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품 중에 '굳빠이 이상'을 가장 좋아해요.
고등학교 까지의 정규교육을 받은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이름을 알고 있고
그 이름 앞에 '천재' 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왜 천재인가를 말하라 하면
어어.. 음.. 하고 망설이게 되는 이상. 김해경.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 고 말한
것처럼 그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작에 대한 미스테리를 다룬 이 소설을 보면
어디까지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순간 멈칫하게 되요.
추리 소설적 요소와 함께 남미 소설같은 마법적 순간이 어우러져
술술 익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고
읽을 때 마다 새로워요. 그리고 그 모든 등장인물들이 우리 현대사에 영향이 있는
인물들이기에 잊었던 인물들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백석, 흰 바람 벽이 있어 중에서-
결벽증이 심한 멋쟁이 시인, 백석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만 부유하지 않아서
그의 첫 시집'사슴' 은 100부 한정판으로 찍어냈다고 합니다.
윤동주는 이 시집을 구할 수 없어서, 도서관에서 보고 적어 다녔다고 해요.
고향이 북에 있기에, 해방 후 그저 북에 남았는데
순진했고, 돌이킬 수 없는 이 결정 때문에
시를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던
백석은, 찬양시를 쓰기도 했지만, 결코 '쓸 수' 없었던 그는
삼수갑산의 그 삼수로 추방되어
양치기로 생을 마감합니다.
김연수는 희망이 없는 곳에서 삶은 어떻게 지속되는가 라는 화두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끝까지 삶을 살아낸 백석 그 자체가
희망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김연수의 이 인터뷰도 좋았어요
https://ch.yes24.com/Article/View/42415
일곱 해의 마지막 소설 초기에 나오는 상허는 '조선의 모파상' 이라
불렸던 이태준인데, 몽양 여운형 선생이 신문사 사장으로 있을 때,
이상을 강력 추천하며 그의 시 오감도를 신문에 실을 수 있게 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