퍼맨 놀이나 썰매놀이의 희생양이 되었죠..
절대 일부러 물건을 부순건 아니고 놀이에 심취하여 그리된 것이죠..
그래도 엄마한테 안혼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만약 내 자식이 나의 소중한 것들을 그렇게 망가트리면 전 화를 냈을 것 같아요..
참, 애기 적에 전 워크맨을 분해하고,
둘째는 소형 라디오를,
막내는 전축(갈수록 태산이죠~)을 분해했었죠^^
그래도 저희 엄마.. 야단 안치셨어요.. 좋은 공부했다고..

저흰 커다란 상자를 삼단으로 쌓아 물에 불린 신문지 조각을 붙여 만든 삼단장도 갖고 있었구요..
(튼튼하게 만드느라 어느 여름 내도록 붙이고 말리고 했었죠..)
아빠가 손수 만드신 근사한 신발장도 있었구요..(집 지을때 어쩔수 없이 다 버렸지만..)
이것 저것.. 멀끔한 제품 사는 것보다 손으로 만든 것들, 손때 묻은 것들을 좋아하죠..
지금도 저흰 근사한 상자나 포장용기만 보면 다들 못버리고 손을 떱니다.. 이건 어떻게 사용할까.. 뭘 만들까..^^
제 집 베란다엔 3대째 내려오는 수납장이 있는데요,
외할아버지가 서재에 두고 쓰시던 책장이에요.. 맨 아래칸은 앞으로 여는 문짝이 달린..
엄마가 결혼할 때 물려받아서 저희 책꽂고 장난감 넣고, 이것저것 수납 용도로 쓰다가,
이제는 많이 낡은 걸 제가 결혼하고 나서 베란다로 모셔왔죠..
한쪽 줄은 신발장에 안들어가는 신발들 계절별로 왔다갔다하면서 넣기도 하고, 여러 공구 및 집안 부속품들도 넣어두고, 다른 줄은 휴지며 장봐온 저장품들도 수납하고.. 눈에 보이면 신랑이 다 먹어 치우는 술도 꽁꽁 숨겨놓고..
처음 가져올 때 신랑은 뭐 그런 낡은 걸 가져오나 했겠죠.. 그치만 전 좋아요..

남들이 봤을 때 눈이 번쩍 뜨이게 돈들어 간 느낌을 주는 집은 아니지만,
온가족의 추억이 묻고 사랑이 녹아든, 구석구석에서 웃음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집을 저는 사랑합니다..
그래도 물론, 정리는 잘 되어 있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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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른맘
    '05.6.7 5:05 PM

    정말 모녀가 성격이참좋으시네요 전 안그럴려고해도 애들이 어지르고 말썽피우면 저절로 소리 지르게되던데요 정말내공이대단하시고 인격이훌륭하시네요 전 약간 정서 불안인지 안쓰는건 죄 갔다버려야 속이 시원하거든요

  • 2. 무수리
    '05.6.7 6:24 PM

    원글님 같이 사시는 것도 가지고 계시는 사고 방식도 전혀 잘못된 거라고 생각안합니다.
    단 그러다 보면 집안일이 늘어난다는 것이죠.
    저는 물건이 많으면 스트레스도 받는 타입이고 집안일에 에너지를 쏟는게 싫어서 다 버리고
    사는 스타일이구요 ..
    원글님처럼 사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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