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들리는 마트와 백화점 쇼핑에 신물이 났을 때 우리 부부는 이렇게 외칩니다.
'부산 갱제 살리러 부산으로 함 뜨자!'
한마디로 돈쓰러 가자는 얘기.
거의 두달에 한번 정도 가는 것 같아요.
부랴부랴 커다란 니케 배낭을 챙깁니다.
우리의 코스는 일단 노포동에 차를 주차시키고 지하철을 탑니다.
그저 1호선만 타면 되니깐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지하철이 더 편해요.
주차비는 교통카드와 신용카드로만 정산을 하니 참고하세요.
지하철을 타고 첫번째 하차역은 서면역입니다.
부전지하상가에 내려 몇 곳의 게임샵에 들립니다.
남편이 소장한 수십개의 엑박 게임 씨디 중, 오래되었거나 혹은 소장하고 싶은 것들을
중고나 새거로 구입합니다.
여긴 트레이드도 됩니다.일명 맞교환.
뭐, 정말 못마땅하지만 초딩 남편이랑 사는 제가 이해해야죠.-_-
남편이 게임샵에 들러 눈이 돌아갈 때 저는 지하상가를 살짝 구경합니다.
밸리댄스복 매장을 보고 언제 한번 입어보나 침도 한번 흘려주고,
제가 좋아하는 모 브랜드 상설매장에 예쁜 옷 없나 구경도 합니다.
가끔 쌀국시가 땡길 때는 서면 롯데백화점 식당가에 들러 한사발 하고 옵니다.
처음 먹었을 때 환상적이였는데 갈수록 못한 것 같아요.
다시 지하철을 타고 국제시장에 가기 위해 자갈치역에서 하차합니다.
남포동역과 자갈치역이 바로 붙어있는데
남포동은 번화가라 젊은 처자와 총각들이 북적이고 있고,
잘 아시는 영화거리도 있습니다.
국제시장이 자갈치역에 있습니다.
눈 돌아가게 예쁜 조명거리도 있고, 공구상가랑 가방, 포목상 이런 것들이 즐비합니다.
항상 검색을 하고 메모를 해서 가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라 이번에는 다소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열번 정독하고 메모하고 그것 또한 열번 읽고 외워서 갔습니다.하하

국제시장과 일명 깡통시장이라 불리우는 부평시장이 맞보고 있는데
제가 사진 찍은 곳의 위치는 부평시장이겠죠?
국제시장 먹거리글에도 썼지만 요샌 깡통시장도 통틀어 국제시장이라 통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꼭 가려고 했던 곳은 소품거리와 보수동 책방골목입니다.
그리고 수입상에 들러서 의약품도 사려고 했구요.
소품거리가 어디인가 했더니 남편과 제가 여러번 갔었던 그 골목이네요.
아..눈은 왜 달고 다니는 거지? 삐꾸.
많이들 가시는 베티하우스와 큰엄마네에 갔는데 큰엄마네는 여러번 갔었던 곳이네요.켁켁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실망이 컸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가격이 비싼 편이였고, 물건이 다양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저렴 버전인 모던 하우스가 더 낫다고 생각되더라구요.
물론 물건이 견고하지 못하지만..그래도 어차피 다 중국산이니깐.
우리 강도령도 애미를 닮아 이런 걸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윙크하는 수저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마침 폭이 넓은 수저를 사주고 팠는데 가격도 한 세트에 5500원 밖에 안 하고
옆에서 자꾸 윙크하고 있는 강도령 때문에 덥썩 집었습니다.
안 그래도 밥 잘먹는데 이 수저 덕에 밥을 더 잘 먹네요.
다소님이 올리신 사진에도 이 수저세트가 나와있네요.
스마일 티스푼과 포크도 몇 개 샀어요.개당 1500원 정도 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주방 소품들은 스마일이 대세인 것 같네요.
아마 중국산 스댕이라 저렴한 것 같지만 그래도 잘 샀다고 생각하면서 위안.
소품거리에는 애프터눈티,신지카토,스튜디오엠,마메종을 파는 가게도 있는데
인넷몰보다 훨씬 비싼 것 같아서 매번 그냥 나옵니다.
대체로 가격이 다 비싼 것 같아요.
그 골목에 포트메리온 매장이 있는데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적어놓긴 했지만
제 생각엔 25%이하는 잘 안 해줄 것 같아요.
소품거리나 수입상에서 파는 그릇들은 사오면 좋겠지만
오히려 인넷몰에서 사는 게 무겁지도 않고,
비록 배송비를 물더라도 더 이득인 것 같습니다.
그냥 눈만 요기하고 옵니다.

그리고, 국제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토마스 초콜렛,과자와 빼코짱 카라멜.
베이비 아스피린을 사려고 했는데 없다네요.
국제시장에서 항상 사오는 게 토마스 초콜렛인데 우리 강도령의 회유용 과자입니다.-_-
말 안 들을 때 꼬시면서 상품으로 이걸 겁니다요.
그럼 덥썩!
분홍색 쓰레빠랑 신칸센 실내화도 샀구요.
우리 동네 토요일 장이 부산분들이 와서 하는 건데,
국제시장에서 파는 소품이나 수예품을 파는 분이 있어요.
적게는 몇천원에서 많게는 두배이상이나 받으시니
국제시장가를 알고 있는 저는 배아파서 절대 못 사죠.
시장통에 나가 보면 갖가지 주방용품을 파는 가게가 여러 곳 있습니다.
행주비누도 천원에서 천이백원 정도 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입 그릇도 팔고 있어요.

그냥 눈에 띄어서 스마일 수세미 두개 구입했습니다.개당 1500원.
쓰진 않고 그냥 걸어둘 용도예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가격 비교 해보고 사면 좋을테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아깝고
머리도 아프고 해서 평소 저답지 않게 이곳에선 한번에 지르는 편입니다.
상호가 기억이 안 나는 아이 옷 집에 들어가서 강도령 스웨터랑 쫄바지도 질렀습니다.
사이즈랑 바느질이 정확하지 않아 보세옷은 잘 구입하지 않는 편인데
겨자색 스웨터에 눈에 꽂혀 저도 모르게 발길이 그곳으로..
이번엔 보수동 헌책방 골목으로 갔습니다.
생각보다 무지 가깝더라구요.바로 한 골목 위.
여러개의 서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썰렁한 편입니다.


전공책을 많이 파는 곳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다 남편은 선박관련 책을
저는 요리책을 봤는데 별 물건이 없었습니다.
요리책은 80년대에 나왔을 법한 무크지들.-_-
왠지 먼지 다듬이 책벌레 수천마리가 공생할 듯한 느낌.


부산엔 이렇게 지대가 높은 곳이 많습니다.
저 계단을 두번만 오르내리면 다이어트 문제 없겠다고 남편에게 갔다오라 시켰지만
생무시.ㅋ
제가 사는 곳에선 잘 볼수 없는 지대 높은 곳과 일제시대의 건물들이 현대식 건물과 공존하며
무슨 세트장에 온 것 같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딸래미 임신 했을 적에 여기서 하도 싸돌아 다녀서 조산기가 있어 걱정했는데,
출산하고 두달 후 남편이 너무 적적해 하길래 선심 쓰는 차원에서 또 방문했는데
그땐 강도령도 데리고 왔었어요.
애가 자는 바람에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힘들게 집으로 온 기억이 나네요.
이번엔 딸래미 맡기고 휴대용 유모차를 가지고 왔는데 참 수월하고 편하게 다녔습니다.
디럭스형은 좀 무리인 것 같고 아기 있는 분들은 휴대용 유모차 가지고 오시면
느긋하게 돌아보기 좋을 것 같아요.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들과 수많은 인파속에서
사는게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생활의 활력을 찾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느끼는 게 많구요.
결혼 전까지는 일본, 특히 부산과 가까운 후쿠오카에 자주 가서
이렇게 질러 오곤 했는데 굳이 일본까지 갈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때 여객선을 같이 탄 일행 중 깡통시장 상인 분들도 여럿 되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진짜 보따리에 한가득 짐을 싣고 내리시거든요.
엇, 저도 측근한테 보따리 장사나 해보라고 제안 받았었는데..ㅋ
이래저래 삽심만원 정도 쓰고 온 것 같은데
우리 가족 부산 경제 확실히 살리고 온 것 맞죠? ;;;
이번달은 손꾸락 빨고 살아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