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는 우리 동네 나름 유명묘입니다.
9월쯤 유기가 되었는데, 사람들을 보며 애옹애옹대며 구걸을 다녔습니다.
이쁜 얼굴에 녹아 밥을 주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저역시 그 중 하나였구요. 그저 보이면 밥을 주는 길 잃은 고양이에 불과 했습니다.
이 녀석을 입양 보내야겠다 생각한 것은 바로 이 모습때문이였습니다.
더러운 차 밑에서 정신없이 자는 모습을 보고, 측은지심이 동했던 것이죠.
거기다 흰둥이는 난청이라 사고도 꽤 많이 날 뻔 했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마침 흰둥이가 저희 집에 꺼리낌 없이 들락날락 거렸고,
입양처를 구한 뒤 (입양자가 한달정도만 임보해달라고 부탁하여) 총 한달 반정도 임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기 전까지 금이야 옥이야 이뻐했습니다.
그동안 유기되고 길생활한 거 사람으로써 미안한 마음에 물고 빨고 했죠.
<처음 저희 집에 왔을 때와 보름정도 지난 후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입양날짜는 다가왔지만,, 입양하기로 한 그 사람은 자꾸만 시기를 늦추더라구요.
다른 용품은 다 왔는데, 이동장만 오지 않았다..라는 말로 자꾸 입양 갈 날짜가 늦춰지고
저는 저대로 식구들에게 (고양이 보호하기로 한 시기)를 어기게 되니
다툼도 잦았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이동장을 급히 빌려 제 손으로 흰둥이를 이동장에 넣고
차에 태워 그 입양자 집까지 직접 방문하여 흰둥이를 두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3일 뒤 흰둥이는,,
제 일인용침대정도밖에 안되는 공중화장실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발견되었습니다.
흰둥이를 구조하신 분이 인터넷에 고양이 분양글을 올렸고,, 노랑이를 찾던 저는
목격담이라도 올라올까 싶어 지역커뮤니티를 유심히 보던 때였거든요.
구조자의 집으로 가서 흰둥이를 확인하면서 제 기분은 처참함 그대로였습니다.
9월 첫발견때 한달여를 주인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아, 유기가 확인되었고,,
더러운 거리를 헤메며 쓰레기통을 뒤지다 제 집에 몸을 의탁한 흰둥이는
또다시 더러운 화장실에 갇힌 채 유기된 것입니다.
구조자의 집에서 흰둥이를 안아 올리는데 몸을 바들바들 떨더라구요.
이동장 안에 넣고 쓰담아주니 네 발이 부들부들 떨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절 쳐다도 못 보았습니다.
제가 제 손으로 흰둥이를 그런 사람에게 주고 간 것이니,, 흰둥이의 맘도 알만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집에 들어서니 그래도 익숙한데라고 안심한 표정으로 바껴서 이동장을 나오더라구요.
웃겼던 것은,, 불안증세를 보이며 사람 울 듯이 "엉엉엉엉" 울면서도
온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지 얼굴 부비적대고 냄새를 묻히더군요..(영역표시;;;)
녀석 성격이 원래 좀 능청스러웠는데,, 아 이정도면 금방 회복할 수 있겠다 싶어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저나 이 녀석이나 아주 힘들었습니다.
자다가도 "아앙!!!!!"하고 깨면서 몸을 떨기도 하고 불안해해서
저역시 자다가도 쓰담아주면서 안심시켜주어야 했습니다.
주문한 이동장이 오자마자 바로 병원에 가니 피부병은 없지만 약용샴푸로 목욕을 시켜야 하고
귀진드기가 심해서 2-3일에 한번씩 방문하라고, 그리고 비만(ㅡ ㅡ)이라고...;;;;;
그리고 또 하나,,
흰둥이 길생활부터 해서 지금까지 저한테 도움주신 세분이 계세요.
두분은 서로 커플이신데, 저희 윗동네 사시는 분들로 고양이 세마리를 키우신대요.
흰둥이 밥을 주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제가 고양이에 대해 몰라 발을 동동 굴릴 때마다 도움을 주시고
때때로 흰둥이 간식이나 캔등을 챙겨주시곤 합니다.
특히나 처음 임보 당시에 제가 고양이가 무서워서 좀 덜덜 떨었거든요.
그러니까 이 커플 두분이 직접 흰둥이 목욕에 발톱정리까지 다 해주시고 가셨어요..
지금도 계속 도움 받고 있고, 구조자의 집에 갈 때 흰둥이 확인과 이동장까지 전반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분,,
82쿡 회원분이신데,, 지난 번 '입양보낸 고양이가 공중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다'란 글을 썼을 때
경제적 여건이 안되어 흰둥이를 입양보냈다고 리플에 썼었는데
쪽지로 흰둥이에게 선물을 보내주고 싶으시다 해서 보내주신 선물
사료, 모래, 캔부터 해서 캣닢에 샴푸까지.. 정말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사진으로는 양이 안 많아 보이죠.. 사실 정말 엄청나게 많아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정말 고마운 마음에 ..ㅠㅠ
(toto님 감사합니다.)
흰둥이는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있습니다.
캣닢 부직포는 침대로 가지고 올라올 정도로 좋아하구요.
캔은 말해 뭐하겠습니까 ㅎㅎ 아주 환장을 하고 달려듭니다 ^^
사실, 저 선물 받기 전까지 막막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계획하고 어긋나는 일들이 자꾸 벌어지니..
가족과의 다툼과 또 경제적 압박까지 막막했는데,,
엄청난 힐링이 되었습니다..
고양이용품을 살까,, 병원을 데려가야하나,, 둘 사이에서 혼자 밤새 걱정을 했는데
(심지어 시험 포기하고 다시 일을 할까 까지 생각했습니다 ㅠㅠ)
병원에 잘 데리고 갔다왔습니다.
제가 받은 힐링을 바탕으로 열심히 흰둥이 힐링을 해주고 있습니다.
노랑이도 없어지고 본인은 화장실에 갇혀 있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
열심히 놀아주고 쓰담쓰담해주고 나니,,
예전에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요렇게 같이 놀이도 하고
제가 화장실에 가면 문틈으로 감시(?)하며 "빨리 나오라옹"하며 보채기도 하네요 ㅎㅎ
참 이상한 것이, 저는 사람사이만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과 동물사이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동물 뿐이 아닌 세상에 교감할 수 있는 모든 생명들과 인연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수많은 동네 중, 우리 동네에 유기가 되어,
하필 우리집에 들어와 터를 잡고,
화장실에 유기되었을 때 우연치않게 제가 그것을 알게 되고
또한 경제적 여건으로 고민을 할 때 뜻하지 않은 큰 선물까지..
이녀석과 인연이 어긋나려고 할 때마다
주변에서 도와주고, 끊어지려는 인연을 붙들어주는,,
참 묘한 인연이지요 ㅎ
다음 번에 흰둥이 많이 호전되면 그때 또 사진 올릴게요 ^^
(사실 지난번에 사진 올렸다가 뭐가 잘못됐는지 다 날라가서
이번엔 내용이 좀 부실합니다;;)